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사내 하도급(하청) 근로자를 대거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현대차는 어제 노사협상에서 2016년까지 단계적으로 사내 하도급 근로자 3천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내 하도급 근로자 6천800여 명 중 우선 1천여 명을 올 연말까지 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하겠다는 것이다. 또 정규직 채용 대상이 아닌 경우에는 임금을 정규직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대폭 올리겠다고 한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는 노조 측의 요구에 대한 화답인 셈이다.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파견근로자보호법이 적용되는 `근로자 파견'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의 취지를 살린 것으로도 읽힌다. 현대차가 대표적인 비정규직의 하나로 꼽히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비정규직 문제가 사회 양극화를 부추기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정치권 등에서도 앞다퉈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행보는 사실상 불법파견 형태로 사내 하도급 근로자를 부려온 다른 대규모 사업장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사협상의 추이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현대차의 사내 하도급 근로자 정규직 채용 안은 능동적으로 사내 하도급 문제의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이미 2년 전 사내 하도급 근로자는 파견 근로자에 해당하는 만큼 2년 이상 일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하지만, 현대차는 이를 사실상 외면했다고 해서 노동계의 비판을 받아왔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가 이번에 제시한 방안은 파격적인 방향 전환이라고 평가받을 만하다. 이번 방안이 나오게 된 배경으로는 이런저런 요인들이 꼽힌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외치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내 하도급 문제가 더는 노사화합과 공존공생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게 해서는 안 되겠다는 긴박한 인식의 산물이라고 여겨진다. 노사갈등이 깊어지면 글로벌 경쟁 시대의 거센 도전에 맞선 응전과 새로운 도약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했으리라 짐작된다.
현대차는 애초 8천 명을 웃도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 가운데 이미 1천300여 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했다고 한다. 따라서 2016년까지 3천여 명이 정규직으로 추가 채용되면 절반 이상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셈이다. 문제는 정규직 채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나머지 근로자들이다. 회사 측은 이들의 임금을 정규직의 80∼90% 수준으로 높여 위화감을 어느 정도 덜어준다는 복안이다. 그러나 사내 하도급 근로자 노조의 수용 여부가 관건이다. 노조 측은 기본적으로 사내 하도급 근로자 전원의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또 사측의 신규 채용 방식에 대해서도 편법이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고 한다. 경력 승계가 이뤄져야 마땅하다는 것이다. 일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면 노노 갈등 유발 가능성이 우려된다는 노조 측의 지적도 일리가 있다. 하지만, 회사 측의 이번 방안이 일시적 국면타개용 꼼수가 아니라 진정성을 담보한 것이라면 진지하게 협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올해 현대차 노사협상에는 사내 하도급 근로자 정규직 전환 외에 주간 2교대제 도입 문제도 핵심 현안이다. 회사 측은 내년 8월까지는 주간 2교대제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밤샘 근무를 없애는 주간 2교대제 도입은 근로자 삶의 질 향상을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현대차 노사가 대승적인 자세로 한발씩 양보해 상생과 화합을 이루는 획기적 합의를 이끌어내 주길 바란다.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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