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안녕 개붕이들아

 

나는 크리스마스 직전쯤 해서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어.

 

어디 싸돌아다니다 걸린건 아니고 직장에서 일하다가 걸림.

 

 

 

크리스마스 이브 전날이였나... 해가 중천에 떴을때쯤 일어나 밥을 먹는데 밥맛이 하나도 안느껴지더라.

 

그땐 그냥 그런갑다 했음. 다 식은 도시락이기도 했고, 한 일주일동안? 직장에서 퇴근도 못하고 숙식하면서 24시간 근무를 해서 피곤에 쩔어 있었거든.

 

다른 이상증상도 없었고... 

 

그러다 저녁이 돼서 친구가 수고한다고 치킨이랑 콜라를 가져왔는데 맛이 안 느껴짐. 치킨 먹고 이거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콜라를 마셨는데

 

탄산 풀로 차있는 뚜껑 안깐 차가운 콜라가 김 다빠진 탄산수 맛이 나더라. ㅋㅋ

 

코로나의 증상중 하나인 후각 미각 상실이 돼부린거야.

 

바로 나 이상증세 있다고 말하고 보호복 입고 야외로 나갔어. 곧 있으니 간호사 형냐가 와서 신속항원검사(30분이면 결과 나옴)+Pcr검사를 하더라. 

 

그리고.. 나라잃은 표정으로 앉아있으니까 너 양성이라고 전화가 옴 ㅋㅋ

 

 

존나 정신없더라. 보호복 입은상태 그대로 차에가서 일단 시동부터 걸었음

 

사람이 패닉에 빠지니까 온갖 생각이 다 들더라. 사방에서 전화는 계속 오고. 보건소에는 알려야겠고, 가족들한텐 뭐라고 하지? 

 

그리고 오늘 당장 잠은 어디서 자지? 집에가면 가족들이 있으니까 위험할테고 어디 모텔을 알아봐야 하나? 그럼 모텔 주인은 뭐가 되는거지?

 

그냥 차에서 잘까? 추우면 어쩌지? 시동켜고 자면 되려나? 공회전하면 안되지않나 - 하이브리드니까 괜찮나? 

 

하는 온갖 잡생각들 다 들고 어버버거리다가 친구들 도움으로 빈 오피스텔 하나 있다해서 갔다가 사람있어서 빠꾸했다가 난리도 아니였음.

 

그러다 결국 보건소에서 데리러 올때까지 가족들이 피난(?)가고 그사이 잠깐 내가 집에서 대기하는 걸로 합의보고 결국 집으로 들어와서 

 

내 방에 기어들어가서 스스로 봉인함.

 

 

 

하루정도 지나니까 보건소에서 데리러 오더라. 내려오라해서 준비 다하고 문 나섬.

 

우리집이 고층이라 문열고 집에서 나가서 계단으로 쭉 내려가는데 (엘레베이터는 안 쓰는게 맞겠지)

 

집집마다 아파트에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당장 검사받으러 오라는 보건소 안내문이랑 마스크 붙어있고 다 내려가니까 보호복 입은 공무원 아조시들이 

 

방구차 들고 우리집으로 방역하러 들어가고 저~기 대기중인 대형 엠뷸런스 보이고 아파트 사람들은 웅성웅성대고 난리도 아니였음 ㅠㅠ 

 

그렇게 앰뷸에 실려서 생활치료센터로 향했다. 난 후각미각 상실을 제외하면 다른건 멀쩡했거든.

 

 

 

그렇게 생활치료센터로 실려 옴,

 

 

 

생활치료센터는 강남 한복판의 어느 비즈호텔이였음. 드가니까 딱 이정도. 아마 12월들어서 확진자가 폭증하니까 새로 만든 곳인 듯.

 

저 상자 안에 기초적인 생필품이 들어있었음. 스틱커피나 녹차티백 슬리퍼 수건 배게 이불 폼클렌징 샴푸보디워시 같은 것들.

 

들어가서 대충 정리 끝내고 침대에 퍼졌는데 진짜 존나 억울하더라

 

11월부터 다른데 아무데도 안가고 머리도 못깎고 회사 집만 왔다갔다하다가 나중엔 아예 회사에 텐트치고 살았는데

 

결국 회사에서 걸렸다는게.. 어디서 걸렸나 곰곰이 생각해보니까 중간에 확진자가 내 얼굴을 향해 기침한 적이 있는데 그때 걸린것같기도 하고..

 

탓해봤자 뭐 어쩌겠음 이미 걸렸는데..

 

역학조사도 의미가 없었다. 회사가 집단감염지였거든.. ㅋㅋ

 

쨌든 그렇게 생활치료센터에 밀봉당함. 저 방에서 10일을 버텨야 함. 복도엔 하루에 3번. 아침 점심 저녁 배식때만 문 잠깐 열수있음.

 

 

 

그리고 방에 있는 의료기기 이용해서 여러가지 체크하고 앱으로 보고해야함.

 

그러면 의사나 간호사들이 보고 조치해준다. 화상진료도 있긴 하던데 난 안해 봄. 

 

내 코로나 증상은 후미각 상실+잔기침+가래+피로 하반신 근육통 정도였음

 

근데 수치상으로 이상은 없지만 뭔가 가슴이 답답하긴 답답함.

 

후유증으로 폐가 망가졌을수도 있으니까 나중에 사태 진정되면 존나 비싼 건강검진 풀세트로 한번 받아보려고.

 

 

 

 

 

 

 

 

 

 

 

밥은 진짜 존나 잘나오더라. 태어나서 이렇게 먹어본적 손에 꼽을 정도였음.

 

양도 무지막지하게 많이 줘서 꼭 남기게 되더라.

 

대충 2~3일 지나니까 후미각도 돌아와서 맛잇게 잘 먹었음.

 

 

 

 

문제가 있다면 창문이 벽뷰라 답답해 뒤지는줄 알았음. 

 

생활치료센터에 있다보면 답답함을 못이기고 방에서 튀어나가서 경찰이 쫓으러 가는 경우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고 하더라.

 

나도 방에서 티비보고 있는데 안내방송 나와서  XX씨 방으로 들어가십셔 하는거 들어봄 ㅋㅋ

 

그리고 앰뷸이 삐뽀삐뽀하면서 병원으로 긴급이송 가는것도 들었지...

 

 

 

나도 중간까진 티비만으로 참다가 결국 못참고 로켓배송으로 노트북 시키고 넷플릭스도 결제하고 스쿼트도 오백개씩 하고

 

하루종일 전화도 하고.. 어떻게 버티긴 버텼다. 아예 침대랑 물아일체가 되었던 듯.

 

 

 

 

그리고 결국 10일이 지나서 퇴소함

 

원래는 음성나올때까지 격리당하는게 맞는데. 10일 지나면 전파력이 거의 없고+ 확진자 넘치는 이시국에 빨리빨리 비워주는게 맞는것 같아서..

 

 

 

이게 퇴소할때 남은 것들. 저거 다 오염돼서 폐기시키고 옴... 입고 간 옷이고 뭐고 다 폐기

 

 

 

그리고 결국 집으로 돌아옴. 원래는 활동해도 된다고 하는데. 전파력이 없다고 해도 아직 양성이기도 하고..

 

혹시 모르니까 일단 자가격리하는걸로 결정하고 집에서 존버 들어가려고. 

 

 

개붕이들 코로나 조심해라

 

걸리고 나니까 진짜 신체고 정신이고 일상이고 모든게 망가지더라

 

나도 빨리 회복하고 회사 복귀해야겠다

 

찍

 

 

 

 

 

 

 

원글

https://www.dogdrip.net/2998864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