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배드림

그 이유는 세가지 입니다.

1. 국제여론전에서의 불리함. 지소미아는 국가간 조약으로 맺어진 것인데 이걸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고 하는 것은 국제 사회에서의 한국의 신뢰도를 크게 손상시키고 추후 국제여론에 있어서 일본에게 공격당할 빌미를 제공하는 것 입니다. 국가 간 조약은 단지 감정이 상한다고 손쉽게 파기하고 뒤집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강력한 명분이 있을때에만 파기를 운운할 수 있는 것 입니다. 지금처럼 일본이 백색국가 제외를 했다고 해서 바로 지소미아 파기를 논하는 것은, 국제여론이 양비론으로 흐르게 될 ( 쟤네들 또 서로 감정싸움 하는거네~ 둘다 잘못이 있으니깐 뭐.. ) 가능성이 높습니다.

2. 일본에 직접적인 타격이 없음.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가 이렇게 국가 비상사태와 같은 반응을 일으키는 이유는, 실제로 당장 수출의 2-30퍼센트 비중을 차지하는 반도체 및 전자부품 산업에서 막대한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정부가 선전하는 것과 달리 중국에 맹추격 당하는 현 상황에서 반도체 산업의 이런 악재까지 벌어지면 앞으로 결코 전망이 밝다고 할 수 없습니다.

 반면 지소미아 파기로 인해 일본이 잃을 것은 무엇입니까. 지소미아를 통해서 일본에게 제공되던 정보는 한국의 대북 휴민트에서 얻어지는 정보 였습니다. 그러나 최근 모습을 볼 때, 국정원의 휴민트 정보력은 결코 뛰어나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한국이 일본의 이지스함이나 해상초계기 등의 레이더를 통해 얻은 정보로 북한 탄도미사일 궤적 등의 정보를 얻은 바가 있습니다. 국군은 동해에서 중요한 눈을 잃는 것과 같습니다. 제 생각에 지소미아 파기를 카드로 내놓았을때 일본 각료들은 코웃음 쳤을거라 생각합니다. 겨우 이건가? 한국이 내놓을 수 있는 최대한의 카드가? 이랬겠죠.

3.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 최근 미국과 일본의 동북아시아 전략은 한국을 배제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한국이 중국의 일대일로와 미국 사이에서 결코 한쪽 편을 들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은 누구나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악의 사태는, 미국과 일본만이 공유하는 전략적 정보를 한국이 얻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명목적으로 한국은 여전히 한미일 동맹에 묶인 존재이니 중국에 군사적으로 협력하는 것 또한 불가능합니다. 그나마 우방국인 일본 (물론 국가간 감정 상으로는 철천지 원수라 할지라도)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가면서라도 정보를 얻어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못하면 말 그대로 동북아 외교에서 유령과 같은 존재감이 되어버리는 거지요. 이제와서 정보전을 펼칠 전략자산을 다량 구매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합니다. (해상초계기 6대 도입하는데 2조원 넘게 들었습니다. 한국이 16대, 일본은 93대 있습니다. 이지스함 비롯한 해상탐지전력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여태 한일관계가 서로간의 불편한 감정에도 유지된 것은 지난 정권의 성향도 있지만, 미국이 한미일 동맹을 강조하고 또 어르고 달래가며 끌고 왔기 때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은 굳이 한국을 동참시키지 않고 독자적으로 북핵문제를 해결해나가려 하고 있고 일본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지소미아 파기는 스스로 게임에서 빠지겠다는 소리와 같은 맥락이죠.

장황하게 썼지만 요약하자면, 대외 신뢰도 하락과 더불어 국익에도 결코 도움되지 않는 결정이라는 것 입니다. 특히나 동북아 외교에서 점점 한국이 소외되고 있는 현상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에측이 됩니다. 향후 미국이 어떻게 대응하냐가 중요한 관건 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