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아주 황당한 배틀이 있었슴다.
경인고속 서울방향으로 퇴근하던 중, 톨게이트를 막 벗어날때 3차선 즈음에 톨게이트를 나와서 가속중인 TT를 지나쳐 갈때 였습니다. 전 하이패스라서 1차선으로 통과하여 지나갔는데, TT 오너께서 가속하시어 제 앞에 들어가시더군요. 배틀이라기 보다는 즐겁게 퇴근하겠다는 생각에..
전 4년째 인천 서울을 통근하느라 경인고속도로는 거의 외우고 다닐 정돕니다.
이쯤가면 몇차선이 밀리고 저쯤가면 어디가 뚤리는지 요일별, 시간대별 소통량 정도는 어느정도 통계가 잡혀있는지라, 같은 배틀을 하더라도 조금은 우위에서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서울외각과 합쳐지는 부분에서 미친듯이 6차선에서 1차선으로 들어오는 차량들만 없으면 단코스 가속하기가 좋은 구간입니다. 누가 먼저랄것도 없이 그냥 자연스레 배틀이 시작되었구요.
저는 거리를 주지않고 잘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서로 잘 해가며 매너있고 약간의 긴장이 있는 배틀이라 오랜만에 기분좋은 배틀이었죠.
경인 끝지점은 약 2키로의 완만한 오르막 후에 2키로의 내리막으로 되어 있습니다.
2차선에서, 어중간한 1차선 차량과 2차선 앞 차량에 브레이킹을 하던 TT.
한참 4단에 탄력받아 쭉~ 올라가는 제 차가 추월을 할때, 배틀의 클라이막스라 해도 과언이 아닐 짜릿함이 느껴지던 때였습니다.
브레이킹 한 후 다시 재가속을 효율적으로 못했는지 점점 더 멀어지는듯 해보였는데....
마지막 내리막에서 최고속을 내기 위해 5단으로 변속을 하는 순간 굉장히 묵직한 쇠부러지는 소리!!!! 뚝!!!
순간, 전에 곤로드(커넥팅로드)가 휘고 피스톤이 박살나며 엔진을 말아먹은 적이 있었는데, 또 그게 아닌가 라는 생각과 돈생각에 통탄의 후회를 할 즈음이었슴다.
TT는 정말 멋진모습으로 빠르게 저를 지나가더군요...
한 500미터만 더 가면 목동들어가는 길로 빠져야 겠다 싶어서 클러치 꾹 밟고 탄력주행을 했습니다. 그때 본게 알펨 게이지였는데 시동이 걸려있더군요..
더 당황 스러운게, 엔진 박살난줄 알고 브레이크 압력이 떨어질까봐 전혀 밟지 않고 중요한때 한번에 밟아서 멈춰야 겠다라고 준비중이었는데 말이죠....
조심스럽게 기어를 중립으로 빼려는데 아 글쎄....기어봉이 안잡히는 겁니다.
더듬어 보니, 기어봉이 뚝 뿌러진채 옆에서 놀고있는게 아닙니까???
사진에 아래부분이 기어봉 용접한 부분이 떨어진 사진입니다.
언제 했는지도 기억이 안날만큼 오래전에 기어봉을 짧게 하려고 잘라서 용접한적이 있는데 그게 떨어진 겁니다. 금액적으로 본다면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차속에서 한참을 웃었습니다.
부러진 기어봉으로 변속할려니 정말정말 힘들더군요...아주 힘들게 1단을 넣구서 비상등과 함께 집까지 왔습니다. 2단 넣을 생각은 아예 안하구요...ㅋㅋㅋ
TT 오너분께서 이 글을 보신다면 매너있던 배틀 즐거웠고 마지막에 경황이 없어 비상등 한번 넣어드리지 못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