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file 시리즈의 한 내용과 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습니다.
다음의 이야기는 토론꺼리는 아니기에 그냥 이렇게 자유게시판에 씁니다.
(사실...진찾사의 게시판 구분이 잘 되지 않습니다. -_-)
제가 총 세번의 이상한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아래에 말씀 드릴 이야기는 그 중 가장 어이 없어서 -_- 주변의 지인들에게도 쉽게
터 놓고 얘기하지 못 하는 사건 입니다.
다만 그 사건의 현장에 같이 있었던 죽마고우 녀석과 가끔 술자리에서 이야기하며
어이 없는 허털 웃음을 지을 뿐 입니다.
1994년이라고 기억합니다.
군 제대를 하고 잠시 집에서 쉴 무렵이었죠.
저녁 7시가 넘은 시간 친한 친구 녀석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신천역 부근 술집인데 몇 사람과 같이 있다며 나오라는 것이었습니다.
그 친구 녀석은 군 면제자라서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을 알아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통화중에 잠시 물어보니 그날 한 회사의 면접이 있었답니다.
자세한 얘기는 나와서 들으랍니다.
제가 사는 곳은 송파구 방이동이라 신천역까지는 버스를 타고 30분 정도가 소요됩니다.
8시가 조금 넘은 시간, 신천의 한 술집에 도착 했습니다.
술자리엔 양복을 입은 어색한 모습의 녀석과 낯선 20대 후반?의 남성 두명이 있었고,
어느덧 술이 꽤 되었는지 다들 벌건 얼굴로 저를 맞이했습니다.
소주를 받아 들고 세명이 모인 이유에 대해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제 친구를 포함한 세 사람은 모두 한 회사의 면접 장소에서 그날 처음 만난 사이라더군요.
그들의 말에 따르면 하도 울화통이 터져서 의기투합 했답니다.
입사 제의를 받고 들뜬 마음에 며칠을 기다려 면접 장소에 가보니 분위기 요상한 피라미드
업체였다는거죠.
평소에 악성 피라미드 사업자들과 그 종사자들을 무시해오다가 자신들이 그 꾐에 빠져
양복까지 쫘악~ 빼입고 지난 며칠을 기다려 면접이랍시고 보러 갔다는것이 무척이나 창피하고
화가 나더랍니다.
그래서 세명이 중간에 빠져나와 오후 5시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는거죠.
그리고 그 세명 중 제일 막내이던 제 친구녀석은 제가 그 근처에 산다는 이유로 저를 불러내어
술집 안내-_-를 시키려던 겁니다. 그리고 분위기 좀 띄워 달라는 얘기를 하더군요.
씁쓸한 얼굴은 한 세사람에게 건배를 청하고는 분위기 쇄신을 꾀했습니다.
다행히도 제 친구 녀석과 한 남자는 어느새 형/동생 해가며 술을 주거니 받거니하며 기분을
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또 한사람의 20대 후반 남성.
갈색 뿔테 안경을 쓴, 조금 어두운 얼굴의 그 남자는 홀로 술잔만 들이키고 있었습니다.
제가 뭐라 말을 시켜도 그냥 쓸쓸히 웃기만 할 뿐 별 대답도 없더군요.
분위기를 바꿔 보려 찻수를 옮겨봐도 그 사람만은 계속 꿔다 놓은 보리자루 마냥 홀로 스스로를
고립시커 가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술을 마시다보니 어느덧 시각은 11시를 가리키고, 슬슬 일어나야 할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무렵.
그 사람이 드디어 입을 열었습니다.
"내가요. 내가 말입니다. 이상하게 일이 계속 꼬여요. 졸업한지 3년 되었는데 시험 보는 곳마다
낙방이고, 오라는 곳이 있어 가보면 오늘같은 경우가 대부분이죠."
누구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꼬인 혀에 억지로 힘을 줘가며 혼자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에이~!~! 형님.! 오늘 우리 셋다 바보 된거잖아요. 걍 풀어요. 풀어!!!"
제 친구 녀석은 낄낄 웃어대며 그 상황을 넘겨보려 했지만 그 남자는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나 어릴때 내 눈앞에서 누나가 죽었어요. 내 손 잡고 나갔다가 누나만 차에 치어 죽었어요. 나는 멀쩡하고...
그리고 고등학교때 부모님이 차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뒷자리의 나만 멀쩡하고...난 정말 재수 없는 놈이에요.
아니, 재수있는 놈인가? 하하하핫!"
혼자 큰 소리로 웃던 그의 눈에는 눈물까지 고여 있더군요.
솔직한 그 당시의 제 기분은...
'기분 더럽다' 였습니다.
누군지도 모르는, 그날 처음 본, 게다가 다시 볼 이유도 전혀 없을 사람에게서 그럼 우울한 이야기를
들어야 했고 게다가 어줍잖은 위로를 해야 한댜는게 몹시 불편했습니다.
그래서 친구 녀석과 그 옆의 유쾌한 남성에게 일어나야 할 시간인 된 것 같다고 얘기하고 일어섰습니다.
밖에 나와 있으니 친구가 다가와서 얘기하더군요.
요상한 자리에 불어서 미안하다고요. 그냥 기분이 너무 우울해서 친한 친구의 얼굴을 보고 싶었다고
하더군요. 저도 만나서 반가웠다고 얘기하곤 힘내라고 덧붙였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우린 신천의 술집 골목에서 택시를 잡으러 네명이 걸어 나오고 있었습니다.
친구 녀석과 유쾌한 남성은 10여 미터 앞서 둘이 어깨동무를 하고 걸어가고 있었고 저는 술에 취해
비척 거리를 그 우울한 남성을 부척해감 걷고 있었습니다.
정말 재수에 옴 붙은 날이라고 생각했지요. 크크~~ ^^;
한 백여미터 걸어 갔을까?!
인적이 뜸한 길의 가로등 밑에서 제가 부축하고 있던 그 사람이 그냥 고꾸라지는겁니다.
퍽!!
"어?어?? 이봐요. 괜찮아요?? 다치지 않았어요? 이봐요. 일어나세요."
앞서 가던 두 사람은 그 소리도 못 들었는지 노래까지 흥얼 거리며 계속 앞으로 가고 있었고
저는 당황해 신음 소리도 없이 엎어져있는 사람을 뒤집으며 다시 소리쳤습니다.
"이봐요. 괜찮아요? 일어나세요....어..어?????????????????????????????
우왁~~~~~~~~~~~~~~!!!!!!!!!!!!!!!!!!!!!!!!!!!!!!!!!!!!!!!!!!!!!!!!!"
저는 깜짝 놀라 저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지르며 뒤로 자빠졌습니다.
엎어진 사람을 뒤집으며 다친 곳이 없나 얼굴을 살피는데 그 사람의 얼굴이...
지난 4시간 동안 보아온 얼굴이 아닌 다른 사람의 얼굴인 것이었습니다.
가로등 밑의 조명에 의해 달라보이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사람의 얼굴이었던 것입니다.
너무 놀라 왁!하고 소리를 지르며 뒤로 자빠지자 어느덧 50미터 정도 앞서 갔던 친구가 뛰어 오더군요.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엉금엉금 뒤로 물러나며 그 사람의 얼굴을 손으로 가리키는데 또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 사람의 얼굴이 마치...
팔레트에 두가지 색상 이상의 물감을 서로 섞어 가듯 빙빙 회오리 모양으로 돌며 원래의 얼굴 모양으로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왜? tOT야... 무슨 일이야? 어? 이 양반 쓰러졌네. 제길...근데 넌 왜 비명을 지르고 난리야?"
"야...야...명호야(가명)... 저 사람...저 사람 이상해...얼굴이...얼굴이 다른 사람이야.아니!
다른 사람이었다가 변했다가...암튼 저 사람 이상해...무서워.."
저는 친구에게 횡설수설하듯 떠들어 댔습니다.
(그 다음날 그 친구와 전화 통화 하면서 들은 얘기로는 술 몇잔에 얼굴이 빨갛던 제 얼굴이 송장처럼
하얗게 변해 있더랍니다. 넘어진 사람에게서 눈도 못 떼고 벌벌 떨면서요...)
제 친구와 남은 한 사람이 넘어진 그 이상한 남자를 양쪽에서 부축해 택시에 태워 먼저 출발했고
저는 사람 많은 신천역 부근에서 잠시 숨을 돌려야 했습니다.
너무나 무서워 사람들 속에 있지 않으면 안 될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친구 녀석은 집으로 전화를 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떠들어 댔습니다.
넘어진 사람 옆에서 엉덩이를 깔고 뒤로 엉금엉금 기는 저의 모습에 대한 묘사와, 그 정신 잃은
사람을 택시 태워 그 사람이 산다던 동네에 내려 줬다는 얘기 등...
그 사람은 강북 OO동(기억이 안 납니다)에 산다던데 택시를 타고 가며 택시 운전수가
'OO동 입니다. 어느쪽으로 갈까요?'라고 친구에게 묻자 갑자기 벌떡 일어나 택시를 세우더니
택시비도 내지 않고 그냥 비척 거리며 사라졌다더군요.
결국 제 친구만 강북을 빙빙 돌아 집에 도착 해야 했답니다. 택시비만 수억 깨지고...쩝.
그리고 몇년 후,
TV에서 X-file 시리즈가 시작하더군요. 너무나 재미있게 보다가 어느날인가 얼굴을 변화 시키는
이상한 인물에 대한 내용이 방송 되더군요.
너무 놀랐습니다. 제가 본 모습 거의 그대로 묘사가 되어 있었거든요.
사람의 얼굴이 빙빙 돌듯이 섞이며 다른 얼굴로 변하는 모습...
제가 본 바로 그 모습과 거의 같았습니다.
온몸에 닭살이 돋더군요. 그리고 그 친구 녀석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야..너 예전에 피라미드에 끌려 갔을때...그래그래...그날 네가 피라미드 끌려 갔던건 내 기억에서
완전히 지우마. 알았다. 근데, 그날 네가 데려온 남자들과 술 먹다가 이상한 일 있었던거 기억하지?"
"응!@ 기억나지. 그러거보니. 너 진짜 그날 왜 그런거냐? 그날 네 모습 보고 아까운 술이 다 깨어
버렸다는거 아니냐. 뭐랬더라. 그 사람이 그사람이 아니라고 했던가..."
"그래. 맞아. 너 방금전에 X-file 봤냐?그때 내가 겪은거랑 똑같은게 방송 됐다니깐"
"X-file? 못 봤어.근데 너 아직도 그 얘기냐?너 그날 술도 거의 안 먹은게 지금까지 취한 소리를
하고 있냐? 암튼 나중에 재방송 보마."
벌써 10년 전 이야기네요.
이젠 모 대기업 건설사의 과장으로 있는 두 아이의 아빠가 된 그 녀석과 얼마전 소주를 한잔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의 이야기를 넌지시 또 물어봤지요. ^^;
"너 기억나냐? 그때 피라미드 사건 있던 날...내가 이상한 소리한거?@!"
"어...기억나지. 네가 그때 뭐랬더라..암튼 요상한 소리 한거 기억나지../"
그리고 그냥 서로 우스개소리로 넘기며 더이상 이야기 하지 않았습니다.
뭐라 설명할 말이 없으니까요.
가끔 방송에서 화면에 회오리 효과를 주면서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질때마다 그날의 그 사람을
생각하곤 합니다.
제가 본 것은 과연 뭘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