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기술로 무장한 쌍용차의 역작
지금 위기를 맞고 있는 쌍용자동차에게도 추억할만한 전성기가 있었다. 승용·상용 부문에서 메르세데스-벤츠와 적극
적인 기술 제휴 관계를 맺었던 1990년대다. 무쏘, 코란도, 체어맨, 이스타나 등에 벤츠의 노하우를 대거 활용하던 그
때다. 그러나 이 차들보다 더 진한 벤츠 향을 느낄 수 있는 차가 바로 대형 트럭 'SY트럭'이었다.
(사진제공:쌍용차)
SY트럭은 1987년 벤츠가 선보인 SK트럭을 기반으로 했다. 쌍용차는 1990년부터 SK트럭을 내수화하는데 주력했다.
목표는 성능, 품질 등 모든 면에서 최고가 될 수 있는 트럭으로 설정 했다. 쌍용차가 팔고 있던 DA트럭이 노후화로 경
쟁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새 트럭은 시장에서의 차별화가 꼭 필요했다. 쌍용차는 3년의 연구·개발 끝에 SY트럭을 1993
년 3월15일 서울 하얏트 호텔에서 공개했다. 이와 함께 쌍용차는 340억원을 들여 평택 공장에 연간 5,000대 규모의 트
럭 생산 설비를 추가했다.
1993년 3월15일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SY트럭 출시 행사(사진제공:쌍용차)
SY트럭은 승용 부문의 무쏘가 그랬던 것처럼 대형 트럭 시장 가운데 하이엔드 수요를 공략했다. 이는 대형 캡(Cab)에
담긴 상품성을 통해 잘 드러났다. SY트럭의 캡은 국내 최초로 유럽형을 채택했다. 벤츠 트럭을 거의 그대로 가져왔으
니 당연한 결과였다. 유럽형 캡은 큰 부피를 앞세워 거주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쌍용차는 '달리는 오피스텔'이라는
문구로 공간을 강조했다. 이에 반해 현대자동차, 아시아자동차 등의 경쟁사 제품은 비교적 왜소한 일본형 캡을 탑재했
다. 오렌지 빛 캡의 외관은 SK트럭에서 헤드램프, 그릴을 바꾸는 등 페이스리프트 수준의 변화를 거쳤다. 코너 베인,
루프 에어 스포일러로 공력성능을 높인 점도 특징이다.
엔진은 벤츠의 V8 14.6ℓ OM442A 터보 디젤을 얹었다. 이 엔진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을 정도로 성능, 효율, 내구성면
에서 우수하다. 동력성능은 최고 400마력 이상을 낼 수 있었지만 국내 사정을 고려해 최고 340마력, 최대 140㎏·m로
디튠했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성능은 더 높아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내구성도 250만㎞를 별다른 문제없
이 주행할 정도로 높았다. SY트럭이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적지 않게 돌아다니는 이유다. 변속기는 독특한 제어 방
식의 이튼 10단 수동변속기를 조합했다.
섀시는 카고, 덤프, 믹서, 트랙터를 선보였다. 물론 암롤, 탱크로리 등의 다양한 특장도 가능했다. 구동축 구조는 6×4,
8×4를 제공했다. SY트럭은 높은 강성의 슈퍼프레임을 채택했다. 과적이 잦은 국내 소비자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물이
다. 리프스프링도 당시로는 가장 두텁게 쌓아 고중량 운송 시 안정성을 확보했다. 에어브레이크에 필요한 공기를 저장
하는 에어탱크의 결로를 막는 에어드라이어도 국내 최초로 갖췄다.
이렇게 시장의 호평을 받던 SY트럭의 끝은 생각보다 빨리 닥쳤다. 쌍용그룹이 1997년 국내의 IMF 구제금융 요청 사
태와 맞물리며 부도를 맞았다. 결국 쌍용차는 이듬해 대우자동차로 인수됐다. 이 과정에서 SY트럭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대우차가 1995년 내놓은 차세대 트럭과 수요가 겹쳐서다. 하지만 SY트럭은 이 때 완전히 사라지지 않
았다. 2004년 쌍용차가 중국 상하이자동차에 넘어가면서 상하이-후이쭝(SHIC)을 통해 이스타나, 트랜스타와 함께 생
산되기도 했다. 명맥을 이었다기 보다는 필요에 의한 복제였다. 상하이자동차의 먹튀 논란을 가중시킨 이유 중 하나다.
구기성 기자 kksstudi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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