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can do that, 2008 (Si, Puo Fare)
세상을 향해 외치는 가장 감동적인 합창
We can do that!
협동조합 책을 몇 권 읽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영화
내가 알고 있는 협동조합의 개념을 누군가에게 설명할 때 어떤 방식으로 표현할 것인가라고 생각을 해본적이 있습니다. 가치, 이념, 역할 등 여러 가지 협동조합에 대해 설명할 수 있겠지만 영화 한편을 통해 재미있게 보여준다면 훨씬 더 이해하기 쉽고 재미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화는 1980년대 이탈리아를 배경을 시작을 하는데 혁신적인 활동가 넬로는 소속된 조합에서 쫓겨나다시피 해서 발령받은 곳은 정신병동에 갇혀있었던 이들이 만든 ‘안티카 협동조합180’ 이었습니다. 우편봉투에 우표조차 제대로 붙이지 못하는 조합원들. 완치가 되지 못한 이들을 관리 감독하는 이사장이자 담당의사 델 벨키오. 이 모습에서 몇 가지 의문이 들게 되었습니다.
‘정신질환자들이라면 병원에 수용되어야하는데 왜 이렇게 방치되어 협동조합을 만들어 무기력한 노동을 하고 있을까?’
이 영화의 배경인 1980년대 이탈리아는 다양한 형태의 협동조합이 활발하게 운영이 되었습니다. 정신과의사 프랑코 바자리아가 만든
‘바자리아법’(1978년 발효)에 의해 정신적 장애를 가진 환자가 사회참여를 통해 마음을 개방하고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범죄자 병원을 제외한
모든 정신병원이 점진적으로 폐쇄되는 시기였던 것이지요.
이는 협동조합의 기본적인 정신인 공동체의식에서 함께 하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었다. 강제수용의 방법으로 환자를 일반인과
격리하는 것이 치료의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되면서 조금 놀라게 되었습니다.
긍정에너지 넬로는 이런 정신질환 장애인을 장애인으로 바라보지 않고 일반인과 같은 노동의 가치를 실현시켜주기 위해 주어진 일이 아닌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조합원 회의를 열게 됩니다. 정신질환 장애인이라는 극단적인 인물설정에는 사회적 강자가 아닌 누구나 동등한 위치의 조합원의 입장을 대변하듯 보였습니다.
원하는 일을 찾기 위해 모든 이들이 참여하는 회의에서는 한 번도 인정받아보지 못한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의 의견을 수렴하여 자발적으로 다수결로 결정하는 모습에서 이것이 진정한 민주주의가 아니었겠는가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그들은 나무마루 시공 작업을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나무향기가 좋다는 말에 시작한 이 일이 가능성이 있을까라는 염려도 들었고,
장애인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한다는 것은 그들도,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도 몇 배는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가치를 실현한다는데 목표가
두고 꾸준히 작업을 하며 실력을 키워 나갔습니다. 그 와중에 벌어지는 실수는 특정 인물의 실수가 아닌 모두의 실수라고 같이 인정하고 다시
일어서는 과정들은 그들에게는 조금은 생소한 사회화 과정이었을것입니다.
작업 마감일정을 앞두고 넬로가 자리를 비운사이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재료를 실어 나르다가 길을 헤매 재료를 가져오지 못하자 기한을 지키려는 지죠와 루카는 사용하지 못하는 폐목재를 이용하여 독특한 모양의 마루를 만들었고, 실패했다고 생각한 넬로와 그들은 클라이언트로부터 독특한 디자인의 독창성을 인정받아 주문이 쇄도하게 됩니다.
넬로는 이사장이자 보수적인 담당의사 델 벨키오에게서 받고 있는 안정제가 장애인들에게 무기력 하게 하는 효과를 받는다고 판단하여 새로운 의사 플랑을 만나 조합원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투표를 통해 델 벨키오를 해임하고 평소 말이 없는 자폐증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이 이사장으로 선출됩니다. 그리하여 병원에서 나와 새로운 집으로 나오게 됩니다.
쇼핑, 운동, 집 꾸미기 등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일들은 정당한 노동을 통해 받는 대가로 비장애인과 같은 삶의 보람을 느끼게 되었고, 심지어는 성(性)에 대해서도 시도를 해보게 되었습니다. 금기시 할 수 있는 부분이지만 장애인도 인격체로 성욕을 충족시키기 위해 매춘부를 사는 장면에서 소외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신체적, 정신적인 편견을 가진 저를 돌아보고 부끄러웠습니다.
안티카 협동조합180 조합원 자체로 소화하기 힘든 작업이 늘어나자 넬로는 다른 장애인 시설에서 마루시공에 적합할 만한이 누구인지 찾으러 다니고, 그 시설에서 두 사람을 데리고 오면서 시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협동조합을 키우자라는 큰 포부를 가지게 됩니다.
어찌 보면 이 일이 적합할만한 사람이 누구인지 찾는 부분은 큰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처음 협동조합180에서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성향과 특성에 맞게 공동체에서 주어진 역할을 찾는 것이지 ‘누구는 되고, 안되고’ 의 문제는 아니듯이 말이죠.
그러던 중 마루 시공 작업을 통해 만나게 된 한 여인에게 지죠는 사랑을 느끼게 되었고, 일반인과 정신질환 장애인의 사랑에서 부딪히는 사회적인 편견에서 상처를 받은 지죠는실연의 아픔을 자살로 마무리하였습니다.
넬로는 지죠의 죽음에 큰 죄책감에 빠지게 되고, 어쩔 수 없이 돈을 쫒아 자신과는 어울리지 않는 일을 선택하게 됩니다. 하지만 보수적이었던 담당의사 델 벨키오도 이런 생산적 사회활동들이 이 전에 의무적으로 무기력하게 했던 작업보다 정신질환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정하고 넬로에게 그들을 이끌어 줄 것을 요청합니다.
결국 그들의 설득에 넬로는 다시 협동조합180의 조합원으로 다른 시설의 여러 정신장애 환자들이 새롭게 조합원으로 받아들이게 되면서 기존의 조합원들과 서로 포옹을 하며 훈훈하게 마무리됩니다.
다소 무거울듯한 주제의 영화 같았지만 캐릭터간의 유쾌한 행동들이 영화를 전혀 지루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대사도 거의 없는 인상도 험악한 자폐증을 가진 이사장은 침묵과 근엄한 표정으로 실제 이사장님의 모습을 풍자적으로 보여주어 곳곳에서 웃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에서 스스로 일어서고 더불어 나아가는 협동조합의 모습과 이 영화의 이야기와 분위기, 그리고 연기하는 배우들의 모습이 고스란히 맞아 떨어져 오래 기억에 남을 사랑스러운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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