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법정관리의 나락으로 떨어졌던 제너럴모터스(GM).
500억달러에 달하는 공적 자금을 수혈 받고 일명 정부자동차(Government Motors)라는 꼬리표를 달고 다녔던 GM은
이후에도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가 수차례 교체되며 경영에 난맥상을 보이다 지난해 기업공개
(IPO)에 성공하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 중심에는 크리스토퍼 리델(Christopher Lidell, 51) GM CFO가 있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에서 2005년부터 4년간
CFO를 지낸 그는 지난해 1월 프리츠 헨더슨 전임 GM CEO의 설득으로 GM에 합류했다.
리델은 미 재계 경영진 사이에서 찾아보기 힘든 뉴질랜드인이다. 오클랜드대와 옥스퍼드를 졸업한 그는 같은 동향 출신
으로 모건스탠리에서 근무하던 재무 전문가 대니얼 앰만(Daniel Ammann, 38)을 데려와 당시 법정 관리 상태에서 막
벗어나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인 재무 건전화에 박차를 가했다.
일단 부채비율을 줄이고 상장을 통해 신규 자금을 끌어들이는 것이 가장 시급한 사안이었다. 동시에 거대공룡과도 같은
GM그룹 전체 재무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해 분산 전략을 단기간에 빠른 속도로 추진해야했다. 그 결과 지난해 4분기
동안 연속 흑자를 달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같은 해 총매출 규모는 1356억달러를 넘어섰으며 세전
영업이익은 70억달러에 달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쓰러졌던 GM이 다시 일어서는 터닝 포인트가 된 사상 최대의 IPO를 통해 231억달러 상당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리델은 최근 가진 실적 보고에서 "올해에는 지금까지의 성과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계속해서 모멘텀을 만들어가는 것에
집중할 것"이라며, "올해 1분기도 좋은 실적을 기대한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실적발표 후 한달만인 지난 10일 그는 오는 4월1일자로 회사를 떠난다는 소식을 전했다. 다른 기업으로의 이직
도 아니었으며 앞으로 재무와 관련된 비즈니스에도 관여하지 않겠다는 뜻도 덧붙였다.
그의 갑작스런 사임 소식이 전해졌지만 GM 내부에서는 그다지 놀랍지 않다는 분위기였다. 자신이 CEO가 되고 싶다는
희망을 내비쳤던 리델은 입사 이후 동고동락해온 에드 휘테커 CEO가 뜻하지 않게 사임하자 그의 입지도 좁아졌다.
이후 CEO 인사에서 미 해군사관학교 출신이자 입사 이전부터 칼라일 그룹에서 GM과 오랜 기간 함께 해온 다니엘
애커슨이 후보로 떠오르자 굴러온 돌인 리델의 승산을 점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을 증명했음에도 보수적인 것으로 잘 알려진 GM 조직문화에서외부인이 CEO직에 오르는 것은
역부족이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리델은 퇴임 성명에서 "위대한 그 무엇의 일원이 되고자 GM에 합류했었다"면서 "나의 목표는 GM의 재건에 힘을 보태는
것이었다"며 애써 미소로 퇴임사를 마무리했다.
김보람 기자
출처 - 머니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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