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 초과 달성한 김일성의 갓끈 전술
1972년에 김일성은, '남조선은 미국과 일본이라는 두 개의 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미국이라는 끈과 일본이라는 끈 중 어느 한쪽만 잘라도 남조선은 무너진다.'고 역설했다. 이른바 '갓끈 전술'이다. '갓끈 전술'에 기초하여 이후로 북한은 한-미-일 공조 중에서 가장 약한 고리인 한-일관계를 주타깃으로 삼았다. 한-일관계를 파탄시키기 위해 한국에서 과거사 이슈 등을 집요하게 끄집어내어 반일 감정을 부추기고, 지일파 한국인들을 '친일파'로 매도하는 등의 선동으로 북한은 줄기차게 한-일간 이간책을 구사해왔다.
문명사회에서 전혀 통할 것 같지 않았던 이러한 '갓끈 전술'은, 안타깝게도 김일성이 공언한 지, 50년도 채 안되어 거의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서 '갓끈 전술'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단계에 와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상징의 하나는, 한국 내에서 좀비 같이 확산되고 있는 <일본 주적 간주하기>라는 기현상이다. 이런 현상('일본 주적')은 이전에도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는 극소수였다. 그런데 지금은 공공연하게 언급되며 상당한 세를 이루고 있다.
'갓끈 전술'의 일환으로 전개된 반일 선동에 한국인들이 너무 쉽게 놀아나, 기본 중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적과 아군 구분>조차 못하게 되는 무지몽매 상황에 빠진 것이다. 김일성이 만약 살아있었다면, 자신의 전술이 예상보다 훨씬 쉽게 한국에 먹히는 것에 무척 기뻤을 것이다. 그런데, 김일성의 기쁨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두 개 끈 중 한쪽만 잘라내도 성공이라고 했는데, 일본이라는 갓끈은물론, 이제 미국이라는 갓끈까지 잘라내는 데 거의 성공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단적 예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일간 갈등이나 분쟁이 발생하면, 사태 확산 전에 미국이 적극 중재를 했다. 덕분에 한-일간에는 '극한 대립'(파국)까지는 가지 않았다. 미국의 중재는 주로, 일본으로 하여금 한국에 양보하도록 일본을 향해 압력을 가하는 식이었다.
따라서 이번 레이더 분쟁 같은 경우도 이전 같으면, 미국이 일본을 향해 '더이상 문제 삼지 말라'는 식으로 압력을 넣어 벌써 수습이 되고도 남았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한-일간 레이더 분쟁에 있어 미국은 중재를 위한 이렇다 할 움직임을 거의 안 보이고 있다. 한-일간 갈등 상황에서, 사실상 한국 편을 들어주던 이전의 미국이 더이상 아닌 것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은 지금, 일본이라는 갓끈도 떨어지고, 미국이라는 갓끈도 사실상 떨어진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황이 되었다. 이러니, 한쪽 끈만 떨어져도 성공이라고 기대했던 김일성이 느낄 기쁨은 충분히 두 배가 될 만할 것이다. 나아가, 떨어진 갓끈 두 개를, 새롭게 중국이라는 갓끈과 북한이라는 갓끈으로 아예 정식 교체하기 위해 노골적 행보를 보이는 오늘날 문재인 정권의 모습까지 지켜봤다면 김일성은 아마 너무 기쁜 나머지 그 자리에서 덩실덩실 춤이라도 추었을 것이다.
문명사회에서 전혀 통할 것 같지 않았던 공산당의 뻔한 전술이었는데도, 목표를 초과 달성하게 만들어줄 만큼 <김일성 갓끈 전술>에 무기력하게 놀아난 오늘날 한국인들은 참으로 답답하고 어리석어 보인다. 조선말기, 구한말 백성들의 수준이 아마 딱 이런 수준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때는 못배워서 그랬다는 핑계라도 가능하다. 하지만, 지금은 참으로 한심하기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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