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인생에 여자와 관련된 어이없는 에피소드들이 몇 가지 있었는데요..
그 첫 번째 입니다.
옛날 옛날 한 옛날 호랭이 담배피던 시절 7월 어느 여름에 저의 단양 친구 대현이랑 동해 바다에 놀러를 가게 되었죠.
저는 20살에 고등학교를 졸업한 상태였고, 제 친구는 19살이었는데 그 친구의 동창 여자애들 (당시 고3) 둘을 데려 올테니 제게는 텐트 하나를 준비해 오라고 해서 동해의 한 해수욕장에서 만났습니다.
도착해 보니 그 친구도 텐트를 하나 더 준비해 왔더라고요.
자기랑 썸타는 여사친을 구슬려서 밤에 한 텐트를 쓸테니, 저한테는 그 여사친이 데려 온 다른 여사친이랑 저랑 둘이 제 텐트를 쓰라는 겁니다.
속으로, 그 게 되나... 하면서 일단 저녁까지 기다려 봤는데, 진짜 그 여사친의 여사친이 저 혼자 있는 제 텐트로 들어 오는 겁니다.
낮에 같이 어울려 놀면서 좀 친해지기는 했어도 좁은 텐트안에 단 둘이 있다는 건 아무래도 좀 어색하더군요.
특별할 것도 없는 이런 저런 형식적인 대화들을 나누다가 그녀가 제게 묻습니다.
"이제 뭐 할거야?"
"밤이니까 자야지 뭐"
"그래. 자자."
당시 숫기없었던 저와 그녀는 일단 자리에 누웠습니다.
하지만 웬지 마음이 싱숭생숭하니 이상하고 가슴이 좀 두근거리더라구요.
이 상황에서 딱히 뭔가를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안 들고, 뭐 하여간 미묘한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눈을 감아 보았습니다.
순간, 아직 초저녁인데 내가 지금 이 상황에서 이러고 있으면 안되겠다 싶은 웬지 모를 의무감과 기대심에, 뭔가 대단한 모험을 발휘해 보려고 그녀쪽으로 몸을 돌려 눈을 살짝 떠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 게 어떻게 된 일인지 옆자리에 누웠던 그녀가 보이지를 않는 겁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텐트를 열고 밖을 내다 보았더니, 벌써 날이 밝아 아침이 되었더라는..
이 게 무슨 O같은 경우인지 스스로도 도무지 이해를 못하고 어안이 벙벙해 있던 그 때, 아침에 산책 나갔다가 돌아 왔다던 그녀를 만나고는 서로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ㄲ
ㅡ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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