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인승 2.2ℓ 디젤 시그니처 트림
기아자동차 카니발은 1998년 처음 모습을 드러냈다. 기존에 국내 시장에 봉고 등 승합차라 불리는 차종은 판매되고
있었지만 미국과 일본이 주도적으로 내놓던 미니밴을 국내 도입한 것은 처음이다. 과거 승합차가 캠핑용이나 레저용
으로 쓰이던 수요를 미니밴으로 옮겨온 시초인 셈이다. 이후 2005년 2세대에서 차체를 크게 늘린 11인승 카니발이 등
장했고 2014년 3세대 카니발이 출시됐다. 카니발은 RV와 디자인이나 상품성은 닮아가면서도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과 세제 혜택을 통해 인기를 끌었다. 이번에 출시된 4세대는 이러한 특장점을 강화하면서 승용차에 한발 가까워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무엇보다 카니발의 강점은 '실용성'이다. 제 아무리 고급화를 외쳐도 '가성비'를 논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 카
니발의 태생이다. 물론 세컨카 수요가 증가한 만큼 소비자들의 높아진 기대 수준도 만족해야 한다. 결국 합리적인 가격
대에서 4인 이상이 편하게 이동해야 하며 짐은 마음껏 넉넉하게 실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3세대 카니발을 소유
하고 있는 오너로서 달라진 4세대를 꼼꼼히 평가해 봤다.
▲디자인
신형은 미니밴의 투박함을 벗으려 많이 노력했다. 공간감을 극대화한 차체 비율은 손대기 어렵지만 전후면 디자인이
나 인테리어에서 고급스러움을 끌어올렸다. 전면부는 눈에 띄는 라디에이터 그릴과 시각적 요소를 극대화한 주간주행
등, LED 헤드램프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릴 주변과 측면 C필러, 후면 중앙 등에는 크롬 장식을 덧대 화려함을 추구
했다. 후면은 좌우가 연결된 슬림한 리어램프가 안정감을 준다. 그런데 양쪽 끝에 들어오는 제동등의 면적이 너무 적
다. 불이 켜질 때 디자인이 살짝 요상하다.
운전석에서 바라본 실내는 기존과 공간감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물리 방식의 버튼이 대부분 터치 방식으로 변경되
고 디지털 계기판과 디스플레이창이 통합돼 세련되고 정돈된 느낌을 준다. 송풍구는 기존의 존재감을 덜어내고 크러
쉬 패드 중앙으로 슬림하게 녹아들어갔다. 기어봉도 요즘 스타일의 다이얼 방식으로 바뀌었다. 조수석 앞에 위치하던
2단 수납함은 아래쪽만 남았다. 센터 콘솔에는 스마트폰 무선 충전과 컵홀더 2개가 마련됐지만 이전보다 수납 활용성
은 전반적으로 살짝 줄었다는 판단이다.
▲성능
시승차는 스마트스트림 2.2ℓ 디젤을 얹어 최고 202마력, 최대 45.0㎏·m의 힘을 낸다. 제원상 힘은 이전 세대와 동일하
지만 주행 감각은 완전히 달라졌다. 저속에서 부드럽게 힘을 끌어올린 후 중가속을 위해 페달을 밟으면 차가 지체없이
튀어나간다. 무엇보다 변속 충격이라거나 이질감이 덜하고 2.1톤의 미니밴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가벼움을 뽐낸다. 내
가 마치 승용 세단을 운전하고 있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몸놀림이 경쾌하다.
디젤 엔진을 장착한 지라 정차 시 엔진음이나 진동은 있는 편이다. 아주 정숙하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주행 중이라
면 노면 소음이나 풍절음이 많이 상쇄돼 소음 스트레스는 크지 않다. 승차감은 단단하기보다 부드럽다. 이전에는 승합
의 딱딱함이 주로 느껴졌다면 신형은 세단의 부드러움이 인상깊다. 다만 차체가 큰 만큼 살짝 출렁임을 느낄 수도 있어
보인다.
고속도로주행보조 등 운전자보조시스템의 완성도는 한결 높아졌다. 앞 차와의 속도 및 거리를 조절하는 어댑티브크
루즈컨트롤은 점차 자연스러워지는 듯하다. 거리를 조절하기 위해 속도를 높이거나 낮출 때 실제 운전자보다 더 자연
스럽게 대처한다. 차선 인식도 안정적이다. 코너를 돌거나 하이패스 구간을 통과할 때 불안감을 조금 덜 수 있게 됐다.
운전자보조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다보니 자연스레 효율도 개선된다. 공식 인증 효율은 복합기준 12.6㎞/ℓ이
지만 이번 시승에선 14.0㎞/ℓ를 훨씬 웃돌았다. 확실히 사람보다 운전을 더 잘한다.
제동력도 이전보다 좋아졌다. 큰 차체는 달리는 것만큼 서는 것도 중요하다. 브레이크 페달을 밟으면 즉각적으로 속도
를 줄인다. 몸놀림이 한결 가벼워진 만큼 제동 시에도 반응이 빨라진 느낌이다. 물론 아주 예민하거나 민첩한 수준은
아니어서 피로감은 덜하다.
▲편의품목
차체가 크고 탑승객이 많은 만큼 카니발은 다른 어떤 차종보다 편리한 이동을 위한 편의·안전품목의 중요도가 높다.
일단 슬라이딩 도어에 안전 하차 보조가 추가됐다. 슬라이딩 도어는 문이 옆으로 열리기 때문에 멀리서 보면 하차 중인
지 인식하지 못할 경우가 있다. 안전 하차 보조는 정차 후 후측방에서 접근하는 차가 감지되면 자동차를 도어를 열리지
않도록 제어하고 경고음을 울린다.
2열은 가장 많이 바뀐 부분이다.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가 기본 장착됐다. 릴렉션 시트는 좌석을 앞뒤, 좌우로 움직일
뿐 아니라 버튼을 약 1초간 꾹 누르면 치과 의자처럼 자동으로 눕혀지거나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다. 기존의 전자동 시
트는 허리와 머리, 다리 부분을 각각 따로 조정해야 했지만 릴렉션 시트를 이 모든 움직임을 버튼 하나로 완료할 수 있
다는 게 큰 장점이다. 물론 각 부위별로 따로 조절 가능하다.
차체가 커 마련된 편의품목도 있다. 2열 천장에 마련된 스피커는 뒷좌석에서도 음성 조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또 3
열 뒷좌석과의 대화를 위한 후석 대화 시스템도 마련됐다. 운전자가 맨 앞에서 말을 하면 3열 스피커를 통해 보다 선명
하게 전달되는 기능이다. 후석 대화 모드를 작동하면 음악이나 라디오 시스템이 잠시 꺼지고 대화에 집중할 수 있다.
굳이 3열과 대화하기 위해 목소리를 높일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이미 기아차에 적용된 기술이지만 카니발에는 마련되지 않아 아쉬운 것도 있었다. 바로 주차 시 차를 앞뒤로 넣고 빼
는 원격주차 모드다. 자동 주차까지는 부담이 있을 수 있지만 웬만한 준대형 차급에 적용되는 원격주차 정도는 추가했
으면 주차가 한결 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슬라이딩 도어가 공간을 많이 필요로 하진 않지만 가끔 옆차와의 간격이 유지
되지 않으면 일반 도어와 달리 아예 개폐가 불가해서다. 이외 헤드업디스플레이(HUD)가 빠진 점도 아쉽다. 안전 운전
을 위한 시야 확보에 필수적인 기능이기 때문이다. 다음 세대에 적용을 기대해 본다.
오아름 기자 or@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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