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들과 아내는 먼 타국으로 떠납니다.
이 글을 보는 보배 형님들...저에게 '경축!' 하실 수 있지만
저는 매우 힘든 상황입니다.
그동안 빨리 외국 학교 가고 싶다며 아빠보다는 집에 두고 갈 거북이와 붕어를 걱정하는 철없는 녀석이 지금 잠을 뒤척이며 이제야 아빠랑 헤어지는 게 실감나는지 "아빠 옆에서 자면 안돼?"라고 합니다. 언제 이렇게 컸는지 세상에 갓 나왔을 때 혹시 부서질까 조마조마했는데 이제는 초6이 덩치가 저만 하네요. 방귀 조절을 마음만 먹으면 리듬있게 해 내는 녀석인데... 이제 당분간 못 듣게 되니...
참 감정이 널뛰기를 합니다.
남들은 돈이 많아 가는 유학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제가 해 줄 수 있는 게 거의 없습니다. 아내가 13년 직장 생활하며 모은 돈으로 가는 것이고 저야 고작 한 달 방세 정도만 보내주면 되고 제 능력이 넉넉치 않음을 알기에 본인도 그곳에서 경제적으로 자립할 연구를 하고 있는 아내입니다.
아들의 유학도 유학이지만 그동안 영어 공부 하고 싶었던 아내의 소원 '더 늙기 전에 이 에너지가 꺼지기 전에' 다녀와야 한다고 오히려 제가 부추겼습니다. 그래서 이 결정이 기쁘고 응원만 해 줄거라 생각했는데...제가 아내를...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는 사랑하는 모양입니다. 이 결정이 잘한 것일까! 아내와 아들의 타국생활보다는 이기적인 나의 감정인 외로움을 어찌 이겨내나 그 걱정뿐입니다. 못난 놈!
'오빠 나 회사 그만 두고 한달만 쉬다가 나갈래!'했는데 회사 대표가 붙잡고 붙잡아 출국 일주일 전에야 자유의 몸이 되었습니다. 회사대표님이 여자 분인데 마지막 날 집으로 회사 부서원들까지 초대해서 손수 저녁을 만들어 '그동안 애썼다'하시며 표창장을 수여하셨다 합니다. 정년퇴임도 아닌데 표창장 받은 퇴직자? 제 아내가 참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퇴직 후 일주일 동안 매일 한 두명씩 집에 찾아 오는데 전직 퇴직자 후배 현직 후배들이 인사를 하러 옵니다. 여비에 보태라고 봉투를 꼭 두고 가는데...봉투에 기본 30만원 50만원입니다. '저ㅜ여자 도대체 어떻게 직장생활을 했기에...' 참고로 제 아내 연봉이 3000 정도인 보통의 직장인입니다.
'오빠 국은... 반찬은...' 국을 3통을 끓여 1인분씩 냉동팩을 만들어 놨습니다. 반찬은 적어도 한 달은 먹을 정도로 쟁여 놓습니다.
다리가 예뻐서 반했고 결혼 전 어머니 병간호 하는 모습에 결혼 결심했습니다(그 때 어머니가 본인 스스로 시한부라고 하셨는데ㅠ 지금은 저보다 더 건강하심 ㅎ)
그런 아내와 아들이 내일 저녁 8시50분 비행기로 떠납니다.
다들 제가 '아싸'할거라 기대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못하네요. 저도 장기리 운전하려면 빨리 자야 하는데 도저히 이 감정이 주체가 안돼... 몇자 적습니다.
부모중에 한명이 취업비자를 받아 3이 같이가는게 맞는거죠.
그럼 비용도 저렴해질거고...
인생 짧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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