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본의아니게 남에게 큰 피해를 줄 때가 있습니다.
심지어 남의 목숨도 뻬앗을 수 있지요.
1.
군복무시절, 대도시안에 있는 부대에서 근무했습니다.
도시인지라 부대철조망근처로 민간인이 올라오는 경우가 있죠.
새벽경계근무 서던 어느날,
제가 근무서는 초소 바로 앞으로 가죽잠바입은 건장한 청년이 걸어올라오는 게 보였습니다.
제가 일병밖에 안되서 무척 긴장하며 보고 있었고,
가까이 다가오자 손들엇, 움직이면 쏜다, 암구어.
이렇게 외쳤습니다만,
너무 긴장한 탓에 저도모르게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습니다.
철컥.
다행히도 탄창엔 총알이 안들어있었지요.
들어있다고 해도, 그당시엔 공포탄만 지급됐지요.
요즘처럼 실탄지급했고,
그리고 장전되어 있었더라면,
그 사람은 이미 죽은 목숨이었을 겁니다.
단지, 동네 뒷동산인줄 알고 올라간 것 뿐인데.
단지, 너무 긴장한 일병만난 탓에...
제대한지한참 지났지만,
예비군도 이미 끝난지 오래지만,
여전히 그때의 떨리는 기억은 사라지지 않는군요.
2.
얼마전 새벽퇴근길.
편도 4차선의 국도.(제한속도 80km/h)
가로등이 없는 구간이라 무척 어두웠고
새벽3시쯤이라 지나는 차들도 없었습니다.
저는 출퇴근길이라 잘아는 길이었죠.
피곤해서 3차선으로 저속주행하고 있었습니다.
대략 60km/h.
골목길에서 진입하려는 이상한 물체발견.
하이빔을 켜고 주의요망.
그 물체는 4차선에서 1차선까지 대각선 진입...-_-
곡예운전하며 피해나갔습니다.
그 괴차량은 뒤에서 하이빔켜며 따라오더군요.
(아마 제차의 HID라이트를 보고 과속하는 양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분명 60km/h로 주행 중이었습니다)
뒤로 바짝 따라붙더니 4차선으로 추월시도.(정말 이해안되더군요 1,2차선으로 가지 왜?)
옆으로 올때보니 택시더군요.
술드셨나 운전은 왜그리 하시나...라는 생각과 함께
혈압이 올랐습니다.
평소 안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던 택시여서 더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택시는 급가속해서 4차선으로 추월하려 했습니다.
제 앞으로가서 브레이크를 밟으려는 것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 차가 작아보이고, 엠블렘도 다 떼서 흔히보는 차로 생각했겠지만,
그래도 SMG 달린 차입니다.
급가속이랄것도 없이 악셀을 지긋이 밟았습니다.
택시와 평행을 유지합니다.
저는 3차선 택시는 4차선.
이상태로 계속가면 택시는 죽음의 길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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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곳이었거든요.
택시는 앞에 길이 없는걸 알아차렸지만 계속 가속합니다.
제차를 추월하려 했나봅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최후의 순간.
브레이크 밟으면서 2차로로 비켜줬습니다.
아마 제가 비키지 않았다면 제차 옆구리를 스치며 막힌 길의
콘크리트더미에 정면 충돌했을 겁니다.
그 당시 속도에서라면 대형사고였을 겁니다.
대략 100km/h안팍쯤? 흥분한 상태여서 잘 모르겠습니다.
평소 택시에 대해 나쁜 감정이었고
순간적으로는 욕도 나오고 욱하는 맘이 들었지만
그리고 그 택시운전자가 아무리 개새끼라고 해도,
아무리 운전험하게 한다고 해도,
그래도 제게는 그 사람을 죽일 권리는 없습니다.
그 사람도 처자식이 있을테고, 없다면,
어머니, 아버지가 있을 겁니다.
저는 속도를 줄였고 그 택시는 시야에서 사라져 쉥하고 가버렸습니다.
3.
두 사건에서 아무 일도 없었지만,
아직도 심장이 두근거립니다.
소름끼칩니다.
단 1cm의 발끝하나,
단 1mm의 손끝하나로 다른 사람에게 큰 일을 일으킬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험하게 위협하는 택시는 나쁩니다.
그렇게 운전하다간 오래살지 못할 겁니다.
아무리 나쁜놈이어도,
그래봐야 택시운전하는 평범한 사람일 뿐입니다.
복수하고 응징해봐야 남는 건 찜찜함 뿐입니다.
만약 제가 그 택시 사고유발시키고,
제차와 접촉이 없어서 그냥 가버렸다면,
택시는 혼자 사고낸 걸로 처리됐을 겁니다.
그렇게 하면 기뻤을까요?
기쁘기는 커녕 편히 잠도 못잤을 겁니다.
그냥 너그럽게 삽시다.
그게 남는 겁니다.
한숨한번 푸욱 쉬면 다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