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선두 업체들이 전기차 모델을 선보이기는 했으나 현재 정부 보조금을 받는 공공기관이 아닌 일반 소비자가 실제로 구입할 수 있는 전기차는 사실상 없다.
또 최초 구입가가 높고 충전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전기차가 얼마나 빨리 대중화할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이런 배경은 차치하더라도 차 자체로서 전기차에는 운전자를 사로잡을 만한 매력이 있을까. 이런 궁금증을 안고 4일 폴크스바겐이 한국에 처음 소개한 전기차인 '골프 블루-e-모션'을 만나봤다.
이 차는 기존에 있던 준중형 해치백 골프 6세대 모델을 바탕으로 만든 전기차다. 아직 연구용 차량이며 내년에 나올 양산차는 7세대 골프를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역시 겉모습에서는 골프 내연기관 모델과의 차이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운전석에 올라타 키를 오른쪽으로 돌리자 '딸깍' 두 차례 소리가 나고선 별다른 반응이 없다. 조수석에 앉은 엔지니어가 "이미 시동이 걸린 것"이라고 알려준다.
차고를 벗어나 서서히 가속페달을 밟자 차가 앞으로 힘차게 나갔다. 페달을 계속 밟자 '아무렇지 않게' 속도가 100㎞/h까지 쭉 올라갔다.
전기차 특유의 정숙성과 더불어 속도를 올릴 때 차가 딱히 힘을 쓰지 않는 듯이 느껴질 만큼 매끄러운 주행감이 인상적이었다.
시승한 곳은 인천 연수구 송도 컨벤시아에서 영종도까지 왕복 58㎞ 구간. 이 차의 최고 속도인 135㎞/h까지 올려봐도 전기모터가 돌아가는 '쉬익쉭' 소리만 계속될 뿐 차는 여전히 조용하고 부드럽게 달려나갔다.
가속페달에서 발을 떼자 계기판 바늘이 0rpm 아래쪽의 초록색 구간으로 들어섰고 화면 속에 그려진 차의 앞부분에 초록색 빛이 반짝였다. 배터리가 충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주행 모드를 '보통(Normal)'에서 '에코(Eco)'로 바꾸자 가속 페달을 밟아도 120㎞/h 이상 속도가 올라가지 않았다. 이어 '레인지(Range)' 모드로 바꾸자 에어컨도 서서히 약해졌다.
자동 기어 변환 레버와 핸들 뒤에 달린 패들 시프트를 조작하면 제동 에너지를 얼마나 회수할지 조절할 수 있었다. 경제적인 운전을 위한 센스가 곳곳에 엿보였다.
연구용 차량이지만 양산차의 가능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을 만큼 완성도가 있었다. 특히 '잘 가고 잘 돌고 잘 서는' 주행 성능은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을 크게 높였다.
배터리 충전량 99%에서 출발해 58㎞ 주행을 모두 마친 뒤 계기판에 표시된 잔량은 42%. 보통의 주행 환경에서는 150㎞를 달릴 수 있지만 급한 가속을 자주 하거나 시승이 진행된 날처럼 비가 오는 날에는 소모량이 더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남은 문제는 양산차가 생산돼 국내에 들어올 때의 가격이다. 아직 가격은 정해지지 않은 상태. 폴크스바겐 코리아 관계자는 "이제까지 폴크스바겐 가격 정책을 보면 아주 터무니없는 값이 매겨지지는 않을 것 같다"고 귀띔했다.
김지연 기자 cherora@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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