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고향 죽마고우의 아버님이 돌아가셔서 거기 다녀오느라 밤 늦게 들어왔었는데
안방에서 아들이(남아, 3세, 어린이집 재원중) 칭얼 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라고요.
아침에 일어나 부인마마에게 들으니 밤새 칭얼대면서 잠을 제대로 못잤다네요.
이유를 물어보니 호랑이가 "어흥!!" 하면서 아빠를 데려갔다고... 악몽을 아주 심각하게 꾼 모양입니다.
어른들이 들으면 웃음이 나올 얘기지만, 아들 딴에는 아주 무서운 악몽이었었나봐요.
밤새 자다 깨다 울면서 제 엄마에게서 떨어지질 않다 아침에 엄마 일찍 출근한 뒤에는 저한테 안겨서 떨어지질 않더군요.
원래 어린이집 가는 걸 아주 좋아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오늘은 특히나 더 싫어하네요.(막상 가면 잘 놉니다)
저도 좀있다 친구한테 들렀다 출근해야 해서, 결국은 어린이집에 데려다 주고 왔는데.... 맘이 짠 합니다.
결혼이 늦어 남들 늦둥이 볼 나이도 한참 지나 자식 대학 보낼 나이에 늦게 키우게 된 첫 아이인데,
남들 말하듯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이쁘고 사랑스럽고 어쩌고 그런거 보다는...
얘가 세상 살면서 위험한 것들 제 스스로 가릴때까지 다치지 않게 잘 돌봐줘야 한다는 의무감(책임감)이 더 강한 쪽인데,
오늘은 어린이집에 맡기고 오면서 맘이 많이 짠 합니다.
※ 여담이지만, 부모님에 대한 효도와 자식을 키우는 것은 그러한 차이 같습니다.
부모님께는 받은 것은 만분의 일도 안되겠지만 그나마 최소한이라도 돌려드리려 노력하는 것이고,
자식은 혼자서 어엿하게 설 수 있게 될때까지 내게 맡겨진 책임이고 의무 인거죠.
부모님도 연세가 많이 되셔서 몸이 불편하시거나 기억력에 문제가 생겨 부모님 혼자서 위험을 피하거나 분별할 수 없게 되시면 그때는 부모님도 자식의 책임과 의무가 되어 부모님이 불편하지 않도록 돌봐드려야 한다는...
자식 낳기 전에는 그저 그런가보다고 생각했던 손순매아(孫順埋兒) 고사가,
지금 생각해 보면 손순이란 놈이 지 자식 제대로 가르치질 못하고 단지 비극적인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 생각해보면 당신 때문에 손주가 생매장 당할 뻔 한걸 알게되면 손순의 노모는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습니까. 그리고 무지한 애비 때문에 어린나이에 죽을 뻔한 아이는 무슨 죄가 있느냐는 말이지요. (생각해보면 극단적인 방법으로 孝를 강요 해대는 설화나 고사가 참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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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녀석 때문에 맘이 짠하다보니 좀 주절거리게 되네요.
올해는 장가나 갈 수 있을지 참.....36살 먹고 별생각 다 드네요...
장가를 혼자 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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