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다수 노인이 ‘인지의 사후경직’을 보여주는 박제된 유물이었다면, 방금 들어온 남자는 정교하게 설계된 **[기만적 연극]**의 주인공이다.
그는 단골이다.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들어올 때, 그는 세상에서 가장 인자하고 교육적인 아버지의 가면을 쓴다. 내 인사에 과할 정도로 정중하게 화답하고, 아들에게 “너도 인사해야지? 예의는 세상을 사는 기본이란다” 따위의 훈수를 두며 나를 ‘교육용 소품’으로 활용한다. 그 순간 나는 그가 아들에게 보여주는 ‘타인에 대한 존중’이라는 무대의 배경일 뿐이다.
하지만 아들이 사라진 순간, 연극은 끝난다.
방금 혼자 들어온 그는 내가 건넨 인사를 허공에 흩뿌린다. 아들의 손을 잡았을 때의 그 다정했던 눈빛은 죽은 생선의 그것처럼 탁해져 있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물건을 고르고, 계산대 앞에 서고, 카드를 내미는 그 모든 과정에서 나는 그에게 **[투명인간]**이다. 아들이 있을 때 그렇게도 강조하던 ‘인사’와 ‘존중’은 어디로 갔는가.
그에게 예의는 신념이 아니라 **[전시용 장신구]**였다. 아들을 좋은 인간으로 키우고 싶다는 욕망보다, 자신이 좋은 아버지로 ‘보이고 싶다’는 허영이 앞선 자의 비루한 민낯. 교육이라는 명목하에 아들을 속이고, 나를 기만하며, 결국 자기 자신조차 속이고 있는 그 위선의 냄새가 편의점의 차가운 공기 속에 진동한다.
나는 계산을 마치고 돌아서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한다.
가면을 벗은 당신의 그 무표정이야말로 당신의 진짜 영혼이다. 아들이 자라 아버지가 연기한 그 예의가 ‘가짜’였음을 깨닫는 순간, 당신이 쌓아 올린 그 공든 탑은 무지가 아닌 **[배신]**의 이름으로 무너질 것이다.
나는 다시 소독약을 뿌린다. 무지보다 무서운 것은, 예의를 아는 척하며 타인을 도구로 삼는 저급한 연기력이다.
작가 장원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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