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교회 담임목사 연봉이 3억원?
[제보취재] 전남 Y교회 담임목사의 연봉 내역을 공개합니다
조호진(mindle21) 기자
오마이뉴스는 최근 한 지방 소도시 교회의 올해 세입세출 예산서를 입수했습니다. 여기에 나타난 담임 목사의 지출내역을 공개합니다.
▲생활비 = 6400만원▲자녀학비보조 = 4920만원(특별 3000만원 / 원목 1920만원) ▲목회비 = 6000만원 ▲교역자 연구비 = 600만원 ▲교역자 도서비 = 480만원 ▲여비 = 360만원 ▲교역자 수양비 = 60만원
담임목사의 연봉은 모두 합쳐 2억2420만원입니다.
비단 이것 뿐만이 아닙니다. 이 교회 관계자는 "접대비 1000만원, 축·조위비 700만원, 도서 및 정보통신비 500만원을 비롯해 교회가 제공한 차량인 그랜저XG와 기름값, 30평 아파트와 각종 공과금 등을 모두 합치면 담임목사에게 쓰이는 비용은 2억원 가량 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이 교회 교육목사는 1320만원, 교육전도사는 840만원, 운전사는 1780만원, 청소원 1천만원 정도의 연봉을 받습니다. 어림잡아 담임목사와 20배 가량 차이가 납니다.
굳이 이같은 비교를 하지 않더라도 1200명 정도의 교인이 출석하는 이 교회의 올해 총예산 10억원5천만원 중 20%를 담임목사가 가져간다면 너무하는 게 아니냐는 비난을 받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전남 Y교회의 담임목사 김아무개(55)씨는 고액연봉 논란과 관련해 "교회가 부임할 때 결정한 것이다", "교회가 일괄적으로 주기 때문에 (고액연봉인지) 잘 모른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주장을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교회 예산 20% 담임목사가 차지... 청소원 연봉은 1천만원대 20배 차이
이 교회의 예산은 출석 교인들이 내는 십일조, 주일헌금, 추수헌금 등으로 충당된다고 합니다. 이 교회의 교인 대부분은 농업 관계자, 공무원, 소규모 자영업자 등 서민이며 노년층도 상당수라고 합니다. 교인들이 생활비를 줄이고 용돈을 아껴가며 헌금으로 내놓는 실정을 감안하면 담임목사의 생활비는 적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 교회는 버스 운전사 4명 중 2명을 내보내는 등 긴축재정으로 들어섰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해 1억2천만원이었던 담임목사의 연봉은 올해 1억2800만원으로 800만원이 인상됐다고 합니다. 목사들은 봉급생활자들과 달리 세금을 내지 않기 때문에 억대 연봉이 고스란히 수입으로 잡힌답니다.
김 담임목사는 또 미국 유학 중인 자녀가 졸업했는데도 불구하고 수 천 만원의 학비를 교회로부터 계속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교회의 한 관계자는 20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교회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던 김 목사의 아들과 딸의 학비 6920만원을 지원하면서 두 자녀가 졸업하면 학비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다"며 "아들은 2004년 졸업한 뒤 취업했고 딸은 2006년 졸업한 것으로 아는데 김 목사는 학비지원을 계속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김 목사는 이날 "특별예산 3천만원은 자녀가 졸업하든 졸업하지 않든 교육비로 지원하기로 한 것"이라면서 "항목만 그렇게('교역자자녀학비보조') 돼 있을 뿐 실제로는 내 교육비(원목 1920만원)이기 때문에 교회가 계속 지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일부 교인들은 김 목사가 교회에 부임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기로 약속했는 데 이를 어기고 시민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 교회 관계자는 "김 목사가 5년 전 부임할 때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고 한국 국적을 취득하기로 한 약속을 어긴 채 미국 시민권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김 목사는 한국에서 목회를 하고 있지만 미국 국적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언제든 미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입니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공식적으로 미국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말한 적이 없다"며 "서약이나 각서를 썼다면 도의적으로 책임지겠다"고 반박했고, 이 교회 관계자는 "김 목사가 '부임하면 시민권을 포기하겠다'고 면접할 때 발언했다"며 "그러나 문서로 작성하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자녀 학비 지원 중단해야" - "계속 줘야"... 미 시민권 포기 논란도
결국 지난해 10월 26일 이 교회 장로 13명은 김 목사가 ▲ 미국 시민권 포기 약속 위반 ▲ 부서 임원에 독단으로 측근 임명 ▲ 교회 재정 마음대로 사용 ▲ 당회를 독단으로 운영 ▲ 부목사 청빙시 장로 도장 임의 사용 ▲ 치리권(징계권) 남용 등의 이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합동) 지역노회에 고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김 목사는 "부서 임원을 측근으로 임명했다고 하는 것은 그들의 주장일 뿐이다", "치리권(징계권)을 남용했다고 하는데 그런 적이 없으며 면직된 장로를 복귀시켰다", "장로들이 교회에 도장을 맡긴 것 자체가 위임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담임목사의 억대 연봉과 도덕성 시비로 한 교회가 들썩이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은 어느 쪽 주장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리고 그런 교회 나가는 사람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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