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거주 환경 특성상 전월세를 단 한 번도 안 살기는 어렵습니다.
사회 초년생 시절에는 이렇다 할 목돈이 없기 때문에 월세살이를 피하기 어렵고요,
어느 정도 돈이 모이고 난 뒤에도 집을 매매하기에는 여전히 역부족이기 때문에
많이들 월세에서 전세로 갈아타면서 거주비용을 줄이는 편입니다.
그리고 요즘은 전세를 순수 자기 돈으로 들어가는 사람은 거의 없다시피 한데요,
보통은 월세보다는 전세 대출 이자가 적은 쪽으로 시세가 형성되기 때문에
아무래도 각 잡고 저축하고 재테크 하려 해도 월세보다는 전세가 나을 때도 많습니다.
그러므로 월세보다는 전세를 사는 편이 일반적으로는 재테크에 유리하긴 합니다.
말씀드린 이유와 같이 전세가 월세 대비 거주비용이 저렴하긴 하기 때문인데요,
이때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전세의 달달함에 취해 삶이 망가지고 맙니다.
마치 도파민에 취해 일상이 망가져가는 흡연자나 알코올 사용 장애 환자,
좀 심하게 말하면 마약중독자처럼 되고 마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전세는 자신의 능력 이상의 거주환경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 월세 사실 때 아마 돈 좀 쓰시면 역세권에서 살 수 있으셨을 것입니다.
전세 살 때도 마찬가지로 전세 대출을 조금만 더 받으면 역까지 오분 컷도 가능해지곤 합니다.
그런데 여러분이 그런데다 집을 살 수 있냐를 알아볼 때 비로소 자기 객관화가 가능해집니다.
여러분들은 그렇게 역 가까운 곳에서 살 능력이 안되는데,
전월세는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는 걸 알게 되는 것입니다.
특히 전세는 월세보다 더 적은 돈으로 초역세권 인프라를 누리게 해주기도 하니
여러분들의 메타인지 센서를 빠르게 고장 내고 맙니다.
결국 여러분이 훗날 매매할 집을 알아보러 다니더라도
여기는 역이 멀어서 안되니 어쩌니
여긴 집이 낡고 화장실이 수리가 안돼서 안되느니 어쩌니 하는 둥
역세권 깨끗한 신축에서 전세 살던 시절의 경험이 여러분을 끈질기게 따라다니면서
여러분들을 끝끝내 세입자로 남게 만들고 맙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들이 필요할 때 전세를 사시되,
재계약만큼은 절대 하지 마시라 권해드립니다.
아마 전세 살아보셔서 아시겠지만,
첫 재계약이 다가올 땐 가슴이 쿵쾅거리면서 몇 달이나 불안감에 휩싸이게 됩니다.
집 주인이 재계약을 안 해주거나
보증금을 올려서 쫓겨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에 빠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스트레스야말로 세입자인 여러분들이 주제 파악을 하게 해주는 건강한 스트레스인데요,
이때 여러분들이 세상에서 가장 악마 같은 사람인 ‘착한 집주인’을 만나면 인생이 꼬이게 됩니다.
그 덕분에 여러분들이 별 어려움 없이 재계약에 성공하게 된다면,
그렇게 한번 재계약에 성공한 여러분들은 그다음에도 별일 없으면 재계약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실제로도 전세는 별일 없으면 재계약이 가능한 편이기도 한데요,
그렇게 딱 한 번만 재계약해도 여러분들은 4년이란 시간 동안 메타인지 센서가 고장 나게 됩니다.
그리고 처음이 어렵지 일단 한번 재계약에 성공하면
그것이 두 번이 되고 세 번이 되고 하는 건 일도 아닙니다.
그런데 전세 재계약 딱 두 번만 해도 6년이라는 세월이 흐르고 맙니다.
6년이면 사실 돈이 없어서 집을 못 사는 시기는 지나게 되고요,
그렇게 오랫동안 집을 못 사는 이유는 거의 뻔합니다.
주제 파악을 못하고 분수에 넘치는 집만 보고 있거나,
저렴한 전세 대출이자에 취해 소비 가죽이 늘어난 경우인 것입니다.
전세 계약 연장 한 번이면 이렇게 자본주의 감을 완전히 잃어버리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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