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페온 VS 제네시스 비교시승기
1. 인간은 독자적으로 세상을 읽어내는 하나의 코드다.
우정, 사랑, 증오와 같은 말들은 인간 사이에 특별한 관계가 존재하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날이 밝아 주변이 환해지면 깊은 산 속의 나를 공포에 떨게 했던 유령이 사실은 나뭇가지라는 것을 알고 그제서야 모든 공포가 나의 창작에 의한 것임을 인정하게 되는 것처럼, 차분한 밤이 오면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은 나의 상상에 의해 만들어진 세상이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우정과 사랑, 증오는 내 마음이 세상을 독해한 결과인 것이다.
세상을 살면서 단 한 번도 타인의 마음과 감정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오로지 나의 상상만으로 타인의 모습을 만들어왔던 것을 생각하면 섬뜩하기조차 하다.
모두는 모두에게 있어서 완벽히 단절된 섬인 것이다.
자동차를 타고 그것을 이야기해 나갈 때 나는 똑같은 단절감을 느낀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인생이 있는 것이다. 지금껏 타온 차가 다르고, 자란 환경이 다르다. 재정상태가 다르고 성격도 판이하다. 하나의 객관적 존재물인 자동차를 타보고도 그 느낌을 창조하는 과정과 결과물이 모두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시승기는 의미가 없는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고 본다. 저명한 드라이버가 쓴 객관적 시승기라 하더라도 객관이라는 포장지를 풀면 그 속에는 여러 주관들이 깔려있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페온 시승기를 쓰겠다.
어쩌면 이것은 읽는 이에게나 쓰는 이에게 하나의 오락거리가 될 수도 있을 테니까.
2. 내 마음 속의 알페온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어떤 사물에 대한 기대의 정도와 실제 경험 후의 만족도는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다. 기대가 크면 어지간한 경우라도 그 기대에 부합하기가 어려워지고, 반대로 기대를 많이 하지 않았다면 조그마한 만족감도 크게 와 닿게 될 것이다.
내 마음 속의 알페온 제조 공정을 보자.
먼전 외관은 사진에서 보이는 웅장함으로 만들었다. 단순하면서도 품위있는 디자인으로 감정 설계를 하였다.
실내 인테리어는 적절한 배치가 돋보인 센터페시아와 스티치 가공의 도어판넬, 품위있는 검정 시트 등으로 고급감을 느낄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게 되었다.
주행성능은 파사트와 같은 안정적인 코너링과 고속안정성을 기대하였고,
초기 가속은 시승기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을 읽고 크게 기대하지 않았다.
정숙성은 여러 매체와 시승기자들의 코멘트에서 일치된 평가가 내려져 렉서스와 같은 정숙성을 기대하게 되었다.
몇가지 제외된 옵션 및 연비 등은 별 의미를 두지 않아 마음 속에 잔상이 없었다.
3. 내가 제네시스를 타면서 느낀 불만
제네시스 330을 탄지 일 년이 지나간다. 22,000킬로를 주행하였고 이 차의 주행감과 인테리어,외장등에 대해서 사용자로서 누구보다도 자세히 안다고 자부하고 있다.
제네시스는 대형차임에도 불구하고 꼬박꼬박 리터당 10킬로는 나와주는 매력있는 차량이다. 게다가 정숙성이 뛰어나서 급가속의 경우를 제외한다면 엔진 소음이 잘 들리지 않는다.
이 차는 1단 출발시 알피엠이 2000 가까이 올라가면 갈~갈~갈 하는 디젤엔진 소음이 발생한다. 물론 얌전히 출발하면 대개는 1500 내외에서 변속이 되기 때문에 이 소리가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약간 급하게 출발하게 되면 항상 듣게 되는 소리다. 이 문제로 말들이 많았지만 현재까지 시정되지 않았고 결국 330엔진 특유의 소리로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이 차를 스포츠 세단으로 알고 구매한 사람들을 가장 좌절케 한 부분이 고속 주행시의 출렁임이다. 물론 저속 주행시나 요철 주행시에도 정말 물침대처럼 넘어간다. 오피러스와 이 차가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다.
이렇게 소프트한 서스펜션으로 인터체인지를 돌아나갈 때마다 5,000만원이라는 돈이 날개를 달고 떠나가는 장면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인지상정일 것이다.
차라리 광고를 그리 하지 말던가. 비교시승회 때 벤츠 E클래스와 BMW5시리즈를 비교하면서 제네시스를 이와 맞먹는 럭셔리 스포츠 세단이라고 하지 않았나.
이제와 생각하면 헛웃음이 나온다. 그냥 차를 모르는 중년 아주머니들이 타고 다니면 부드럽고 조용해서 좋다고 할까?
실내 인테리어의 경우 가죽시트를 제외하고 온통 플라스틱으로 도배되어 있는 그 질감이 뛰어난 편이 아니다. 센터페시아 중앙의 네비게이션과 각종 버튼 류는 인피니티를 카피한 것처럼 보이지만 재질이나 버튼의 설계는 훨씬 아둔한 느낌이 든다.
처음 앉아보면 와 좋다라고 탄성이 나올 수는 있겠다. 그전에 탔던 차가 낮은 급의 차량이라면. 하지만 한 달 정도 지나 인테리어에 익숙해지면 인테리어 설계의 진정한 등급을 알 수 있게 된다. 지루하고 싫증나는 디자인에 의미를 찾을 수 없는 버튼의 집합, 낮은 재질감...
제네시스에서 높이 평가할 부분은 페인트다. 페인트에 관심 없는 오너들이 많은데 사실 자동차를 오래 탈 수 있게 만드는데 크게 기여하는 부분이다.
나는 대우차나 르노삼성차의 1대분을 도색한 페인트 양으로 동급의 현대차 3대의 도색을 마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만큼 현대차의 페인트는 얇고 광택도가 낮다. 이 부분은 현재의 YF소나타에서도 전혀 개선되지 않았는데, 의외로 제네시스에서 확 바뀌었다. 정말로 두텁고 고광택의 페인트를 사용한 것이다. 1년이 지난 검은 색 제네시스는 처음 차를 받았을 때와 광택도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페인트에서는 차급에 어울리는 제조를 해 준것이다.
제네시스의 차대강성은 인상적이다. 1년쯤 타고나니 이 차에 정말 튼튼한 철판을 쓰고 설계한 것을 몸으로 느끼게 된다. 다만 차체에 붙어있는 서스펜션이 부드러워 흐느적거리다 보니 하체 강성이 약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4. 알페온의 외관
첫인상은 입체적이다라는 것이다. 캐딜락CTS를 놓고 모서리만 둥글게 깎으면 알페온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보닛이 상당히 높았고 후면 트렁크도 높게 솟아있어 뉴토러스와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한국의 차들이 앞 면과 측면 후면을 따로 따로 보면 균형감이 있고 아름답지만 전면과 측면의 연결라인이나 측후면등을 보면 밋밋하게 돌아나가는 경우가 많아 육감적인 느낌을 주지 못하는 반면, 알페온은 마치 3D영화를 보는 것처럼 볼륨있는 입체감을 선사했다. 외관에 대해서는 흠 잡을 데가 없었다. 제네시스도 외관은 멋진 편이지만 알페온도 외관은 훌륭하다고 본다.
5. 실내 인테리어
많은 사람들의 의견과는 달리 실내 인테리어의 고급감은 많이 떨어지는 편이다. 실내의 공간적 디자인 설계는 잘 되었다고 본다. 그러나 버튼의 재질감과 조작감이 라세티 프리미어와 정확히 동일하다.
사진으로 봤을 때 모두 가죽으로 되어 있을 것 같았던 센터페시아 상단과 도어트림 부분은 거의 다 플라스틱이었고(그러니까 플라스틱 위에 스티치를 한 것이었다.) 도어 실내 손잡이부분과 계기반 상단만 인조가죽으로 덧대어 있었다.(시승차 : CL프리미엄+멀티미디어 팩)
인조가죽 부분은 제네시스보다 좋았다. 제네시스는 확실히 이것은 비닐이다라고 보여주니까. 플라스틱의 재질은 제네시스의 플라스틱보다 좋지않고 딱딱해서 긁힘이 더 잘 갈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우드트림이나 변속기 레버 주변부의 플라스틱을 손으로 만져보니 재질감이 매끈하지 않고 거친 느낌을 주었다. 마무리가 덜 됐거나 왠지 저가 재질의 느낌이 묻어났다.
운전석과 조수석 시트의 폭이 제네시스 보다 많이 좁아서 몸집이 큰 사람은 꽉 찬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시트의 가죽 재질은 제네시스 보다 떨어졌다. 중형차 시트의 재질감이었다. 뒷좌석의 경우 엉덩이 시트가 밋밋한 느낌을 주었다.
네비게이션은 선명하고 후방카메라도 선명했다. 이 부분은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오디오의 경우 소리의 선명도가 제네시스 순정오디오보다 떨어졌다. 라디오 튜너가 채널을 선명하게 잡지 못해 잡음이 약간 있었다. 이건 베리타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음질의 경우 제네시스 순정오디오(일반형)보다 선명도는 떨어지고 저음부는 우월했다. 오디오는 가격 대비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았다.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총평은 제네시스가 상당히 우월하다라는 것으로 내리겠다.
K7과 엇비슷한 정도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트렁크는 생각만큼 좁지는 않았다.
6. 주행성능
1단 출발의 경우 확실히 좀 무겁다. 즉 과격한 출발시에는 엔진 소음만 커지고 차가 빨리 나가지 않는다. (이점이 K7과 대척점에 있다. K7은 솜털처럼 가볍게 튀어나가버리니까. 그러나 빨리 나가지 않을 뿐이지 정상적으로는 나가고 있는 것이다.) 라세티 프리미어와 어쩜 그리도 똑 같은지. 역시 제조사의 DNA는 면면히 흐르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결코 힘이 부족해 그런 것은 아니다. 힘은 넘치도록 남아 돈다. 세팅을 그렇게 한 것이다. 급출발 급정거를 하면 동승자만 힘들겠지...
2,3,4단에서는 엑셀에 발을 살짝 대기만 해도 부드럽게 나간다. 깊이 밟으면 한 박자 쉬고 가속이 이루어진다. 이 가속이 결코 느리지 않았다. 체감을 못할 뿐이지 120정도는 순간이었다.
제네시스와 비슷한 가속감이라고 말할 수 있다.(제네시스도 가속은 훌륭하다.)
알페온 최고의 히트작은 브레이크다.
알페온의 브레이크는 제네시스와는 비교도 되지 않으며 에쿠스를 능가한다고 단언한다.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페달이 들어가는 강도가 탄력이 있으면서도 부드럽다. 차가 정지하는 느낌도 매우 부드러워서 급하게 브레이크를 밟아도 스무스하면서 확실하게 정지한다. 쏠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뉴 토러스와도 확연히 차이나는 부분이었다.
둔덕을 넘어갈 때의 느낌은 알페온이 세련되었고 동승자가 느끼는 느낌도 더 좋았다. 다만 다소 단단한 하부 설계에 안락감을 주려고 했는지는 몰라도 주행시 좌우의 롤링이 미세하게 느껴진다. 제네시스에는 없는 느낌이다.
전체적인 주행 질감은 제네시스가 고급스럽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코너링은 당연히 알페온이었다. 단단한 하체가 튼튼하게 몸을 지지해 주었다. 운전자와 동승자의 쏠림이 훨씬 적었다. 다만 베리타스의 주행느낌에는 약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미세한 롤이 계속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쩌면 전륜 대형차의 한계일지도 모르겠다.
7. 정숙성
집 사람과 내가 동의한 부분이다. 제네시스보다는 정숙하지 못하다라고.
특히 초기 가속이나 중속가속 때 엔진 부밍음이 생각보다 많이 발생한다. 예민한 사람들은 거슬릴 것이다. 물론 제네시스와 비교해서다. 실제로는 렉서스 350보다 조용하지 않을 것이라 본다. 렉서스는 제네시스와 비슷하게 조용한 편이다.
가속하지 않고 편안히 다닌다면 엔진 소음을 듣기 어려울 것 같다. 그러나 어디선가 언덕은 나올 것이고 결국 이 부밍음에 익숙해져야 할 것이다.
정숙성은 제네시스가 확실히 낫다라는 결론을 내린다. 아니 K7이 알페온보다 더 조용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한다.(오래되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8. 총평
상당한 기대를 가지고 시승을 했지만 시승 총평을 말하자면 가격 대비 가치로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린다. 역시 이 가격보다는 300만원 정도 낮은 가격이 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이 든다.
제네시스와의 비교 결과 돈 값을 못하는 제네시스이긴 하지만 총괄적인 평가에서 제네시스가 우세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또한 렉서스350과의 비교도 렉서스가 우세하다고 본다.
K7과의 비교는 잘 모르겠다. 아마 비슷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펌출처:알페온 동호회 글쓴이:잔디밭 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