봉하에 다녀왔습니다.
김해시와의 우호교류 협약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노무현 대통령님께 인사 올렸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생활속 거리두기 실천의 일환으로 서거 11주기 추도식 행사를 최소규모로 진행하기로 한 취지에 뜻을 같이 하고자 미리 찾아뵈었습니다.
권양숙 여사님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김정호 의원님도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5월은 노무현입니다.
우리 마음 속에 노란 바람이 그리움처럼 찾아옵니다. 당신께서 우리 곁을 떠나신 지 벌써 11년이 지났습니다. 자전거 뒤에 앉아 손 흔들던 다섯 살 꼬마 손녀는 어느덧 열여섯 숙녀가 되었겠지요. 당신께서 그리 사랑하시던 대한민국도 참 많이 바뀌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시민의 힘이 참 단단해졌습니다.
촛불혁명의 힘으로 법을 어긴 대통령을 심판하고, 대선과 지방선거, 그리고 총선 압승을 통해 민주 진보 정당에게 힘을 실어 주셨습니다. 코로나 위기에서도 세계의 표준이 될 만한 성숙하고 수준 높은 시민의식을 보여주셨습니다. 당신께서 늘 말씀하시던 ‘깨어있는 시민의 힘’이 바로 이러한 모습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방자치의 역량도 한층 커지고 있습니다.
코로나의 위기 속에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서울과 수도권이 큰 피해 없이 비교적 안전하게 방어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는 데에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의료진과 공무원, 시민이 각자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해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서울을 책임진 시장으로서 한 치의 소홀함 없이 방역관리에 최선을 다해 나가고 있습니다.
늘 현장에 답이 있습니다. 지방정부의 신속하고 철저한 현장 대응이 전 세계가 부러워하는 K-방역의 성공비결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신께서 지방자치실무연구소 시절부터 꿈꾸던 자치와 분권의 시대가 더욱 가까워져오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더욱 공정해지고 투명해지고 있습니다. 어떠한 세력이나 권력도 원칙과 상식을 이길 수 없다는 믿음이 우리 사회에 확산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덮고 숨기고 지나갈 수 있던 일들도 지금은 그럴 수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만큼 공정과 정의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입니다. 당신께서 꿈꾸었던 ‘특권과 반칙이 없는 세상’은 더 이상 꿈만은 아닙니다.
남북관계도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지난 보수 정부에서 막혔던 정상 간의 대화가 다시 이어지고, 국제사회가 이를 지지해 주고 있습니다. 늘 염원하시던 ‘동북아평화번영시대’로 한발 한발 걸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은 변화와 발전은 당신께서 뿌려놓으신 씨앗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물론, 우리가 가야할 길이 아직 많이 남아 있습니다. 남겨진 숙제는 저와 같은 후배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신께서는 생전에 ‘동지’라는 말을 자주 쓰셨지요. 동지는 뜻을 함께 하는 사람입니다.
네! 저 박원순은 노무현의 영원한 동지입니다.
당신의 뜻을 따라, 생전에 미처 못 다하신 대한민국의 남은 과제를 함께 풀어가겠습니다. 깨어있는 시민 민주주의의 꿈, 자치와 균형의 지방분권의 꿈, 특권과 반칙 없는 공정사회의 꿈, 그리고 동북아평화번영의 꿈까지...‘사람 사는 세상’, 세계가 따르고 본받는 표준선도국가 대한민국의 꿈을 함께 꾸겠습니다.
‘강물은 굽이쳐 흘러도 바다로 가는 것을 포기하지 않는다’는 당신의 신념은 곧 우리 모두의 신념입니다.
당신이 떠나시고 11년이 되는 오늘, 노무현의 가치와 정신을 다시금 기리고 다짐해봅니다.
많이 그립습니다. 노무현 동지!
그래도 오해의 소지가 좀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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