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중학생의 오토바이 사망사고와 관련, 경찰이 증거를 은폐했다는 유족의 의혹이 뒤늦게 제기돼 담당 경찰서에서
해명했다. 하지만 유족은 경찰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2008년 8월 오토바이 교통사고로 사망한 이모군(당시 14세)의 어머니 장모씨(58)는18일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울먹이며 경찰의 해명자료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CC(폐쇄회로)TV확인 결과, 사고 당시 주변을 통행한 버스가 없어서 확인할 블랙박스가 없었다"고 했지만
실제로 자신이 수사 당시 원본 CCTV에서 버스가 지나가는 것을 똑똑히 확인했다는 것이다.
장씨는 지난 해 9월 재소송을 위해 변호사의 조언에 따라 검찰에 CCTV를 요구했지만 12월 뒤늦게 디지털카메라로
재촬영한 CCTV영상만을 받았다. 원본영상은 분실했다고 했다. 게다가 검찰이 건넨 영상에는 "이 CCTV 분명 법정
까지 가겠지", "우리가 이렇게 도와줘도 되나?" 등의 대화내용이 들어있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이 "아들 이군의 옷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 감정 후 가족에게 수차례에 걸쳐 찾아갈 것을 요청했으나 찾아가지
않았다"고 밝힌 것에 대해 장씨는 "단 한 차례도 연락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자식이 마지막으로 남긴 옷인데
연락이 왔다면 안가져 갔을 리가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군은 지난 2008년 8월 대구 중구에서 김모군(당시 14세), 박모양(당시 14세) 등 2명과 함께 124cc 오토바이를 타고
가던 중 인도에 설치된 교통 표지판 지주를 들이받는 바람에 사망했다. 당시 김군의 친구 신모군은 이군이 오토바이
를 며칠 전에 훔쳐서 탔다고 진술했다. 조사 결과 이군이 운전 중 중심을 잃고 사고를 낸 것으로 종결됐다.
장씨는 아들이 죽은 지 2년이 넘은 시점인 지난 15일 오후 9시경,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게시판에 "아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있는 증거자료 은폐. 너무 억울합니다"는 글을 남겼다. 그는 사고 당시 자신의 아들이 오토바이를
운전한 것이 아니라 동승자로 알려진 김군이 운전자라며 수사당시 의문점을 설명했다.
뒤늦게 사연을 올리게 된 이유를 묻자 장씨는 "당시는 충격으로 정신치료를 받는 등 경황이 없었고, 인터넷을 하는
방법도 잘 몰랐다"며 "주변 분들이 억울함을 풀어야 한다고 글을 올려볼 것을 재차 권유해서 올리게 됐다"고 대답했다.
또 별다른 보상이나 책임자의 처벌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의 죽음에 대해 '오토바이를 훔쳐서 운전하다 죽은 것'
이라는 불명예를 씻고 싶다고 했다.
이 글이 인터넷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되자 경찰은 총 11개의 항목을 꼽아 게시글의 내용을 반박했다.
하지만 일부 네티즌들은 김군과 친한 친구인 신군의 진술을 그대로 증거자료로 활용한 점과 "CCTV 녹화 영상을
디지털 카메라 촬영 시 녹음된 대화가 있었으나 의혹 될 만한 내용은 없었다"는 점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신모
군이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있고, '의혹 될 만한 내용이 없다'는 해명이 모호하다는 지적이다.
김민경 인턴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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