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의 빠른 스마트화가 때로는 운전자의 사고율을 높이는 원인으로 지목됐다. 행정안전부는 내년 3월부터 운전 중 DMB 등의 조작 금지는 물론 기기를 켜놓기만 해도 최고 7만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는 도로안내, 교통정보, 국가비상상태나 재난 상황 알림, 자동차 전후좌우를 표시하는 AVM(Around-view Monitoring)을 제외한 모든 영상물의 수신 또는 재생을 금지하고 있다. 나아가 DMB뿐 아니라 PMP나 태블릿PC 등도 범칙금 부과 대상이다.
운전 중 DMB 시청이 매우 위험한 것은 사실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 따르면 운행 중 전방주시율은 음주 운전이 72%인데 반해 DMB 시청은 58.1%로 떨어진다. DMB를 조작할 때는 50.3%까지 떨어진다.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조작도 마찬가지다.
물론 DMB 또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 작성의 위험은 운전자 대부분이 충분히 알고 있다. 국토해양부 '차량운행 중 운전자 위험 행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운전 중 DMB 시청금지 및 시청행위에 대한 범칙금 부과에는 국민의 대다수가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DMB 소유자의 약 56.7%가 DMB 시청 경험이 있으며, 33%는 가끔 또는 자주 시청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스마트 기기의 편리성을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셈이다.
통상 운전 중 각종 스마트 기기의 종합 위험도를 보면 가장 높은 것이 DMB-전화 사용이다. 이는 혈중 알코올 농도(Blood Alcohol Concentration)의 0.10%에 해당된다. 이른바 만취 운전이나 다름이 없다. 지난 5월 경상북도 의성군 25번 국도에서 DMB를 시청하던 화물 운전자가 훈련 중이던 상주 시청 소속 여자 사이클 선수단을 덮쳐 7명의 사상자(사망 3명, 중상 4명)를 낸 사례가 있다.
이렇듯 자동차와 IT융합기술은 발전과 동시에 새로운 문제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 IVI 뿐 아니라 스마트폰이나 PMP, 태블릿PC 등으로 내비게이션 기능을 활용하는 운전자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사용자 중 대다수가 자동차 운행 중 SNS(Social Networking Service), 문자메시지 등을 열람하거나 전화 통화, 심지어 인터넷 검색까지 한다. 신호 대기중 사용은 어느 정도 괜찮을 지 몰라도 주행 중 조작과 열람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이지만 쉽게 그만두기 어렵다.
그래서 등장하는 것이 듀얼 모니터다. 운전자는 볼 수 없지만 동승석은 모니터의 영상을 볼 수 있는 장치다. 하지만 언감생심, 옆에서 무언가 보고 있으면 운전자도 보고 싶은 욕망이 솟구치기 마련이고, 결국 함께 보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국 IVI와 영상매체 규제보다 더 시급한 것은 운전자들의 운전 형태라는 얘기다.
우리나라 운전자는 대부분 급하고 거칠다. 앞뒤 간격도 사람 한 명 걸어갈 틈조차 주지 않을 만큼 가깝다. 내가 끼어들면 합당하고, 남이 끼어들면 얄밉다는 정서가 일반화 돼 있다. 이런 가운데 내비게이션, 휴대폰, 태블릿 PC 등 디지털 기기는 대시보드 상단을 차지하고 있다. 가뜩이나 여유 없는 운전 마음가짐에 디지털 기기마저 끼어들어 문제의 심각성은 커지고 있다. DMB 법규제 강화와 함께 운전 캠페인이 필수인 배경이다. 스마트 기기의 자동차 내부 사용 규제도 좋지만 기본은 역시 운전자다. 디지털 및 스마트 기기는 운전의 편의성을 높여줄 뿐 사고를 낮춰주진 않는다. 자동차도 아날로그를 추억할 때가 올 수 있다는 의미다.
김태식(자동차전장칼럼니스트, 재능대학 교수) autosoftcar@gmail.com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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