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회에서 '평양이 주는 교훈'이 있다고 하면 일단 기겁부터 할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다. 우선 평양이 매우 적대시되어있는 대상이며, 그리고 솔직히 우리가 우리보다 잘 사는 도시에서 배울 것도 많은데 굳이 세계 최빈국 중의 하나인 북한의 도시에서 무엇을 배운다는 것인가. 한국인으로서 '사회주의 도시 평양이 주는 교훈'이라는 제목을 보면 '평양'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겠지만, 사실 이 제목의 방점은 '사회주의 도시'에 있다. 우리가 가장 쉽게 실수하는 부분이 평양을 비롯한 많은 북한의 도시는 '사회주의 도시'를 만들겠다고 하는 이념 아래 세워진 도시이다. 그 목표가 성공적으로 완수되었냐 아니냐를 따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한 도시가 건설될 때 지향했던 목표가 무엇이었는가를 생각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국전쟁을 통해 완벽히 백지화가 되었던 평양 역시 재건을 통해 사회주의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 나아가고자 노력한 도시이다.
가끔 독자들이나 청중들이 오해를 하는 지점이 북한이나 평양은 우상화된 독재자의 국가 아니냐, 도시 아니냐하는 지점이다. 맞는 말이다. 현재는 사회주의라는 이념보다는 주체사상이라는 이념으로 작동하는 곳이 북한이고 평양이다. 하지만 그것은 현재의 모습이고, 북한에 주체사상이 등장하기 전인 7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북한은 이상적인 사회주의 도시를 건설하겠다고 하는 의지가 매우 강했다. 우리가 현재 생각하는 주체사상이나 독재화, 우상화는 그 이후의 이야기라는 점이다. 결국 평양이 전쟁 후 재건되면서 가졌던 목표는 독재자나 주체사상과는 거리가 멀고, 오히려 사회주의 이념의 정수를 담고자 했던 것이 더 합리적인 이해의 과정이다.
사회주의는 이념의 근간이 노동자였기 때문에 노동자들의 삶의 환경에 매우 민감하였다. 그랬기 때문에 도시 내에 더 많은 녹지를 두고자 하였으며, 직주근접의 환경을 만들어 노동자들이 일터까지 출퇴근하는데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하고자 하였다. 그리고 도시의 모든 영역에서 적합한 공원, 놀이터, 학교, 근린시설 등이 비슷한 조건으로 접근 가능하도록 하여 한 지역이 다른 지역보다 더 좋거나 혹은 더 열악한 환경에 놓이게 되는 상황을 피하고자 하였다. 이는 한 도시에서도 그러하지만, 전체 국가에 대한 계획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도시가 한 도시에 의존해서 사는 모습이 아니라 각 도시가 자생적인 환경을 갖추고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사회주의 도시의 모습이었다.
예를 들어 평양 사람들이 신는 신발은 평양에서 생산된 것이어야 했으며, 함흥 사람들이 신는 신발은 함흥에 있는 신발 공장에서 생산되는 식이다. 평양과 함흥은 종속관계가 아니며, 평양 내에서도, 또 함흥 내에서도 주민들이 일하는 공장이 도시 내에 잘 분포해있어야 하는 것이었다. 사회주의는 이런 이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평양의 공장이 매우 커서 함흥 사람들이 평양의 공장에 일자리를 찾아 떠나고, 그에 따라 함흥에는 일자리가 적어지고, 또 함흥 사람들은 평양에서 생산된 것을 소비할 수밖에 없는 종속관계에 있는, 이런 모습이 아니라 각 지역의 도시가 다 자생할 수 있는 단위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이상적인 모델은 20세기에 처참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듯, 20세기 산업은 대량생산이 주된 모델이다. 즉, 대량생산만이 경쟁력을 갖는 시대였다는 것이다. 20세기 초 포드사에서 T1이라는 자동차를 만들며 컨베이어벨트를 통한 대량생산 모델을 제시하면서 인류는 완전히 다른 사회에 진입하게 되었다. 특정 계층만 탈 수 있었던 자동차를 웬만한 시민들도 다 살 수 있게 되었고, 특정 계층에게만 허용되던 신발과 옷도 모든 사람이 신고 입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 휴대폰, 시계 등 모든 것이 대량생산의 결과물이다. 그리고 대량생산은 당연히 큰 공장을 수반하여야 한다.
19세기 산업혁명이 시작되었을 때의 공장은 도시 내에 존재하였다. 당시에는 대량생산의 개념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산업이 대량생산화 되면서 더 큰 공장을 지어야했고, 더 많은 산업용수와 더 큰 물류량이 발생하게 되었다. 따라서 산업은 점차 도시에서 멀어졌고, 새로운 산업지역에 대규모 공장을 지으면서 발달하게 된다. 그곳에서 성장한 대량 생산형 공장은 무한히 성장했고, 그 지역의 메리트 (예를 들어 노동력이나 세제혜택)가 끝나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며 똑같은 방식으로 성장하였다. 이것이 20세기 산업의 핵심이다. 생각해보라. 이러한 상황에서 사회주의 도시에서 이야기하는 자생적인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산업 생산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지. 어떤 공장은 하루에도 수만 켤레의 신발을 만들어 낼 수 있는데 어떤 공장은 고작 몇 백 켤레, 그것도 물류가 좋은 곳도 아니고 단지 지역 소비자들만 대상으로 하는 공장이라면 이것은 가히 헤비급과 라이트급의 경기보다도 명백하게 결과가 나오는 이야기다. 20세기 사회주의가 몰락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하나는 이 대량생산의 경쟁체제에서 경쟁력이 없었던 것이 원인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21세기는 다르다. 산업이 변하고 있다. 우리는 여전히 대량생산의 홍수 속에서 살고 있지만, 그 안에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 소량생산 등의 이야기가 생겨나고 있다. 사람들은 남들과 똑같은 옷을 입고 싶어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나만의” 것을 갖고 싶어 한다. 업사이클링으로 유명해진 프라이타그가 인기 있는 것은 내가 가진 가방은 전 세계에 단 하나 밖에 없기 때문이며, 요즘 유행한다는 “길거리 브랜드”는 대량생산에 지친 소비자들이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스스로 만들기 위해 선택하는 소비 수단이다. 이는 기술과 플랫폼의 발달로 가능해진 이야기다. 기술의 발달로 꼭 대형 생산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사람들은 스스로 레고 장난감을 만들고, 옷을 만들며, 심지어 3D 프린트로 신발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는 플랫폼의 발달로 더욱 극대화된다. SNS를 통해 자신이 만든 제품을 지구 반대편의 소비자에게 홍보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더 이상 TV광고를 해야만 내 상품을 알릴 수 있었던 시대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렇게 변화하는 산업의 구조에서 과연 사회주의 도시가 추구하던 이상을 다시 이야기해볼 가치는 없을까. 사회주의 도시가 대량생산 산업구조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우리가 앞으로 이야기하는 소량생산 매스커스터마이제이션 시대에 혹시 적합하지는 않을까. 기술의 발달로 더 이상 공장은 매연이나 소음을 내는 시설이 아니고, 소량생산의 시대에 공장이 클 필요가 없는 시대에 다시금 사회주의 도시가 공장을 품었듯, 우리 도시가 새로운 생산시설을 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거기서 생산되는 작은 제품들을 그 주변 사람들이 소비하면서 살 수 있는 도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상상해본다. 그리고 이는 이미 유럽의 일부 도시들에서 시도하고 있는 새로운 도시의 모습이다. 도시의 순환경제를 위해서 다시금 생산이라는 영역을 도시에 갖고 들어오고 있으며, 이는 자생하는 도시 모델의 첫걸음이라 이해하고 있다. 다른 대기업이나 대도시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자생적인 순환경제시스템을 구축해서 더 나은 삶의 환경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 아닌가. 바로 사회주의 도시에서 추구하던 바이다.
평양에서는 아직도 지역 주민이 함께 모여 된장, 고추장을 만들고 그것을 나눠서 소비하는 시스템이 있다고 한다. 옆의 지역에 가면 또 거기서 자신들이 소비할 된장, 고추장을 만들고. 이러한 구조가 경제적으로는 매우 비합리적인 구조로 보일 수도 있지만, 앞으로 우리의 도시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이러한 모습이 보일 수 있으면 한다. 누가 생산한지도 모르는 대기업의 된장이 내 냉장고에 들어와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는 동네 사람이 만든 된장이 내 냉장고에 들어와 있고, 내가 아는 동네 사람이 만든 운동화를 신고 출근하는 그러한 모습을 상상해본다. 이제 사회주의 도시에서 교훈을 얻을 때 이다.
글: 임동우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도시설계 교수)
출처 : 통일부 공식 블로그
https://m.blog.naver.com/PostView.nhn?blogId=gounikorea&logNo=221740337317&proxyReferer=https%3A%2F%2Fm.search.naver.com%2Fsearch.naver%3Fsm%3Dmtb_hty.top%26where%3Dm%26oquery%3D%25EA%25B3%25A0%25EC%25B6%2594%25EC%259E%25A5%2B%25EA%25B3%25B5%25EB%258F%2599%25EC%25B2%25B4%2B%25EC%2582%25AC%25ED%259A%258C%25EC%25A3%25BC%25EC%259D%2598%26tqi%3DUQxOXsp0Jx8ssmYkYR8sssssswR-299905%26query%3D%25EC%2582%25AC%25ED%259A%258C%25EC%25A3%25BC%25EC%259D%2598%2B%25EB%258F%2584%25EC%258B%259C%2B%25ED%258F%2589%25EC%2596%2591%25EC%259D%25B4%2B%25EC%25A3%25BC%25EB%258A%2594%2B%25EA%25B5%2590%25ED%259B%2588
내가 보기엔 읽지도 않고 하는 소리 같은데.ㅋ
이게 프랑코가 필요한 이유지....
죽어야 정신 차린다는 얘기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