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의 아픈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고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러시아 도시 중(블라디보스톡, 하바로프스크, 사할린)의 하나이며 특히 섬이라는 점이 왠지 끌려서 최근에 4박5일 자유여행으로 다녀 왔습니다.
태국이나 필리핀, 베트남 같은 동남아시아 유명관광지의 화려함과는 전혀 먼 도시인지라 주요여행사 패키지상품에는 들어 있지도 않고 실제로 가 보니 한국인이 좋아할 만한 관광자원은 많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행이라는 것은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다른 나라의 생활습관, 관습, 의식주 등등 새로운 문화를 체험하는 것에 또 다른 의미를 둔다면 나름 재미있고 추억이 있는 여행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그냥 매년 태국의 푸켓, 파타야 필리핀의 세부, 보라카이 등등의 유명하계휴양지 풀빌라에서 푹 쉬고 오는...즉 말 그대로 휴양도 한두번이지 두 번 가니까 별로더라구요.
물론 이것은 사람마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르기 때문에 지극히 저의 관점에서만 생각하는 것이니 오해 없으시기 바랍니다.
서두가 많이 길어졌습니다.
제가 아는 러시아어라고는 유일하게 "스파씨바"밖에 모르고 주요여행사의 패키지상품도 사할린은 다루고 있지를 않아서 가기 전에는 오로지 블로그와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수집한 것이 전부이었고 현지에 도착해서는 인터넷 앱(구글지도, 얀덱스지도, 2gis, 막심, 러시아회화 등등 대여섯개)이 전부이었습니다.
언어를 전혀 모르니 고생하는 것은 수족이요 하루에 한끼밖에 제대로 못 먹는 날도 이틀인가 있었습니다.
아침, 저녁은 마트에서 우유나 간식거리로 대충 떼우고 점심 한 끼만 제대로 먹은 것 같습니다.
하루는 코르사코프라는 도시(사할린 섬의 최남단 항구 도시이며 실향민의 아픔을 위로하는 망향의 탑이 있음)를 방문했었을 때의 일입니다.
그 날 일정을 순조롭게 다 끝내고 기차로 사할린으로 돌아 오려고 코르사코프 기차역에 도착했는데 마침 그 때까지 화장실이 좀 급했었는데 참다가 기차역에 도착하면 거기서 용무를 해결해야지 라고 생각했는데...
왠걸...
기차역이 문이 굳게 닫겨져 있습니다.
기차역 입구 유리창에는 A4용지에 러시아어로 뭐라고 뭐라고 쓰여있는데 당연히 알 수가 없지요..
하얀 것은 종이이고 까만 것은 글씨요 스마트폰 앱으로는 도저히 해석을 할 수가 없고 제가 미리 확인한 기차시간은 다가 오는데 화장실은 급하고 그렇다고 동방예의지국에서 온 한국인이 아무데서나 노상방뇨를 할 수 없어서 부리나케 인근 주택가로 가서 동네 백인아줌마에게 "뚜알렛(영어의 토일렛과 발음이 비슷함)"이라고 말하니 간이화장실을 손가락으로 가리켜 주시더군요..
정말 그렇게 급박한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결코 들어가지 않았을 간이화장실(냄새 으으윽~~)에서 어쨌든 근심을 해결하고 다시 코르사코프 역 쪽으로 걸어가는데 그 동네 5층 정도의 건물외벽을 수리하는 인부들의 일하는 모습이 한국과 좀 달라서(내 눈에는 안전장치가 부족한 것 같아서 좀 위험해 보였음) 휴대폰으로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근데 제가 사진을 찍는 것을 본 한 사람의 인부(아마 현장감독인가 봅니다.)가 얼굴이 좀 어두워지면서 저를 보고 다시 러시아어로 뭐라고 뭐라고 강하게 말을 하더군요.
아마 제가 사진찍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영어로 뭐라고 뭐라고 해명하고 저쪽에서는 러시아어로 ~시발로무스키 ~개스키하면서 말하니 대화가 될리가 있나요.
근데 그 공사현장의 3층인가 4층인가에서 외벽을 수리하는(시멘트 미장처리) 인부가 저보고 어눌한 말투로..
"어디서 왔어요?? 한쿡에서 왔어요??"라고 물어 봅니다.
그래서 제가 마침 반가운 한국어를 들었기에
"예. 한국에서 왔습니다."
라고 말을 하니 그 친구 얼굴이 밝아지면서 자기가 한국에서 일을 했었다면서 옆에 있는 다른 동료들한테도 제가 한국에서 왔다라고 말을 하니 금방 여러 명의 인부들 얼굴이 밝아지면서 저보고 역시 또 밝은 얼굴로 어눌한 한국 인사말 몇마디를 던지더군요.
그래서 방금 전까지 저에 대해서 안 좋은 눈초리로 대했던 현장감독도 얼굴이 밝게 변하고 그 현장에서 저는 갑자기 스타(?)가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기야 자유여행으로 사할린 항구도시 코르사코프까지, 그것도 동네까지 들어 온 한국사람은 아마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게 몇 분 동안 여러 명의 인부들도 저를 보고 반갑다고 인사하고 이야기하자고 손짓하고 오라고 하는데 제가 기차시간이 바빠서 완곡히 거절하고 기차역 쪽으로 갔습니다.
저는 그 때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최소한 이 인부들(주로 키르키즈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등 중앙아시아 계통입니다. 슬라브민족은 거의 없습니다.)은 한국에서 노동자로 근무하거나 생산공장에서 힘든 일을 하면서 사장님은 좋은 분을 만났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만일 한국사장님이 임금을 체불하고 비인격적으로 대했었으면 과연 사할린 코르사코프 시골 동네에서 한국인을 대했었을 때 절대로 저렇게 호의적으로 대하지는 않았었을 것입니다.
한국인 특성이 백인들에게는 너무나 관대하고 한없이 친절한 반면 유색인종인 흑인이나 동남아시아인들은 우리나라보다 못 산다고, 생김새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그들을 멸시하고 깔보고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는 등등...정말 좋지 않은 습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합니다.
백인이든 황인이든 흑인이든 모든 인격체는 인간 그 자체로 평등한 것이며 절대로 피부색이나 잘 사느냐 못 사느냐를 가지고 사람을 차별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입니다.
저도 이번에 사할린에서 이런 경험을 하고 나서 한국에 돌아가면 모든 외국인들에게 평등하게 친절하게 잘 대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두서없이 느낀 점을 적었습니다.
아참~~ 그리고 정말 사할린 이 동네에도 한류는 대단합니다.
코르사코프 중앙광장에서 식당을 찿느라 마침 같은 벤치에 앉아 있는 한국인3세같은 동양계 소녀(중3 정도의 나이)에게 영어로 물었다가 제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는 주위에 있던 7~8명의 그 학생의 친구들에게 둘러쌓여서 한 30분을 모진 고문(?)을 당했습니다.
저도 모르는 한국아이돌 그룹을 아느냐...그 중에서 멤버 누구를 제일 좋아하느냐.... 등등 소녀시대와 씨스타 외에는 걸그룹이나 아이돌 그룹은 이름 정도만 아는데 그 학생들은 구성원까지 모두 알고 저에게 누구를 좋아하느냐... 등등 마구마구 물어대는데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
그냥 무시하고 가자니 그 학생들의 똘망똘망한 눈을 차마 외면할 수가 없어서 어찌저찌하여 위기는 모면했는데 지나고 보니 그것도 추억이 되더군요.....
정말 아주 진땀을 뺐습니다...
제가 한국아이돌 그룹의 덕을 보는 날도 있더군요..
이 외에도 여러 에피소드가 많은 4박5일이었지만 대표적으로 생각나는 것이 이 두가지이네요..
아참....
기차역이 왜 문을 닫았는지 그 의문이 풀렸습니다.
이 역시 이 동네 사는 한인3세의 도움을 받았습니다.(아쉽게도 한국말은 전혀 못 합니다.)
제가 문닫힌 기차역에서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어쩔줄 몰라하고 있으니 우연히 거기에 들른 한국인 3세가 제가 한국사람인 것을 알고 영어로 설명을 해 주더군요.
결론은 기차이용객이 적어서 역사는 영업을 하지 않고 있으며 기차는 정시에 도착하고 역사 옆 뚫린 공간으로 철길 앞에까지 가서 직접 기차에 승차해서 요금을 기차 차장에게 납부하는 시스템이더군요..
그래도 명색이 사할린에서 3번째로 큰 도시인데 기차이용객이 거의 없다는 것에 깜짝 놀랐습니다.
결국 7시54분에 기차는 정확히 도착하고 그 역에서 기차를 탄 사람은 제가 유일하고 사할린 역에까지 갈 때까지 총 4명만 기차를 이용하더군요..
이 역시 잊지 못 할 추억이었습니다.
제가 사할린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갔다 왔지만 그래도 혹시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좀 늦게 답변드릴 수도 있어요..
정말 눈꼽만치 아는 범위 내에서만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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