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수산시장의 반전 “손님 2배 늘었어요”
오염수에 개점휴업 우려했지만…
방문객과 매출도 늘었다. 해양수산부가 방류 직후인 25~27일 노량진수산시장 소매점 35곳과 식당 4곳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방류 직전(18~20일)보다 10% 이상 올랐다. 차덕호 상인회장은 “방류 전에 비해 손님이 2배로 늘었다”며 “역대급 8월 매출을 기록했다는 가게도 있다”고 했다. 상인들 사이에선 “2주 연속 높은 매출이 유지되는 것을 보니 일시적 사재기 현상이 아닌 것 같다”는 말이 나온다.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비과학적 주장’이 젊은 층의 반발을 샀다는 분석도 있다. 차덕호 상인회장은 “광우병 사태 때와 달리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과학적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오염수 때문에 수산물을 안 먹는다는 젊은 고객은 거의 못 봤다”고 했다.
정부가 수산물 소비를 장려하고 나선 것도 주효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정부·여당 관계자가 최근 적극적으로 수산 시장을 찾은 것도, 지난달부터 시작된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도 효과를 봤다. 수산시장에서 쓴 돈의 30%를 온누리 상품권(하루 최대 2만원)으로 되돌려받는다. 수협노량진수산 관계자는 “2일에는 1시간 반 넘게 줄을 서서 상품권 환급을 받는 고객도 많았다”고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열흘째인 3일 오후 2시쯤 국내 최대 규모의 수산물시장인 서울 동작구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 1층 소매 구역은 수산물을 보기 위해 몰린 손님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폭이 1m 남짓 되는 시장 통로는 구경하는 사람들로 꽉 차서 지나다니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가게마다 어림잡아 4~5명씩은 흥정하는 손님들이 모여 있었다. 2층 새우튀김 가게 앞에도 대기 인원이 10명 이상 있었고, 회를 떠서 바로 먹는 식당들도 점심 시간이 지났는데도 빈 테이블을 찾기가 어려웠다.
2층 건어물 판매 구역 로비에 마련된 ‘온누리 상품권 환급 행사’ 운영 부스에는 100여 명의 손님이 30m 이상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달 31일부터 3만4000원 이상을 구매하면 1만원, 6만7000원 이상을 구매하면 2만원짜리 온누리 상품권을 주는 이벤트 현장이었다. 인천에서 온 이모(61)씨는 “1만원짜리 상품권을 받으려면 3만4000원 이상 구매해야 한다고 해서 일부러 그 금액에 맞춰서 좀 더 샀다”며 “대통령도 다녀가고 했으니까 안전하겠다 싶어서 왔다”고 했다.
2~4층에 걸쳐 있는 주차장은 이날 온종일 만차 상태였다. 780여 대를 댈 수 있는데, 빈자리가 날 때까지 보통 10분 이상씩을 기다려야 했다. 이 시장 주차장에서 10년 넘게 일했다는 이모(66)씨는 “오염수 때문에 방문객이 뚝 떨어지지 않을까 걱정했었는데, 이렇게 사람이 몰려 내가 힘들어 질 줄은 몰랐다”며 “분명히 예년 이맘때에 비해 많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노량진수산시장의 반전이다. 늦여름 수산시장 특성을 고려하면 이례적이고 놀라운 장면이다. 수산업계에 따르면 6~8월은 대부분 물고기가 잘 잡히지 않는 ‘금어기’인 데다 무더운 날씨로 회에 대한 수요가 떨어지는 시기다. 여기에 휴가철 시민들의 발길이 뜸해지고 주머니 사정도 좋지 않아 추석 대목 때까지는 상인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시기’로 불린다.
때아닌 호황에 노량진수산시장 상인들은 반가우면서도 놀란 표정이다. 소라와 대게 등을 주로 파는 상인 박모(46)씨는 “온누리 상품권 주느냐고 묻는 손님이 하루 10명 이상은 되는 것 같다”며 “8월은 수산물이 잘 팔리는 시기도 아닌데 상품권 덕인지 작년보다 손님이 2배는 늘어난 느낌”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한 상인은 “무더위가 물러나는 8월 말, 9월 초가 되면 보통 손님이 늘기는 하는데, 예년에 비해 갑자기 늘어났다”며 “후쿠시마 오염수 어쩌고 하면서 하도 떠들어서 시민들이 더 찾아오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활어, 전복, 대게 등을 판매하는 12년 차 상인 정모(62)씨는 “‘오염수가 걱정된다’는 고객들도 있지만, 펄떡펄떡 뛰는 수산물을 보면 ‘에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겠느냐’며 횟감을 사간다”고 했고, 활어회를 파는 신모(47)씨도 “2층 로비까지 사람이 꽉 늘어서는 걸 8월 내내 본 적이 없는데, 대통령이 다녀가고 하루 이틀 만에 시장이 붐비기 시작했다. ‘대통령이 왔으니 믿고 왔다’는 손님도 여럿 만났다”고 했다.
시장은 찾은 시민들은 ‘오염수 괴담’에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경기 부천에서 1시간 정도 걸려 왔다는 주부 김모(70)씨는 조기와 가자미를 포함한 수산물 10만원어치를 구매했다. 그는 “오염수 방류는 4~5년이나 있어야 영향을 미친다고 하고, 현재는 과학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하니까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그냥 먹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 동작구에서 온 박모(72)씨도 “오징어나 새우를 구매하려고 노량진을 자주 찾는 편인데, 자녀들이 ‘걱정된다’고 성화이긴 하지만 정부에서 괜찮다고 하니 믿고 왔다”고 했다. 강남구에서 온 이모(33)씨는 “가족들이 해산물을 좋아해 오염수 관련 과학 정보나 기사를 엄청 찾아봤다”며 “정부에서 매일 오염수 수치 발표를 하는 것 말고 과학적으로 검증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가을 전어와 꽃게 등 제철 수산물 가격이 떨어진 것도 시민들이 몰려드는 이유 중 하나다. 광어와 우럭 등 양식 활어들은 예년과 가격이 비슷한 수준이지만, 전어와 꽃게 등 제철 수산물은 작년에 비해 40~50% 싸게 맛볼 수 있다. 1kg당 4만~5만원 하던 전어가 올해는 2만~3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전어를 판매 중인 정모(58)씨는 “지난해 유독 기름 값이 오르고 수온이 높아 어획량이 줄어드는 바람에 전어 값이 확 뛰었는데, 올해는 그보다 많이 잡히고 있고 수요마저 위축돼 가격이 싸게 형성됐다”며 “제철 수산물 좋아하는 고객들 입장에선 이만큼 좋은 기회도 없다”고 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3808303?sid=101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79/0003808303?sid=101
기사 사진 바바라. 저게 시장이냐? 상품권 받아가려고 하는 애들 줄 선 거지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