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부품 재제조 시장이 후끈 달아 오르고 있다. 정부의 정책지원과 중소기업은 물론 만도와 글로비스 등 대기업의 참여가 활발, 시장 규모가 점차 커져가고 있다. 최근에는 기존 완성차업체에 신품을 공급하는 부품업체들도 재제조품 사업에 진출, 미래를 대비 중이다.
일반적으로 재제조부품은 사용 후 제품을 회수한 뒤 분해, 세척, 검사, 단품교체, 재조립 등의 과정을 거쳐 재상품화 한 부품을 말한다. 신품 생산 대비 원가부담이 적고, 품질은 95% 수준이어서 단순 재생품보다 제품력이 뛰어나다는 장점이 있다.
재제조부품 사업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07년 '환경친화적산업구조로의전환촉진에관한법률(이하 환친법)'이 계기가 됐다. 영세 업체들이 음성적으로 생산하던 재제조부품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중소기업을 지원하자는 취지에서 품질보증제 시행 등을 골자로 정부의 정책적 지원이 본격화한 것. 2011년에는 동반성장위원회에서 재제조부품 사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 관련 중소업체들의 활동이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현재 재제조산업 육성에 대한 정부 차원의 움직임은 한국생산기술연구원과 자동차부품연구원이 주도하고 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산업환경지원본부는 품질인증체계와 유통이력 관리시스템, 애프터서비스망 구축 등으로 재제조 산업을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연구원은 지식경제부 기술표준원에서 주관하는 재제조부품 품질인증제도의 인증실험과 대상품목 고시를 담당한다. 각종 성능시험, 재제조부품 품질인증 규격 개발, 재제조 기술개발을 지원 등도 맡고 있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기존 재제조 사업을 영위하던 중소업체들은 이제 막 숨통이 트인 상황이라는 입장이다. 시장 수요가 증가하는 데다 소비자 인식도 점차 바뀌고 있어 향후 전망이 밝다는 것. 여기에 재제조 산업이 친환경적 요소를 갖췄고, 중소기업 적합 업종인 만큼 정부 지원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크다. 최근 재제조협회를 중심으로 유통브랜드를 출시하는 한편 리사이클링클러스터 조성, 연구시설 확충, 기술교육기관 설립 등 공동활동에도 적극적이다.
기본적으로 재제조 사업자들은 완성차 OEM 부품과 애프터마켓 시장용 부품이 구분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현재 AS 시장에 공급되는 '순정부품'은 신차 기준으로 개발된 것이어서 정비 대상 차의 내구성에 비해 다소 과잉일 수 있다는 것. 부품 내구성이 좋다면 성능면에서 장점일 수 있지만 그만큼 가격이 비싸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고, 자원과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에 반해 재제조부품은 신품 대비 95% 수준의 내구성과 성능을 확보하면서도 생산에 필요한 에너지 소모는 절반 수준이어서 친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했다는 주장이다.
재제조협회 김국곤 회장은 "재제조 사업자 중 95%가 중소기업이고, 대기업이 공급하는 제품도 중소기업에서 납품하는 제품이 다수"라며 "협회를 중심으로 재제조 업체들이 산업단지 조성, 교육기관 설립 등 품질 강화를 위한 공동 움직임을 적극적으로 펼치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정부도 최근 재제조 산업에 관심을 갖고 각종 지원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확인했다"며 "환경부에서 녹색제품 구입시 추가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그린카드'를 발급한 것처럼 재제조부품 구매시 포인트 적립이 가능한 '리먼 포인트' 제도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재제조품 시장에는 대기업 진출도 활발하다. 대기업 계열로는 한라그룹 산하 마이스터가 일찍부터 재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마이스터는 1998년 만도플러스 리먼을 설립하고 전장 재제조부품 생산을 시작으로 현재 알터네이터, 스타트모터, 등속조인트, 캘리퍼, 에어컨 컴프레셔, 인젝터, 고압펌프 등의 재제조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완성차업체에 OEM 부품을 납품하는 중견업체들도 재제조 사업을 속속 준비하는 모습이다.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이하 발레오)가 대표적이다. 발레오는 현대기아차에 알터네이터 등을 공급하면서 2년 전부터 재제조부품 사업을 시작했다. 재제조품 유통사업에 뛰어든 현대글로비스의 재제조 알터네이터와 스타트모터 공급처가 발레오다.
OEM 공급 업체들은 우선 재제조부품의 원재료가 되는 '코어부품'의 수급이 용이하다.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불량부품과 AS망을 통해 하자가 발생한 부품을 수거할 수 있는 유통망이 구축돼 있어서다. 여기에 완성차업체들의 공식 서비스센터 연계도 중소기업보다 유리한 위치다. 이들은 재제조품 시장을 제대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라도 대기업 진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자동차 부품은 안전과 직결돼 있는 만큼 생산과 유통 시스템 구축과 지속적인 연구개발이 필수적이라는 것. 여기에 다양한 차종의 부품 공급을 위해 적은 물량의 신규 부품 생산 라인을 유지하는 것보다 재제조 방식을 활용하는 것이 향후 경제성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도 담겨 있다. 복잡한 구조의 부품은 재제조시 요구되는 기술 수준이 높기 때문에 품질 관리를 위해서라도 OEM 공급사들의 시장 진출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굽히지 않는다.
대형부품사의 부품수리 수주를 통해 기술력과 유통망을 확보한 경우도 있다. 인젝터, 기계식 연료 펌프, 디젤엔진 부품 등 재제조부품을 생산하는 오성은 현대차, 보쉬, 델파이, 덴소 등 완성차업체와 대형 부품사의 AS 업무를 담당하면서 재제조사업을 위한 기술력과 유통망을 갖췄다. 30년 부품 수리 경력에 따른 시장 신뢰도와 부품제조사별 맞춤식 검사장치를 회사경쟁력으로 꼽았다. 보쉬 부품을 재제조하면 보쉬에서 사용하는 품질 검사장치를 사용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중소기업 유관 산업인 재제조부품 사업에 대기업이 진출하는 것에 대해 '상관 없다'는 입장이다. 코어부품 수급부터 판매까지 이미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다는 것. 태국산이나 중국산 등 저급 부품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중소기업과 대기업 입장에서 재제조부품 산업에 접근하는 시각 차이는 있지만 공통적인 의견은 재제조품 시장이 향후 정비 및 AS 시장의 판도를 바꾼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2차 시장에서 재제조부품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과 유럽 등 선진 시장에서 재제조부품이 활성화 됐다는 점과 자원 및 에너지 절약을 위해 재제조부품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내세웠다. 또 다른 중견 재제조업체 업체 관계자도 "국내 시장에서 순정부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기존 업체들의 설비 투자 등을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시장이 재제조부품으로 전환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지만 재제조부품에 대한 수요 증가와 2차 시장에서 재제조부품이 대세로 등장하는 것은 맞다"고 덧붙였다.
한편, 재제조품의 미래 시장 규모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를 것이란 전망 하에 국내 최대 자동차부품사인 현대모비스도 재제조 시장을 면밀히 바라보는 중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재제조부품에 대한 논의가 최근 활발히 진행되는 사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부품은 안전과 직결된 만큼 품질관리 측면에서 순정부품 공급사의 역할이 분명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비스측은 "재제조부품의 성능에 대한 보다 구체적인 검증과정과 점검이 필요하다"며 "소비자 판단에 따라 시장이 변하겠지만 당장 재제조부품과 관련한 사업을 준비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안효문 기자 yomun@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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