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게시판 자주 놀러오면서 항상 느끼는거지만..
디젤 특히 CRDI, VGT 차량에 대한 환상이나 잘못된 편견이 너무 많은 듯 합니다.
저 역시 한때 CRDI 차량 타고 다니며 칼질 무지막지하게 해댔고 최고속 경쟁 많이 해봤습니다.
우선 글을 이어나가기에 앞서 이 자리를 빌어 저의 칼치기에 희생된 수많은 무고한 국민들에게 사과말씀을..
그렇다고 뭐 거창한 글을 쓰자는게 아니라..
매일매일 하루 평균 200키로 , 2년간 8만키로 정도를 경부고속도로에서 새벽, 밤 시간 늘상 쏘다닌 경험으론..
(제가 탔던 차량은 쏘렌토 WGT이며 1년간 순정, 그 뒤로 ECU, 골뱅이 튠을 해서 현재 VGT 정도의 성능이었음)
디젤 SUV로 단순한 최고속이나 가속력 경쟁을 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겁니다.
(이하의 글은 순정 상태에서의 얘기입니다. 이기기 위해 맘먹고 튜닝한다면 못이길 차량이 어디에 있겠습니까)
한적한 고속도로를 매일 다니다보니 거의 매일 최고속에 도전하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수많은 배틀을 했지만..
(혹자는 경부고속도로에서 200 달리는게 가능하냐고 하지만 차 뜸한 시간에는 당연히 가능합니다 ㅎㅎ)
여기서 심심치 않게 비교되는 2000CC 가솔린 세단.. 국산 디젤 SUV로는 이기는 것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도로여건에 따라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소위 따버리는 것은 불가능하더군요..
180~190까진 비슷하게 가지만 그 이상의 영역으로 올라가면 이건 뭐.. 질 수 밖에 없다는..
10분 이상 180 이상으로 내지를 수 있는 도로 여건이다 보니 2년간 비슷한 경험을 수도없이 반복했습니다.
이때 불거져 나올만한 반론.. 언덕에서의 가속력.. 물론 토크가 높은 SUV가 약간 우세한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것도 어느정도 탄력이 붙었을 때의 얘기죠.. 차량이 많아 100키로 정도로 떨어지면 오히려 더 더딥니다.
사실 2000CC가 아니라 요즘 1600CC짜리 준준형조차도 순정 상태로는 상대하는 것이 버거운게 현실입니다.
제 아무리 170마력이니 40대의 토크니 떠들어도 무거운 덩치 때문에 운동 성능에는 당연히 한계가 있는거죠.
그리고 SUV끼리만 보더라도 다 고만고만합니다. 렉2, 칸파플, 소렌VGT 다 거기서 거기인 넘들이죠..
또한 최고속만 따진다면 SUV는 아니지만 같은 터보 디젤 차량인 카니발2를 이길 차량은 국산 SUV 중에선 없죠.
시속 190까지 탄력발이 아닌 엔진 힘으로 가속을 꾸준히 붙이는 국산 디젤 차량은 경험상 카니발2 뿐이였다는..
사실 이것도 배기량이 깡패니 이런게 아니라 카니발의 세팅이 고속위주로 되어 있어 가능한겁니다.
실제 출력은 2500CC VGT가 오히려 더 나으면 낫지 모자라진 않죠(언덕 가속을 해보면 카니발이 뒤집니다).
만약 무조건 배기량이 깡패라면 고속도로의 최강자는 토크빨 끝내주는 고속버스가 되어야 한다는..
현재 여러가지 사정 상 힘 없다는 LPG 차량을 타고 있지만..
순간 응답성은 물론이고 최고속 영역에서 RPM 빨로 밀어 붙이는 맛은 LPG임에도 디젤에 뒤짐이 없다는..
반면 디젤 SUV들.. 일단 탄력 붙으면 무섭지만.. 처음 출발할 땐 무지 답답하죠. 반박자 느린 응답성..
그런 차량을 가지고 속도 경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무의미한 것인지..
요즘 들어와서 1년 전까지 무식하게 SUV를 다루던 때를 생각을 하면 정말 부끄럽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잘 나가는 차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 키 큰 차로 체감상 조금 더 잘나가게 느껴질 뿐인 것을 무슨 스포츠카 마냥..
돌이켜보면 SUV를 몰면서 가장 즐거웠던 때는 최고속으로 질주하던 때가 아니라..
낮은 RPM에서도 넉넉하게 뿜어져 나오는 토크빨을 느끼며 넓은 시야로 탁트인 도로를 여유있게 달리던 때...
그리고 많은 사람과 많은 짐을 싣고 에어콘까지 켰음에도 혼자 탈때랑 별 차이가 없는 넉넉한 파워..
지금도 그 느낌만큼은 정말 그립습니다. 살인적인 경유값을 생각하면 다시 되돌아가기는 싫지만요..
요즘의 디젤 SUV 및 RV들.. 과급기로 인해 순정 가솔린 차량 부럽지 않게 잘 나가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RV라면 여유있는 공간에 가족들을 편하게 태워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여기저기 여행 다닐 때..
SUV라면 험로든 고속도로든 어떠한 길이라도 넉넉한 파워로 여유있는 드라이브를 만끽할 때..
그러한 때 비로소 그 비싸디 비싼 키큰 디젤 차량의 가치가 빛나지 않는 것일까 하는 생각을 하며,
더 이상의 디젤 SUV 논란이 없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글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