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정도 큰 피해를 당했는데 전혀 당황하거나 동요하는 기색이 없어 놀랐습니다. 새삼 일본자동차 업체들의 경쟁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현대자동차 고위 임원의 말이다. 대재앙 앞에서 당황할 법도 하지만 토요타를 비롯해 혼다와 닛산 등 일본 자동차업체
들은 너무나 조용하게 사태를 수습해 가고 있다. '무섭다'는 표현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다.
◇6개월은 기본, 탄탄한 비상계획=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치밀하게 마련된 비상계획 덕분이라
는 게 공통된 지적이다.
토요타는 '경영학의 교과서'답게 강진 직후 토요타 아키오 사장을 중심으로 비상대책반을 가동하고 있다. 본사는 물론
주요 협력업체의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전세계 지사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
나카바야시 히사오 한국토요타 사장은 15일 "평소 본사와 e메일을 통해 대부분 업무협의를 하지만 지금은 하루에 5~6
차례 정도 컨퍼런스콜을 통해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며 "본사에서 피해상황 등을 알려주고 고객들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혼다 역시 '전사 대책 본부(Emergency Task Force Team)'를 마련하고 신속하게 정보를 수집, 유관 부문과 공유해
전사적인 대응 방침을 결정하고 있다. 닛산 역시 비상대책 전략팀(Emergent Management Office)이 즉시 가동됐다.
비상대책 전략팀은 요코하마 본사뿐만 아니라 설비 시설이 있는 공장에도 구축돼 있다.
이런 비상대책반의 활동 덕분에 공장가동 중단 여부를 신속하게 결정할 수 있었고 곧바로 직원들을 귀가시키는 등 일련
의 조치들이 가능했다는 설명이다. 닛산 코리아 관계자는 "자세히 밝힐 수 없지만 최소 6개월을 기준으로 비상사태 발생
에 따른 매뉴얼이 마련돼 있다"며 "잘 준비된 비상계획 덕분에 침착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막힘없는 소통, 불필요한 오해 없애= 일본 차업체들의 위기대응 방식에서 또 하나 배울 점은 모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했다는 점이다.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지사들에게 본사의 피해상황을 정확히 알리고 이를 고객에게도 설명하도록
했다.
한국토요타와 닛산코리아는 본사의 이 지침에 따라 지난 14일 전국 각지 딜러사에게 e이메일을 통해 피해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e메일에는 공장 가동 중단 현황은 물론 가동 재개시점과 차량 공급 차질 여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
부산의 한 토요타 딜러는 "지진 발생 후 고객 문의가 많았다"며 "본사에서 상황을 정확하게 알려줬기 때문에 자신있게
고객들에서 상황을 설명할 수 있었고 고객들의 불안감도 잠재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토요타는 물론 혼다코리아와 닛산코리아는 지난 13일부터 수시로 본사 상황을 언론에 공개하고 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연결하는 사내 인트라넷을 비롯해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수단들도 위기 속에서 빛을 발휘하고 있다.
◇3개월 부품 확보, AS 지장 없어= 일본 본사가 큰 타격을 입었지만 국내 소비자들의 피해는 아직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수준이다. 대부분 업체들이 자체 물류센터에 3개월 이상의 부품을 확보하고 있어 특별한 상황을 제외하면 애프터
서비스를 받는데 지장이 없다.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부품에 따라 다소 차이는 있지만 본사 가이드라인에 따라 자체 물류센터에 3개월 정도의 부품을
이미 확보해 놓고 있다"며 "본사 공장가동이 다소 지연되더라도 AS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혼다코리아와
닛산코리아 역시 3개월 정도 부품을 확보해 놓고 있다.
공장 가동이 한달 이상 중지되지 않는다면 신차 인도시기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3개월 정도
를 예측해 미리 주문이 들어간 상황이고 딜러사 역시 한달 판매물량을 사전에 확보하고 있다"며 "차종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을 수 있지만 신차 인도가 늦어지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서명훈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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