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긴급 수입제한 조치(세이프가드) 조항을 마련했다.
FTA로 인한 자국 산업 피해를 막기 위해서다. EU는 한-EU FTA에 대한 유럽 내의 반대와 우려를 의식, FTA 체결을 설득하는 방안의 하나로 세이프가드 관련 법규를 별도로 만들어 유럽의회에서 통과시켰다.
◇ 우선 감시 등 3가지 조치 = 집행위는 FTA 발효 이후 매년 전반적인 무역 동향을 `관찰(monitoring)'해 그 결과를 의회와 회원국에 매년 보고하도록 돼 있다.
이는 정기적이고 통상적인 것이다. 자동차, 섬유와 의류, 가전제품 등 일부 `특정 품목'의 경우엔 5년 동안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게 돼 있다.
또 특정 업계나 업체가 피해를 보고 있다며 회원국이 요청하면 집행위가 이를 검토해 타당할 경우 `우선 감시(prior surveillance)'를 실시하게 된다. 우선 감시는 우리 말로 `사전 감시' 또는 `우선 동향 관찰'로도 표현된다. 따라서 프랑스 정부가 요청한 것은 단순한 모니터링이 아니라 우선 감시다.
우선 감시 결과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세이프가드를 발동하기 위한 본격적인 조사를 하고 그 결과에 따라 발동 여부가 결정된다.
◇ 발동 요건과 절차 = 한-EU FTA 상엔 "FTA에 따른 관세 인하의 결과로 단기간에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 자국 해당 업종이나 업체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했거나 우려될 경우에 긴급 수입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EU 내부의 세부 절차 규정들은 마련돼 있지 않아 EU로서도 이번 프랑스 정부의 요청에 따른 진행에 난관이 있다.
다만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관련한 EU 내부의 일반 세이프 가드 절차 기준을 전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 집행위는 우선 감시 요청을 공식 접수한 뒤 1개월 내에 감시 시작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따라서 9월 초까지는 결정해야 하지만 담당 관료들이 대부분 여름휴가 중이어서 다소 늦어질 가능성은 있다.
만약 우선감시가 결정되면 EU 내의 한국차 수입업체들은 자동차를 들여오려 할 때마다 회원국 정부와 EU 당국에 자세한 내용의 서류를 사전제출하고 허가를 받아야 한다. 특별한 문제가 없으면 일단 통관은 허용된다.
이를 통해 집행위는 EU 통계청인 유로스태트 등의 정기적인 통계 없이도 거의 실시간으로 한국산 차량 수입 동향을 파악하게 된다. 반면에 수입업체들은 기존에 없던 추가 업무를 해야 되고 자연스레 한국 자동차의 영업활동이 위축될 소지가 있다.
우선 감시가 시행되어도 세이프가드가 발동되는 것은 아니다. 감시 결과 상당한 근거가 있다는 판정이 내려져야 한다. 아울러 발동에 앞서 다시 본격적인 조사를 한 뒤에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된다.
우선 감시나 세이프가드 발동을 결정하기 전에 한국 업체를 포함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을 듣는 절차들이 있다. 또 한국 정부에도 통보를 하고 사전 협의를 하게 된다. 그러나 상대의 합의나 허가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최병국 기자 choibg@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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