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바퀴 달린 컴퓨터'로 진화하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그만큼 수 많은 소프트웨어와 각종 프로그램이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이다. 바퀴에 동력을 전달해 도로 위를 움직이는 것은 기계 덩어리지만 움직임을 위해 각각의 기계장치에 적용되는 것은 소프트웨어다.
그래서 최근 '자동차도 해킹이 될 수 있느냐'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엄밀히 말하면 분명 가능하다. 따라서 일부에선 해킹을 통한 사고 위장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는 반대로 자동차 안전을 위한 보안 프로그램이 시급하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자동차 전장의 발달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이동통신 산업전시회 'MWC(Mobile World Congress)'에서도 이미 발견할 수 있다. 매년 1,000여 개의 모바일 회사가 참가해 일명 '모바일 올림픽'으로 불리는 'MWC'에 2010년부터 완성차회사가 참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2010년에 SK텔레콤과 르노삼성자동차가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개발해 휴대폰으로 자동차 문을 여닫거나 시동이 가능한 기능을 상용화, 휴대폰 단말기의 '만능 리모컨 시대'를 열었고, 2011년에는 이동통신망에 연결된 휴대폰을 통해 자동차를 원격으로 진단, 제어하고 각종 모바일 콘텐츠를 자동차에서 구현하는 것은 물론 길 안내, 위치 정보 제공 등 내비게이션 기능까지 가능한 '스마트 MIV(Smart Mobile in Vehicle)'를 중국이 상용화했다. 올해 초에는 포드가 음성인식을 스마트폰에 접목한 '스마트카(SMART CAR)'를 선보였다.
이처럼 IT와 통신사를 중심으로 운전자를 위한 서비스와 보조시스템의 발전이 속도전을 펼치는 사이 완성차회사들은 자동차 내부 전장에 대해 그 어떤 암호화나 보안을 적용시키지 않고 있으며, 개발단계도 미비하다. 첨단 IT기술로 더욱 똑똑해진 자동차가 해커의 공격에는 무방비로 노출돼 있는 셈이다.
실례로 블랙햇(Black HAT) 보안 컨퍼런스에서 스마트폰으로 명령어를 문자로 전송, 자동차 문을 열거나 고속으로 주행 중인 자동차를 공격해 사고를 일으키도록 만들었던 실험도 있다.
게다가 해커의 공격은 스마트폰 앱(APP) 뿐만 아니라 자동차 자가진단 프로그램부터 음악까지 다양하게 이뤄질 수 있다.
따라서 바퀴달린 컴퓨터인 자동차의 보안은 이제 상상이 아니라 현실에서 구현돼야 할 시점이다. 보안이 없으면 오히려 운전자 생명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이 경우 자동차는 흉기로 돌변하고, 완성차회사는 그저 굴러가는 흉기 제조사로 바뀔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 등은 이미 정부 주도로 자동차 소프트웨어 보안대책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우리도 기술 개발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 단순한 개발에 머물 것이 아니라 동시에 보안책을 고려해야 한다. 혹여 범죄자가 나쁜 마음을 먹으면 금융 보이스피싱처럼 무작위 희생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태식(자동차전장칼럼니스트, 재능대학 교수) autosoftcar@gmail.com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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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나네요
"기계에 지배 받을 것인가? 지배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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