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영 대성엘텍 사장(왼쪽)이 서울 가산동 본사 연구소에서 한 직원과 신기술 개발 방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김병근 기자
“지난해 자동차 부품을 팔아 54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그러나 전자부품 사업이 90억원의 적자를 낸 탓에 연간 36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자동차 부품기업 대성엘텍(사장 김선영·58)의 얘기다.
오디오·비디오·내비게이션(AVN) 등 ‘카 멀티미디어’를 전문으로 하는 이 회사가 애물단지로 전락한 전자부품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주력 사업인 자동차 전장에 올인한다.
김선영 전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장(전무)을 지난 3월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한 배경이다. 김 사장은 “시너지가 안 나는 신사업 외도는 이제 끝”이라며 “대성엘텍이 정말 잘할 자신 있는 자동차에 핵심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기아차에서 30여년간 근무한 김 사장은 ‘글로벌 수출전사’로 통한다. 그런 만큼 그의 첫 작품도 해외시장 개척에서 나왔다. 당장 하반기부터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 1위를 기록한 GM 미국 본사용으로 납품을 시작한다.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쌍용차, 도요타, 크라이슬러에 이은 6번째 완성차 고객이다.
GM 납품용 부품은 중국 톈진공장에서 생산한다. 김 사장은 “톈진공장을 가전에서 자동차 라인으로 바꾸는 리모델링 작업이 막바지”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액정표시장치(LCD) TV 및 DVD용 부품을 만드는 인도네시아 법인도 철수, 적자의 근원을 뿌리째 뽑아낸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주력 사업의 경쟁력은 강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대성엘텍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으로 AVN을 만들어왔다. 현대모비스가 설계한 제품을 임가공하는 게 전부였다.
그러나 하반기를 기점으로 대성엘텍이 직접 설계하고 생산하는 물량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가기로 했다고 김 사장은 귀띔했다. 그는 “설계에서부터 생산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면 개발 기간 단축, 원가절감, 기술력 극대화 등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며 “AVN사업의 부가가치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수준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장 신제품 개발에도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기존 AVN에 커뮤니케이션(C)과 각종 운전보조기능(D)을 결합한 ‘AVNCD’ 데모 버전을 올해 안에 선보일 예정이다. 스마트폰을 자동차 LCD와 연동해 볼 수 있는 ‘미러링크’ 기능과 전·후방은 물론 측면까지 촬영 가능한 보조기능도 내장될 전망이다.
김 사장은 “최근 2년간 적자를 내면서도 매해 신기술 개발에 수십억원을 투자해왔다”며 “올해는 대성엘텍이 흑자 기반을 굳히고 글로벌 자동차 전장 전문기업으로 거듭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대성엘텍은 1997년 고 박병헌 회장이 창업했다. 지금은 박 회장의 차남인 박상규 전무가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매출 1264억원, 영업이익 2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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