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현재 중국 북경에 거주하고 있는 역사소설 '네 지붕 한 가족' 작가입니다.
이제 14일간 격리 다 끝나서 움직여야 하는데 아직까지 조심스럽기만 합니다.
그저께 3월10일 제 저서의 서평이 이 시대에 얼마남지 않은 진실을 전하는 언론사 경남도민일보에 실렸습니다!
다른 언론에도 서평이 실린 적이 있지만 정도를 걷고있는 경남도민일보에 실렸다니 더 기쁘네요.
아래 링크 주소와 서평 내용 적어 봅니다..
많이 축하해 주세요~
www.idomin.com="" news="" articleview.html?idxno="723542"" target="_blank" style="color: #000000; text-decoration-line: none; cursor: pointer;">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723542
북리뷰 -
〈네 지붕 한 가족〉(황경호 지음) 아픈 역사 속 평범한 민초의 사투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2020년 03월 10일 화요일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되고, 자가 격리된 분들이 많다.
이 지역 출신으로 <네 지붕 한 가족>이라는 소설을 쓴 황경호 작가도 주거지인 중국 베이징에서 지난 1월 설연휴 전에 귀국했다가 2주일 이상 자가격리 상태를 견뎠다.
지난달 23일 중국으로 다시 돌아갔는데, 한국에서 왔다고 또 2주간 격리생활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그가 쓴 책을 한 장 두 장 읽으면, 코로나19를 잊게 된다. 지난 100년 조상들과 이전 세대가 한반도 안팎에서 겪은 풍상을 접하면, 코로나19 정도는 이겨낼 수 있는 내성이 생기는 것 같다.
소설을 읽다가 운 건 10년 만의 일이다.
박경리 선생이 돌아가시던 그해(2008년), <토지>를 읽다가 월선이가 죽던 대목에서 숨죽여 울었다.
용이가 차마 눈을 못감는 월선이에게 "그래 됐다. 인자 편히 가거라" 했을 때, 그 내용도, 그걸 읽는 나도 얼마나 서럽던지 옆에 가족이 없고 나 혼자였으면 아마 목을 놓고 울었을 거다.
〈네 지붕 한 가족> 2권 290쪽 '1990년 11월 경남 사천'편 영덕이가 죽는 대목은 그때 그 심정이랑 똑같았다.
'엄마 언년이 밥상을 다 차렸는지 젖은 손을 앞치마에 닦으면서 말했다. "영덕아 고생 많았제? 니 할 만큼 했다. 어서 와 밥 묵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이 어서 오라고 손짓을 한다.
환한 미소를 띠고 영덕은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은심의 손을 쥐던 영덕의 손에 힘이 풀리면서 축 늘어진다.'
2권 앞쪽 '1951년 2월 강원도 횡성'편까지 영덕이는 '러키가이'였다.
부대낌이 있었지만, 똑똑했고 씩씩했고 싹싹해서 경상도 사천에서 만주 봉천, 북조선 평양까지 이어지는 반평생을 그의 의지대로 헤쳐 갔다.
그래서 이 소설의 대미인 '네 지붕 한 가족'의 기틀이 됐다.
그런데 한국전쟁 중 횡성전투 통에 그가 겪은 참상은 내가 읽은 여러 소설 전투대목 중 가장 리얼했다.
'영덕은 그쪽을 향해 달려가던 중 바로 옆에서 터진 포탄에 몸이 휙 날라갔다. 그냥 온몸이 공중에 붕 뜬다고 느껴진 순간이었다. …꽁꽁 언 손으로 얼굴 여기저기를 만져봤는데 눈, 코, 머리 다 아무렇지도 않았지만 자꾸만 입속으로 찬바람이 사정없이 들어왔다.
갑자기 입과 목에서 피가 나왔다. 입이 왜 이렇지?
손을 턱으로 가져간 순간 그의 손에 턱이 만져지지 않았다.'
턱이 없이 벙어리가 되어 살아가는 남은 반평생은 그에게 뭐였을까?
책을 다 읽을 때까지 나는 그 생각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21권의 일기, 끝내 만나지 못한 딸 금희와 옥희에게 줄 비단구두…. 단서만 읽을 수 있을 뿐, 그의 심정을 나는 가늠할 수 없다. 기대하지 않았던 작가의 필력을 절감하면서 그는 누구일까? 하며 맨 앞쪽 프로필로 몇 번이고 되돌아왔다.
'1973년생, 경남 창원에서 초중고교 졸업, 부산 동아대 경영학 전공, 1999년부터 중국 주재원 근무 시작, 중국 CJ그룹 오리온그룹 등 재직, 2018년부터 ㈜제이제이이엔지 북경대표처 수석대표 재임 현재 북경 거주'. 그런 이력보다 그의 필력을 전해준 한 대목. '중국의 동쪽 끝 러시아접경부터 서쪽 끝 우루무치까지 전 지역을 발로 뛰며 영업현장을 떠나본 적이 없는 영업맨'. 실제 작가의 아버지가 태어난 경남 사천부터 만주, 중국, 러시아, 중앙아시아, 북한에 이르기까지 이 소설의 무대가 그냥 상상 속에 나온 게 아닌 것이다.
여기에 더해진 그의 역사의식이, 민족의식이 소설을 낳은 게 아닐까. 그 역사의식의 단초가, 줄곧 소설가를 지망한 이유가 책의 맨 끝에 나온다.
'인류가 이 땅에 나타난 이래 많은 이야기꾼들이 왔다가 사라졌다. 나 역시 그러한 수많은 이야기꾼의 한 명이 되고 싶었다. 우리가 놓쳤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그런 이야기꾼이 되고 싶었다. …15년 전 어느 겨울날 중국의 한 도시, 나보다 스무 살이 많은 분과 술자리를 하게 되었다. 민족의 아픈 역사를 겪으면서 이산가족이 되어 뿔뿔이 흩어진 그분의 가족사에 대해서 듣게 되었고, 그날은 대취했었다. 뭔지 모를 뜨거운 감정이 북받쳐 올랐고 언젠가 기회가 되면 꼭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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