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속충전구역 14시간 주차 허용한 시행령 논란
전기차 이용자들 "충전 방해·차주 간 시비 조장"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기자 = 전기차 충전구역에 장시간 차량을 주차하는 '얌체족'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올해 초 관련 법령이 개정됐다. 하지만 개정된 법령에도 허점이 있어 차주 간 시비를 조장한다는 지적이 전기차 소유주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촬영 정유진] ※기사와 직접 관련이 없음
◇ 무조건 14시간 주차 허용한 시행령…얌체 주차족 여전
경기도에 사는 자영업자 A씨는 1t짜리 전기 트럭 두 대를 소유하고 있다.
전기차를 영업용으로 쓰기 때문에 충전을 자주 해야 하지만, 비어 있는 충전구역을 찾지 못해 애를 먹을 때가 많다.
A씨는 "충전이 완료된 지 서너 시간 이상 지났는데도 차를 빼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현행법상 완속충전구역에서는 충전 시간과 관계없이 14시간까지 주차할 수 있어 충전이 완료된 지 한참 지났더라도 차주가 차를 빼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충전 시설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 1분만 충전해도 14시간 주차할 수 있도록 규정해 차주 간 시비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최대 14시간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충전 완료 후 한두 시간 내에는 차를 빼도록 하는 방식으로 규정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1월 개정된 친환경자동차법 시행령에 따르면 전기차 급속충전구역에서 1시간 이상 주차하거나 완속충전구역에서 14시간 이상 주차하는 행위는 충전방해행위로 간주돼 과태료가 부과된다.
충전 여부나 충전 시간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14시간까지 주차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규정에 따르면 단시간 충전하는 차량은 물론, 충전을 아예 하지 않는 차량도 완속충전구역에서 14시간까지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이 담당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석이다.
◇ "충전 안 해도 14시간 주차 가능" 해석 논란
전기차 차주인 B씨는 최근 충전도 하지 않으면서 완속충전구역에 장시간 주차만 해놓은 차량을 발견하고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했다.
하지만 신고된 차량이 단속 대상이 아니라는 답변을 받고 황당했다. "전기차 및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충전하지 않더라도 완속충전구역에 14시간까지 주차할 수 있다"는 것이 B씨가 받은 답변이었다.
그는 "담당 공무원과 직접 통화했더니 (충전구역 주차시간을 제한한 규정이) 전기차 충전 편의뿐 아니라 주차 편의까지 고려해 만든 것이라고 하더라"라며 "전기차 충전을 원활하게 해주는 법인 줄 알았는데 뻔뻔한 차주에게 주차장 자유이용권을 발부해 주는 법"이라고 비꼬았다.
◇ 산자부 "문제점 인식…개선 방향 검토 중"
시행령이 개정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이같은 논란이 일자 산자부는 다시 개선 방안을 검토하고 나섰다.
산자부 관계자는 "'14시간 주차'를 단속 기준으로 삼은 것은 완속충전기에서 완충하는 데 약 10시간이 걸리고 출퇴근 시간을 감안한 주거지 주차시간이 오후 6시30분∼오전 8시30분인 것을 고려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개정된 시행령을 놓고도 문제점이 제기돼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충전이 완료되면 앱을 통해 차를 빼라는 메시지를 발송하고, 충전 완료 후에도 계속 주차하는 경우 충전 요금을 비싸게 부과하는 등 기술적인 부분을 통해 충전 없는 주차행위에 제약을 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hisunny@yna.co.kr
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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