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아야~
나한테 올때라면, 술병은 버리고 오려므나!
걷기도 힘겨운데, 무겁게시리.....
그넘 없어도 서운할것 하나도 없다!
돌아보니, 술마실 나이가 삼년이나 남았을때 처음으로 친구들과 숨어서 마셨나보다.
시험기간에 공부하러 친구네 간다고 잡놈들 모여서 뒷산을 찾곤했지.
알큰한 취기가 신기하고 좋아서 시간나고 틈나면 모여서 한모금씩 마셨구나.
시험때마다 뒷동산을 올랐으니, 당연히 성적은 비틀거리며 내렸겠지.
스무살이 넘어서는, 술만 처먹고 다닌다며 욕이란 욕은 다 들으면서도, 자리가 즐거워 찾아다니며 마셨다.
굵은소금 몇조각이면 몸이 말을듣지 않을때까지 마실수도 있지만, 숯불에 지글지글 익어가는 삼겹 한조각, 꼼장어 한조각은 안주를 넘어 행복이었지.
어릴때는 술과 안주가 동일했고, 차츰 안주보다 술이 더 친숙해지기 시작했다.
힘든 돈벌이의 무게를 덜어주는 성분이 있었고, 빌려준 돈을 받지못할 지경이 됐을때는 슬픔을 달래주는 성분도 분명히 있었다.
니들이 '엄마'라고 불렀던 마누라가 배신하고 일찍 떠나버린 그날에는 아픔을 보듬어주는 성분도 확인했다.
너희들 먹이려고 음식을 시작하긴 했지만, 돌아보니 내 술안주를 만들었던 모양이다.
밥상 차리기 전에 맛을보고, 머리끝까지 화가나는 동태국을 맛나게 먹어주던 너희에게 미안해 속으로 울었었다.
딱, 속으로 흘린 눈물만큼만 술을 찾았다.
니들이 먹고남긴 찌개와 반찬들을 앞에두고 잠이든 너희를 보며 한잔, 다시볼 마누라 생각으로 한모금....
그러다 술기운에 모두 지워지면 잠들곤 했었구나.
애비가 동태탕을 숨겨두고 혼자 먹는다고 삐져서 일주일을 말없이 지냈던 그날.....
나름 동태탕에 자신이 생겼던 그날, 별 무리없이 재료들을 넣고 보글보글 끓어가는 시원한 내음에, 기대가 컸었다.
마지막 간을 하려고 새우젓 한숟갈을 넣었다.
뚜껑을 닫으려다 냄새가 이상해서 확인하지.
젠장맞을.....
새우젓에서 똥내가 나더구나.
한참을 고민했다.
이걸 어쩌나.....
결국 똥이 들어간 동태탕을 너희에게 줄수가 없어, 저녁 술안주로 내가 알뜰하게 먹어냈다.
너희는 동태탕을 숨겨두고 애비가 혼자 먹는다며 삐졌던 그날의 참사였다.
다음날 내게 이상이 없었던걸 보면, 어쩌면 너희에게 줬어도 괜찮았을 거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똥이 든 음식을 너희에게 먹일수가 없었다.
매 주말이면 쓰레기를 정리하곤 했었지.
어떤 종류의 쓰레기보다 술병들로 가득한 모습에 미안하고 챙피해서 다짐을 했었다.
'그래, 이따위로 살아서 뭐하나!
술을 끊자!'
그날 저녁까지의 생각일 뿐이지만, 나름 일주일에 한번씩 큰 결심을 하곤 했었다.
그러니 생각조차 없었다는, 당치않은 말일랑 치우거라.
실천이 어려워 그랬을뿐, 나름 결심은 매주 했었다.
집구석에 술병이 줄어들기 시작하면, 전쟁이라도 날듯이 불안해졌다.
술병을 가득 채워두면, 부자가 된듯 마음에도 여유가 생겼었다.
니들이 사진찍고, 낚시를 가고 여행을 다니듯이, 내게는 술병 모으는 취미가 있었다고 생각해라.
정 인정하기 싫거든 이렇게 하자.
니 애미, 한시라도 빨리 보고싶어 나름 노력했다 생각하자.
지금은 술 끊고, 니들이 아직도 보고파하는 애미랑 손 꼭 잡고서 산책이나 다닌다.
술도 지겹다.
다만, 니들은 내 취미를 닮지 않았다는게 기쁘고 또 다행이다.
나를 찾을때면, 무겁고 거추장스런 술병일랑 두고 오려므나.
쓰디쓴날이 있고 달디단 날도 있지요~~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나쁜 술한잔엔 친구도 떠나고...
나쁜 자리에 차칸수리…..ㅠ___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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