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주말에 걸을건가요?”
“응, 금요일 지리산 가보려고 생각중이야.”
“형, 이번주 금요일과 다음주 월요일까지 휴무 사용하고 갈건데요.
토요일 하루만 걷고, 토요일 밤부터 일요일까지 노지캠핑 하시면 어떨까요?”
“너, 영미랑 같이 나올거니?”
“네, 아직은 회사에서 아무도 몰라요.
저는 연차 이틀냈고, 영미는 월요일만 사용 할거라, 같은날 만나지는 못해요.”
“그래, 그러면 금요일은 나혼자 걷고, 저녁에 만나자.
토요일은 같이 걷고, 저녁에 털보형 아지트로 이동해서 비박하자.
영미는 그쪽으로 불러라.
화장실도 있고, 씻을수도 있으니, 그쪽이 나을게다.”
“감사합니다!
형!
금요일 새벽에 출발해서 형 태우러 갈게요.
제 차로 이동해요.
저도 이틀 걷고싶어요.”
“알았다!
편한대로 해라!”
성우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의지가 될만한 곳이 없었는데, 정식으로 사귐을 허락받은 처가의 부모님을 친부모처럼 생각하고 살아간다.
아들이 없는 집에, 성우는 아들보다 아들같이 생활한다.
어찌보면, 아들이 며느리를 데리고 온듯한 기분도 들 정도다.
‘장인, 장모님’이 아니라, ‘아버지, 어머니’라 부르며 새로운 인연을 만들었다.
그간, 연이은 이별의 아픔들을 씻어내고 온퉁 화려한 내일만 생각해도 충분한 시간이다.
일상인듯, 현관앞에 준비된 백패킹용 배낭 하나를 매고 가벼운 걸음으로 성우를 만나러 나선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자판기 커피를 한잔하며 인사를 나눈다.
“형, 오랜만이죠?”
“그래, 넌 영미랑 사귀고 부터는 영 기회가 없다?”
“그러게요.
주말이면 거의 영미네 가서 살아요.
아버님이랑 정원도 꾸미고, 암튼 요즘 재미있어요.”
“그래, 혼자 힘들어 하더니 밝은모습 보니, 좋아보인다.”
“아! 이번에 차 바꿨어요.
식구가 늘어나니, 같이 다니기 좋으라고 큰차로 구했어요.”
그렇잖아도 아까부터 차를 지켜보며, 내심 한마디 할까 생각하고 있다.
“임마! 썬팅! 이따위로 하지말라고 내가 얼마나 말했냐?”
“아~ 제가 이야기를 했는데, 아버님이 여름에 불편하다고 꼭 이렇게 해야 한다고 하셔서....”
“그래, 아버님 뜻이 그렇다니....”
편도 일차로를 달리는 중에, 앞차가 좌측 깜빡이를 키고 속도를 줄이기 시작한다.
조수석에 앉은 내가 비상등 버튼을 누른다.
“형, 비상등은 왜 눌러요?”
“성우야!
우리 뒤에있는 차는, 앞에 어떤일이 생겼는지 모른다.
니차 썬팅때문에 뒷차는 앞에 아무것도 볼수가 없다.
니가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뒷차는 니가 급정거를 한다고만 생각한다.
앞차가 속도를 줄이기 전에 비상등을 켜주면, 뒷차는 상황에 대처할 시간을 가질수가 있다.
넌, 운전하며 이런 비슷한 경험을 못해봤니?”
“아! 정말 그런적 몇번 있었어요!
깜짝 놀라서 멈췄는데.....
그러고 보니, 딱 이런 상황이네요.”
“크락션은, 욕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고,
비상등은 니 편의만을 위한 수단이 아니다.
주행중에 낙하물이 있으면, 니가 보인다고 그냥 피해서 가버리면, 뒷차는 너보다 짧은 시야에 발견하고 위험해진다.
그럴때도 뒷차가 속도를 줄일수 있도록 꼭 비상등을 사용해야 한다.
니가 감지한 위험을 타인들에게 주의시켜 주는 고마운 수단이 된다.”
“성우야, 넌 운전할때 오른손만 주로 사용하니?”
“예, 오른손 잡이라, 이게 편해요.”
“그럼, 운전중에 비상등은 어떻게 누르니?”
“간단하죠!
왼손으로 핸들 바꾸고, 오른손으로 버튼!”
“그러면 많이 불편하지 않을까?
찰라의 순간에 발생하는 기회를 따라갈수 있을까?”
“좀 그렇긴 하더라구요.
어떨때는 시기를 놓쳐서 그냥 안누르고 가버리기도 해요.”
“쌍차는 편한 기능이 있지.
왼손을 핸들위에 올려봐.
그러면 라이트 조절하는 스틱이 손가락에 들어오지?
스틱 끝부분을 손가락으로 눌러봐!”
“오~ 올~
이런게 있었어요?
우와!”
“너, 지금까지 운전하며 아직도 모르고 있었니?”
“정말, 이걸 가르쳐준 사람이 없었어요.”
“아이고! 머리야!
나도 오른손이 더 편하다.
해서 보통때는 오른손으로 운전하고, 뒤에 차들이 모이면 왼손으로 운전한다.
대처할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지.
운전은 배려다.
니가 무사고라고 자랑하는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거야.
받은것을 돌려주는건 당연한 순리겠지.”
온몸이 땀으로 젖어버린 시간에 비박지에 도착한다.
마당 한가운데 수돗가에서 샤워를 하고 아궁이에 불을 피우는 시간이다.
“형, 정말로 신기한게....
대문 들어설때 까지, 정말 말하기도 힘들만큼 몸이 노곤했는데, 샤워하고 돌아서면 거짓말처럼 상쾌해요.
이걸 영미가 좀 알았으면 좋겠는데.....”
“언제, 시간되면 짧은 코스로 산책하듯 시작해봐.
그건 그렇고, 니들은 같은 부서도 아니라면서 어떻게 만났냐?”
“제가 수줍음이 많아서, 말을 잘 못하잖아요.
영미도 그렇고....
부서가 다르니, 근무하는 층도 달라요.
영미는 오피스텔에서 걸어서 출근하고, 저는 한시간반 운전해서 출근하는데, 매일 아침마다 건물 입구에서 마주쳤어요.
처음 봤을때부터 마음이 끌려서...
못보고 들어가는 날은 왠지 기분까지 다운되고....
어느날 부터는 십분정도 일찍 도착해서 영미가 올때까지 기다렸다가, 막 오는듯이 걷기만 했어요.
한 일년동안 말도 못하고 그렇게....”
“징하다!”
“일년쯤 지나서 생각하니, 영미손에 꼭 책이 들려 있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책을 구했어요.
최 신간으로, 영미가 아직 못 구했을 책을 사와서 무심한듯 건냈어요.
‘책 좋아하세요?’ 했더니,
‘네, 자주 보는 편이에요.’ 하기에,
‘이거 보셨어요?
괜찮던데....’
‘아! 이번 주말에 사러 갈 책인데, 읽으셨어요? 그럼 좀 빌려주실수 있어요?’
그렇게 첫 대화가 시작됐어요.
주말마다 서점에서 데이트하고....
저, 책 안보는거 아시죠?
그날부터 영미때문에 일주일에 한권씩 중노동 했어요.”
“그래, 영미가 큰일 했구나!”
“형, 영미네 아버님 어머님이 올해 결혼하고 함께 살라고 하셨어요.”
“그래, 그래야지.
축하한다.”
“그게.....
걱정인게.....
엄마 아빠도 암으로 돌아가셨는데.....
그게 유전이라면 나도 그럴수 있을거라 생각해서요.
그럼 영미한테도 불행이 될텐데....
만일, 아이가 생긴다면....”
“성우야, 유전적인 부분도 가능성은 있지만, 그렇다고 보이지도 않는 불행을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가 있을까?
그럴수록 더 정기적으로 병원 찾아보고, 건강한 생활을 하면 되는거야.
하긴, 너무 착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하늘이 불러가는 확률이 높지?
너나 나나, 우리 약속하자!
니가 가던, 내가 가던, 가야만 한다면 저승 시스템을 좀 손봐주자!
왜? 시부럴 착한 놈들만 힘들게 만드냐고, 좀 따져보자!”
“하하하하....
정말 그러네요.
형 말 들어보니, 목표가 생기는데요.”
천사 하나가 지나간 흔적......
일하러 갑니다~~
그정도 능력을 쌓고시퍼요~
불금되세요~
불금 보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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