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엔저에 힘입어 국내 시장에서 공격적인 가격인하로 판매확대를 꾀할 것이라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차들이 계속 고전하고 있다.

 BMW, 메르세데스-벤츠, 아우디 등 독일 럭셔리카에 비해 브랜드파워나 디젤차를 갖추지 못했고 제품 경쟁력이 향상된 현대기아차와 차별화되지 못한 게 원인으로 지적된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올해 수입차 시장이 21.3% 성장한 가운데 토요타 브랜드의 판매대수는 24.8% 감소한 6027대였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의 판매는 24.3% 증가한 3927대였으나 BMW(2만5088대), 벤츠(1만8584대), 아우디(1만4711대)와 비교하면 초라한 수준이다.

 2006년 판매대수 6581대로 점유율 16.24%까지 차지하며 수입차 시장 1위를 기록했고 2007년에 판매 대수 7520대, 점유율 14.09%로 2위를 차지했던 과거의 영화와는 거리가 있다.

 혼다코리아는 3913대를 팔아 35.5%의 신장률로 시장 성장률을 웃돌았지만 2008년 1만2356대를 팔아 20.04%의 점유율로 수입차 시장 1위였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몰락한 수준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주력차종인 중형세단 어코드를 비롯해 크로스투어, 오딧세이, 파일로트 등을 잇따라 투입했지만 어코드 2.4를 제외한 나머지 모델 판매는 미미했다.

 닛산은 알티마가 하반기로 갈수록 판매 호조를 보이며 40.2% 증가했지만 절대적인 판매규모가 2236대에 불과하다. 프리미엄 브랜드인 인피니티는 733대로 1년전 보다 오히려 9.2% 판매가 줄었다.

 수입차 업계에서는 ‘수입차=독일의 럭셔리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서 일본 대중차의 입지가 줄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고연비의 디젤차량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맞물렸다.

 한국토요타, 혼다코리아, 한국닛산 등 임포터 3사의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와 디젤엔진에 대한 시장의 쏠림현상을 당해 낼 수 없다”고 토로했다.

 토요타가 프리우스, 렉서스 300h 등 하이브리드차로 대응하고 있지만 물량공급이 충분하지 않기도 하거니와 ‘대세’를 거스르지는 못하고 있다.

 혼다는 어코드 3.5, 오딧세이, 크로스투어, 파일로트 등 배기량 3500cc의 가솔린 라인업으로 시장 트렌드에 전혀 부합하지 못했고 토요타와 달리 하이브리드 모델조차 재미를 못 봤다.

 닛산은 인피니티의 디젤 모델을 들여왔지만 역시 일본 브랜드의 한계를 경험해야 했다.

 그렇다고 상품성이 뒤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토요타 캠리, 혼다 어코드, 닛산 알티마는 9월 기준 미국 중형세단 시장에서 1,2,3위를 달리는 인기모델이다. 혼다 CR-V는 SUV 부문 1위다.

 일본차가 주력으로 공략해야 할 시장은 독일산 디젤 쪽이 아니라 현대기아차인데 라인업에서 일본차만의 고유한 특성이 없다는 점도 거론됐다.

 수입차 업계 고위 관계자는 “캠리, 어코드, 알티마 등은 미국시장에서 쏘나타와 겨루는 차종인데 국내서는 그랜저와 비슷한 가격을 매기고 그랜저와 경합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독일차처럼 현대기아차가 취약한 럭셔리카나 디젤차쪽을 공략해야 하는데 일본차 역시 그 부분이 약점”이라며 “상품성은 엇비슷한데 체감가격은 아직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격을 내리는 것 역시 쉽지 않다. 국내에 공장이 없어 물류비용 등을 줄이는데 구조적인 한계가 있는데다 기존 고객들의 중고차 가치나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강기택 기자
출처-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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