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루트 하마스 사무실에 드론 이용한 표적 공습, 알아루리는 서열 3위로, 11월 휴전 협상 담당자 하마스 “모든 협상 중단” 헤즈볼라 보복 대응 예고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최고위급 인사를 처단하기 위해 레바논의 수도를 폭격하는 ‘무리수’를 뒀다. 작전에는 성공했지만 하마스와 레바논, 이란이 강력 반발면서 확전 가능성이 전쟁 발발 이후 최고조로 높아졌다. 사살당한 인사가 휴전 협상을 담당했던 인물이라 전쟁 격화도 불가피하다.
2일(현지시간) 하마스가 운영하는 알아크사TV는 이날 하마스 정치국 부국장 살레흐 알아루리(58)가 이스라엘의 드론 공습으로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거점인 베이루트 다히예 지구의 하마스 사무실을 폭파했다.
알아루리는 하마스 내 서열 3위로,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이 시작된 이래 이스라엘이 사살한 하마스 인사 중 최고위급이다. 야히아 신와르나 이스마일 하니예 만큼 악명이 높진 않지만, 고향인 서안지구에서 입지가 두텁고,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강세인 서안에서 하마스의 성장을 주도했다는 평가다.
이스라엘에서 2010년 추방당한 알아루리는 레바논에서 망명 생활을 하고 있었다. 레바논에서도 서안지구 지휘를 담당했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관계를 다지는 역할도 수행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알아루리는 사실상 레바논 주재 하마스 대사로 활동했다”고 전했다.
전쟁은 더욱 격화할 조짐이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과 더이상 대화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하마스는 그동안 휴전을 중재해 온 이집트와 카타르에 모든 협상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애초 알아루리는 하마스의 대이스라엘 협상 전문가였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11월 휴전 협상을 주도했다. 알아루리는 이스라엘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죄수 1027명과 팔레스타인에 억류된 이스라엘 병사 1명을 교환한 2011년 협상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이스라엘이 스스로 협상 창구를 없앤 셈이다.
전쟁이 중동 전역으로 번질 위험도 매우 높아졌다. 당장 수도를 피습당한 레바논이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번 레바논 공격은 2006년 이스라엘과 레바논 사이 전쟁 이후 최대 규모다. 나지브 미카티 레바논 총리는 “레바논을 전쟁에 끌어들이려는 이스라엘의 새 범죄”라고 비난했다.
하산 나스랄라 헤즈볼라 최고 지도자도 “레바논 땅에서 저항 세력에 대한 어떠한 표적 암살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헤즈볼라 측은 “대응 없이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라며 보복을 시사했다.
이란도 강하게 반발했다. 나세르 카나니 이란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시오니즘 정권(이스라엘)이 테러와 범죄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이 또 입증됐다”며 “알아루리를 암살한 시오니스트 점령자들에 대한 저항에 다시 불이 붙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 지원을 받으며 이스라엘에 대항하고 있는 중동 무장단체들인 ‘저항의 축’에 보내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이스라엘은 공식 인정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고문인 마크 레게브는 “누가 벌인 일이든 하마스 지도부를 상대로 ‘외과수술식 공격(표적 공격)’을 한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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