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모터쇼 취재 차 스위스를 방문했다. 제네바 시내는 전 세계 자동차 관계자들이 모여들어 어느 때보다 북적였다. 일행은 프랑스 국경 부근에 있는 숙소를 잡은 터라 자동차로 2시간이 걸리는 거리를 오가야했다. 초행길 데다 이동량이 많은 국경 부근이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예상 외로 도로는 복잡하지 않았다. 신호 대기에 따른 정체 구간을 제외하면 교차로나 여러 차선이 합류되는 지점이라도 정속 주행이 가능했다. '차가 많지 않아 그런가보다' 생각도 잠시, 국내와 다른 유럽 운전자들의 관행이 눈에 띄었다.
그 중 가장 신선했던 건 '끼워주기'다. 한 번은 일행이 합류 지점에서 끼어들기를 시도하자 뒤차가 속력을 줄여 길을 터줬다. 차선을 바꿀 때도 방향지시등을 켜면 즉각 끼어들 공간이 생겼다. 끼어들기가 어렵다는 건 우리나라 초보 운전자에게만 해당하는 얘기인 듯싶었다.
사실 끼어드는 차를 우선적으로 배려하면 정속 주행을 유지할 수 있고, 정체 상황도 줄어든다. 합류 지점만 보더라도 끼어드는 자동차를 제때 넣어주지 않으면 순식간에 자동차가 꼬리를 물고 정체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속도로에서도 추월 차선에서 정속 주행 차선으로 변경하려는 차가 끼어들지 못하면 추월 차선은 금세 제 역할을 상실한다.
이 외에도 추월 차선의 역할이나 정지선을 지키려는 태도도 확실했다. 추월 차선에 적합하지 않은 자동차들은 곧 옆으로 비켜났고, 자동차뿐 아니라 오토바이 운전자들도 정지선을 준수했다. 또한 상대 운전자와 보행자를 먼저 배려, 신호등의 필요성을 줄였다. 도로 위 스트레스를 줄이고 교통을 더욱 원활케 한 이유로 판단됐다.
주말에 서울로 돌아와 운전을 했다. 끼어드는 차를 먼저 보내고 지나가는 보행자를 위해 차를 멈췄다. 먼저 가라는 손짓 한 번에 눈웃음이 오갔다. 꽉 막힌 도로는 그대로였지만 여유로움을 찾은 기분이었다. 다만 전제는 얌체가 아닌 불가피한 끼어들기에 해당되는 말일 게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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