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 원(F1) 그랑프리는 다른 여느 스포츠와 비교했을 때 스피드와 돈,
첨단 기술 등에서 뒤지지 않는다.
특히 경주용 차량을 일컫는 머신은 F1의 특징인 스피드와 돈, 기술이 결합해 만들어진 결정체라고
할 수 있다.
대회 이름에 붙는 '포뮬러' 의미에 걸맞게 24대의 머신은 일정한 공식에 맞춰 만들어야 한다.
각 팀은 치열한 기술 경쟁을 통해 저마다 유리한 조건의 머신을 만들려고 노력하지만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부분이 있다.
가장 기본적인 규격은 먼저 차량의 전체 폭은 180㎝를 넘을 수 없고 무게는 드라이버의 체중을 포함
해 620㎏를 넘어야 한다.
엔진 용량도 정해져 있는데 2.4ℓ 이상이면 안 되고 8개의 실린더가 90도 형태를 보여야 한다.
또 엔진은 자연흡기 연소 방식이며 최소 무게 95㎏으로 엔진 회전수가 1만8천rpm 이하가 돼야 한다.
변속기는 수동이지만 자동처럼 조작할 수 있게 돼 있다.
운전대에 달린 레버를 당겨 단수를 조절하게 되며 후진기어는 반드시 설치해야 한다.
흔히 F1 경기 도중 피트에 들어온 머신을 스태프들이 달려들어 뒤로 밀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
문에 후진 기어가 달리지 않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지만 후진기어는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의무 사항
이다.
그렇다면, 갑작스런 코너를 돌아야 하는 F1 경기의 특성상 흔히 '파워 핸들'로 불리는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은 쓸 수 있을까.
파워 스티어링 시스템은 허용되지만 전기 제어 또는 전기로 동력을 얻어서는 안 된다는 조건이 달렸다.
타이어는 1개 회사에서 똑같은 것을 공급하고 있어 기술 격차 해소와 개발 비용 감소에 중점을 뒀다.
F1 머신은 판매용이 아니기 때문에 정확한 가격이 매겨져 있지 않지만 일반적으로 100억원이 넘는
가치를 인정받는다.
급가속과 급제동에 걸리는 시간은 그야말로 경이적이다.
멈춰 있다가 시속 100㎞로 달리는데 2.6초, 200㎞에 도달하는 데는 5초가 채 걸리지 않는다.
또 정지 상태에서 시속 200㎞로 가속했다가 다시 멈추는 데는 7초가 소요된다.
시속 200㎞로 달리던 차를 멈추는 데는 1.9초면 되고 제동거리는 55m 정도다.
또 시속 315㎞로 달리다 185㎞로 낮추는 데 드는 에너지는 코끼리 한 마리가 하늘로 10m 점프하는
데 필요한 에너지와 맞먹는다고 알려졌다.
시동을 거는 방법도 일반 차량과는 다르다.
버튼을 눌러 시동을 거는데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외부 배터리를 연결해 시동을 건다.
흔히 '보통 사람들은 F1 머신의 시동도 걸지 못할 것'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데서 비롯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F1 머신도 아직 눈 위에서 달려본 적은 사실상 없다.
대회가 3월부터 11월까지 열리는데 눈이 올 수도 있는 계절에는 바레인, 호주, 말레이시아, 브라질,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대회가 열려 F1과 눈의 만남을 원천 봉쇄하기 때문이다.
김동찬 기자 emailid@yna.co.kr
출처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