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속한 업종에 나와 거래를 했던 여사장이 있다.
거래란 어차피 윈-윈 하는 것이기에 딱히 누가 누구를 도왔다고 말하기는 애매하지만, 내가 돈을 받은 경우가 더 많았으므로 어찌 보면 나의 고객이기도하다.
50대 중반의 여사장이 주로 타는 차는 12년 된 800cc 마티즈 수동변속기차다.
여사장 밑에서 소장 노릇을 하는 연하의 남편이 주로 타는 차는 3.5리터짜리 강력한 터보엔진이 달린 인피니티 자동변속기차다.
최근에 여사장이 여러 가지 문제에 봉착하여 내게 도움을 요청하여 내가 좀 도와주는 바람에 자연스럽게 속내까지 말하는 사이가 됐다.
내 주기장(건설기계를 두는 장소)에 가면 승용차가 몇 종 있지만 나는 내 개인 명의로 된 13년 된 소나타를 주로 타고 다닌다.
그 이유는 별 거 아니지만 가스차라 연료비가 싸고 고속도로요금과 주차비감면, 지정주차장이용, 요일제해당없음. 등 작으나마 편의를 받기 때문이다.
“사장님 차 안 바꾸나요? 차 오래됐잖아요.”
수리가 완료되었다는 여사장의 장비를 찾으러 정비공장으로 가는 길에 소장이 운전하는 인피니티의 뒷좌석에 앉은 여사장이 내게 느닷없이 말했다.
“이제 겨우 13년밖에 안된 차가 오래됐다고요? 모든 기계가 다 마찬가지겠지만 차도 연식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일을 한 량으로 따져야죠. 이제 겨우 19만 킬로, 20만 킬로도 못 탄 멀쩡한 한창 질 난 차를 벌써 버리라고요?”
“차는 보통 몇 년에 몇 킬로 타고 버리나요?”
“그건 오야마음이죠. 요즘은 현기차의 기술이 많이 올라와서 국산차도 50만 킬로는 너끈히 탈껄요? 더 줄여서 30만 킬로 탄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은 현장에 거의 안 나가서 연간 1만 킬로 미만으로 타니까 이후로 11년은 더 탈 수 있겠네요. 타려고 마음먹으면 내가 70까지 탈 수 있겠죠. 지금 찾으러가는 ‘스카니아’만 하더라도 50만 킬로가 넘어서 엔진에 문제가 생겨 엔진을 ‘보링’했으니 이후로 50만 킬로는 별 문제가 없을 겁니다.”
“그래도 그 동안 수리비도 만만찮잖아요?“
“수리비요? 저는 13년간 소모품 외 고장 난 거 하나도 없습니다. 다른 차가 박아서 변상수리 받은 경우는 두 번 있지만요. 내차는 기본형이므로 고장 날 근거가 없죠. 자동차에서 고장이란 주로 자동변속기에 잡다한 옵션들이 많이 달린 차들 얘깁니다. 자동차종주국인 독일에 가면 30년 넘은 50만 킬로 넘은 차들이 많이 굴러다니는데요. 그 차들이 전부 수동변속기를 단 차들이고 정비소에 있는 차들 대부분 자동변속기차들이더군요.”
“30년 전에는 자동변속기가 없었잖아요.”
“아! 그렇군요. 30년 전에 자동변속기가 있었다고 가정했을 때 지금 그 차들을 보기 어렵다는 걸 근래에 나온 자동변속기차들이 증명하네요. 흔히 사람들이 말하는 고급차란, 한 마디로 내부가 복잡한 차입니다. 같은 공간에 구성원이 많을수록 병이 더 잘 발생하고 전염 역시 더 강하잖아요. 기계도 그런 거 같아요. 스위치, 센스, 전선, 나사... 등등 이런 것들이 좁은 공간에 빡빡하게 끼어있으니 서로 간섭하지 않을 수 없죠. ‘급발진’도 같은 맥락에서 일어난다고 보는 이유는, 옵션 없는 수동변속기차에서 급발진사고 들어본 적 없거든요. 지금 정비소에 가 보세요. 출고량기준 고급차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제가 왜 묻느냐하면 사장님이 차 바꿀 때 저도 같이 바꿀까 해서요. 사장님이 조만간 차 바꾸지 않나 싶어서... 근데 마티즈 저건 요즘 힘이 약해진 거 같아요.”
“아이한테서 어른의 능력을 요구하면 안 되죠. 요즘 들어 힘이 약해졌다면 엔진을 ‘보링’하면 되는데, 문제는 비용이 80만 원 정도 들어갈 텐데 마티즈의 중고가치가 그 가격이 되느냐 이거죠. 그렇다 해서 새 차를 산다면 수리비의 열 배 이상이 들어가고 사장님이 가장 싫어하는 세무서에 더 많은 돈을 갖다줘야하니 간단한 문제가 아니군요. 하하하...”
정비공장에서 일이 잘 마무리되어 스카니아는 기사가 운전하고 소장을 옆에 태워 검사소로 보내고 여사장이 인피니티를 운전하고 내가 조수석에 타고 주기장으로 오는 고속도로에서 얘기는 계속된다.
세금에 민감한 여사장은 아까 내 말에 이어 이렇게 말했다.
“내가 새 차 살 때 내는 세금보다 수리비가 싸면 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제가 5천만원짜리 새 차를 샀다고 가정할 때 세금이 대충 얼마나 될까요?”
“대~략... 차 출고가격의 30% 정도로 보면 됩니다. 채권할인, 농어촌특별세까지 합쳐 7가지 정도의 세금을 다 합치면 고급차에서는 그 정도 될 겁니다. 그러니까 1,500만 원 정도 내겠군요.”
“그러면 답이 나왔네요. 마티즈 ‘보링’해서 퍼질 때까지 타야겠네요. . . . 음 . . 지금 실용적인 소형차를 산다면 어느 차가 좋을까요? 저는 큰 차는 질색입니다. 폭스바겐에서 나온 그 머시더라... 지붕이 동그랗고 둘만 탈 수 있는 찬데. . . .”
“ 아 ‘비틀’ 말이군요. 비틀이 작아서 귀엽기는 하지만 작아도 명색이 독일 수입차라 가격도 비싸고 부품도 비쌀 텐데요? 실용성을 따진다면 아직 수입차는 아니라고 봅니다. 주된 이유는 수리비 때문이죠.”
“그러면 사장님이 지금 차가 필요해서 실용적이고 야무진 국산 소형차를 산다면 어느 차를 살 건가요?”
“내가 아무리 실용주의자라지만 차는 외관을 가장 중시합니다. 이제 사면 평생 함께할지도 모르는 차가 못생겼다면 이건 아니라고 봐요. 실용적이고 야무지고 예쁘고 힘도 괜찮고 연비도 좋은 차가 하나 있는데 ... 다음 달에 나오는데 차 이름은 ‘티볼리디젤’입니다. 요즘 웬만한 차종은 수동변속기 트림이 없는데 이 차종은 수동변속기까지 있고 연비도 1등급으로 자동변속기보다 획기적으로 높으니 딱 사장님 취향이네요. 근데 . . 사장님은 왜 마티즈 수동변속기를 샀어요?”
“당시 가격이 100만 원 이상 싸서요. 그리고 소형차는 힘이 약해 언덕길에서 자동변속기는 기아가 지맘대로 놀아서 정말 짜증나더라고요. 저는 언덕길 제 원하는 속도로 시원하게 못 넘으면 차 취급 안 합니다. 그러니 소형차는 스틱 아니면 안 되죠. 안 그래도 프라이드(자동변속기)는 얼마 전에 폐차했습니다. 저는 큰 차도 질색이지만 작은 차에 자동변속기 달린 것도 싫거든요. 그런데 애기아빠는 ‘벤츠s500' 사달라는데 돈이 썩어도 제가 사 주겠습니까.”
“지금 타고 있는 인피니티만 해도 근사하던데요 뭘. ... 일전에 장거리 갔을 때 타보니 엑셀에 발만 살짝 갖다 대도 금방 160킬로 나와버리데요. 커버길에서 그 속도에 그렇게 태연하게 속도 올려보기는 처음입니다. 대체 왜 벤츠s같은 큰 차가 필요하답니까?”
“다니면서 똥폼 잡으려는 거지 뭐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말했죠. 능력 있으면 니가 직접 벌어서 사라. .. 성질나면 지금 타고 있는 차도 뺐아버릴까보다.”
“사장님 돈 많은데 남편 기 세워주는 것도 나쁘진 않잖아요? 남자들은 대부분 허세가 있거든요. 능력이 없어도 고급차를 타고 싶은 욕구는 대부분 다 있다고 봅니다. 그 욕구를 좀 채워주면 더 잘할지도 모르죠.”
“안 봤어요? 요즘 하는 꼬라지 보세요. 벤츠는커녕 마티즈수동도 과한 사람입니다. 아우 . . 갑자기 또 열 받네.”
얘기를 하면서도 인터넷에서 티볼리를 검색하고는 여사장 왈,
“차가 제법 커네요? 마티즈보다 많이 커겠는데요? 와~ 부담스럽겠다... 그래도 디젤엔진에 수동변속기가 있으니 딱이네요. 커기는 금방 익숙되거든요.”
“사장님도 나처럼 수동변속기 마니아인 거 같은 데... 아직은 클러치 밟고 기어레버를 움직이는 동작이 자연스럽지만 나중에 나이가 더 들면 힘들지 않을까요? 지금 사지가 멀쩡한 청년들도 변속하는 일이 힘들어서 수동변속기 운전 못한다는 판에 노인네가.... 하하하...”
“머라고요? 클러치 밟는 일이 힘들다면 밥은 왜 먹습니까? 숟가락 드는 게 얼마나 힘든데요. 클러치 밟을 힘도 없을 정도로 노약해졌다면 운전 자체를 말아야죠. 그 정도면 자기가 운전하면서 남에게 피해를 주거든요. 사회를 위해서라도 운전하면 안 되죠. 좀 더 심하게 말하면 클러치 밟을 힘 없으면 죽어야 됩니다. 그게 본인이나 가족에게 좋습니다.”
“헉! . . . . ”
내가 본 여자 중 가장 과격한 여사장과의 인터뷰는 이후로도 계속되었지만 여기서 글을 마칩니다.
제조사들은 겁나 싫어라 하긋네효~
고객을 위해 제조사가 존재하는가
물 다 아니라는 게 진리죠. ㅋㅋ
운전자가가 터보가 달려서 잘 나간다길래 저는 그런 줄 알죠.
와~ 자연흡기가 그 정도면 터보는 대단하겠네요.
시속 170에서 커버를 돌아도 착 달라붙어면서 조용하더라구요.
소리를 봐서는 터보가 아닌 듯하기도 하네요.
운전자가 차를 잘 모르거둔요.
기름 많이 퍼먹는 건 확실하더군요
그런데 기름 소모에 비해 차가 조용하더군요.
몸값이 비싼 사람이라면... 남에게 허세를 부리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의 안전(다치면 병원비 이상의 휴업손실이 발생하죠... 일을 그만두게 된다면 더더욱 치명적이고...)을 위해서 차량을 선택하기도 해요... 그렇게 하다보면 좀 비싼 차량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분 좋을 때는 남편에게
그러면 s500 사라 돈 줄테니
이렇게 하면 또 남편이 망설이데요.
여사장은 큰 차라 해서 안전하다는 생각은 우습다고 합니다.
그러면 부자들이 다 버스나 전철 타고 다니지 왜 쬐그만한 승용차 타고 다니냐 이럽니다.
25톤 트럭의 총중량은 40톤이 넘습니다.
거기 받쳤는데 승용차가 큰차 작은차가 어디있나요.
승용차는 아무리 커도 대형차에 정면으로 받히면 사망입니다.
가장 안전한 차는 없고
가장 안전한 운전만 있을뿐이죠.
http://comic.naver.com/webtoon/detail.nhn?titleId=103759&no=94&seq
그리고
프리미엄 제작사들의 기함 정도가 아니면 대부분 박으니까 거기서 거기더군요.
시골에서 에쿠스가 경운기 트레일러를 뒤에서 박았는데 경운기는 멀쩡한데 에쿠스는 절단 났더군요.
요즘은 800cc 마티즈가 아니라 1리터짜리 거대 엔진을 단 '스파크'로 나오죠.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명색이 사내 대장부가 그것도 덩치가 산 만한 건장한 남자가 조그마한 여자에게 빌빌거리고
마누라가 고함 한 번 꽥 지르면 슬그머니 사라져서 담배나 빨아대는 꼴이 불쌍하더군요.
그래도 벤츠는 타고 싶어 마누라 눈치 보는 꼴이 가관입니다.
스카니아 수리비 2,400만원 달라는 거 제가 개입하여 0원으로 수리 받고 6개월짜리 보증서까지 받아냈죠.
장비 붐대 부러진 거 제조사에서 수리비 6천만원 달라는 거 붐 전문 제작사를 찾아서 1,500만원에 수리하게 해줬죠.
그 외 자잘한 것들 조언을 많이 해줬습니다.
특히 집이 좀 높은 데 있어 자동변속기차는 절대사절입니다.
여사장이 오일교환도 게을리하고 차를 워낙 험하게 몰아서 그렇지 관리만 잘 하면 수동변속기차는 기본 30만킬로는 아무 문제 없을 듯.
이젠 국산이 지겨워서..^^
전에 시내도댕길때 수동변속기...디지는줄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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