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완도의 한 냉동창고 화재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사람을 구하려다 생을 마감한 젊은 소방관. 그를 떠나보낸 예비 신부의 글이 전해지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무너뜨리고 있다.
오는 10월, 가장 행복해야 할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고(故) 노태영 소방교의 예비 신부는 지난 16일, 차마 다 담아낼 수 없는 마음을 눌러 담은 편지를 남겼다.
“사랑한다는 말로도 부족한, 바보같이 착한 우리 남편.”
짧은 한 문장에는 이미 되돌릴 수 없는 이별의 무게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녀의 시간은 여전히 멈춰 있다.
“얼마나 뜨겁고, 얼마나 무섭고, 얼마나 두려웠을까… 나는 아직도 4월 12일 아침에 머물러 있어.”
실종 소식을 들었던 그 순간, 세상이 무너져내리던 감각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늘 그랬다.
“가정이 생겨도 가장 먼저 들어가고, 가장 늦게 나올 것 같다”던 말.
농담처럼 했던 그 말이, 결국 현실이 되어버렸다.
3년의 시간 동안 쌓아온 기억은 너무도 따뜻해서, 오히려 더 잔인하게 남았다.
“미운 모습이라도 있었으면 그걸 탓하며 살 텐데… 남아 있는 건 후회뿐이야.”
원망할 수조차 없는 사람을 떠나보낸다는 건, 그저 끝없는 그리움과 자책뿐이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말했다.
“결말을 알고 있어도, 나는 다시 오빠를 선택할 거야.”
그 사랑이 얼마나 깊었는지, 얼마나 단단했는지…
그 한 문장이 모든 걸 대신했다.
“내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들을 만들어줘서 고마워. 자주 보러 갈게. 우리 남편… 사랑하고 또 사랑해.”
편지 아래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멈춰 섰다.
“잊지 않겠습니다.”
“그 선택이 얼마나 큰 사랑인지 알 것 같아요.”
“부디 편히 쉬세요.”
끝없이 이어지는 위로의 말들 속에서도, 한 사람의 빈자리는 도저히 메워지지 않았다.
지난 12일 아침, 완도군 군외면의 냉동창고에서 시작된 화재.
노 소방교와 박승원 소방경은 이미 한 차례 구조를 마친 뒤,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누군가가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 하나로.
그 선택은 결국 두 사람을 돌아오지 못하게 했다.
같은 날, 또 한 가족의 세상도 무너졌다.
세 아이의 아버지였던 박 소방경.
영결식장에서 그의 아들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빠는 나의 영웅이자, 정말 멋진 남자입니다.”
“이제는 제가 가장이 되어 엄마와 동생들을 지키겠습니다.”
아직 어른이 되기 전의 아이가, 그렇게 하루아침에 가장이 되었다.
국가는 두 소방관에게 옥조근정훈장을 추서했다.
하지만 그 어떤 훈장도, 남겨진 사람들의 빈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다.
누군가는 사랑을 약속했고,
누군가는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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