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중국 북경에서 살고 있는 역사 소설 '네 지붕 한 가족'의 작가입니다..
코로나 19 때문에 항상 한국 소식에 촉각을 곤두 세우고 사네요.
원래 저도 7월중에 꼭 한국에 가야 할 일이 있었는데 한국가면 다시 중국에 못 들어오기에 생업을 위해서
포기 했습니다.
이 시국에 또 빤스 일당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정말 화가 나네요.
오늘은 그냥 지난 달에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있었던 일을 적어 볼까 합니다.
제가 사는 곳은 북경에서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으로 유명한 코리아타운으로 한국학교도 있을 정도이고 많을 때는 한국 사람이
10만명 가까이 살았지만 사드 사태등등으로 지금은 공식적으로 한국인은 2~3만명 정도만 산다고 합니다.
늦게 퇴근해서 식사도 늦게 마치니 몸이 무거운거 같아서 밤 10시 반이 넘어서 조금 걸을까 싶어서 내려 왔습니다.
단지 바깥으로 삥 돌으면 600보 남짓에 4분이 넘게 걸리는데 열댓바퀴 정도 되면 나름대로 운동이 됩니다.
그날도 땀 삐질 흘리면서 걷고 있는데 30분 정도 걸었으려나 저 멀리에 남자 두 명이 앉아 있는게 보이더군요.
거리가 조금 더 가까워 질 때쯤 남자 한 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어디론가 가고 조금 있다가 흰 옷을 입은 남자가 갑자기 옆으로
휙 고꾸라지더군요.
그냥 그러려니하고 다음 바퀴에 돌아와서 보니 쓰러진 남자는 미동도 않고 길바닥에 누워 있었고 어떻게 할까 살짝 고민하다가
계속 동네 돌았습니다.
원래 운동이라는게 리듬이 있어서 한 번 하면 끊기가 쉽지가 않더군요.
다시 한 바퀴 더 도는데 쓰러진 남자가 그대로 있기에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조금씩 가까이 다가가는데 혹시 두명이서 말싸움 하다가 칼로 훅 찌르고 도망간 범죄 사고가 아닌가 걱정이 되더군요.
제가 다가가니까 그제서야 이 남자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합니다.
우선 사진을 찍고 후레쉬를 켜서 비춰보니 다행히 핏자국이나 그런게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소지품이나 상처가 있나 싶어서 비춰 보는데 계속 옆에서 지켜보던 중국 할아버지가 말을 겁니다.
"이 사람 혹시 심장마비나 그런거 아냐? 술냄새는 안 나는데.."
"어르신..지금 마스크 꼈잖아요.."
"..."
코로나로 어수선 하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마스크를 벗고 얼굴 가까이 대 봅니다.
확~~하고 술 냄새가 진동합니다.
중국말로 "아저씨, 괜찮아요?"라고 묻는 순간 갑자기 드르렁 하면서 자세를 아주 편하게 바꾸시네요..^^;
'다행이다!'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떠오르더군요.
제가 확인을 하고 취객이라고 하니까 옆에 서있던 중국 청년 한 명이 급하게 경찰에 신고를 합니다.
저도 그때까지 어떤 상황인지 몰라서 그냥 몸에 손은 안 댔고 뭘해야 할 지 몰랐습니다.
알고보니 이 아저씨가 누워있는 동안에 동네 주민들이 여러 명 오가면서 보기는 봤는데 다들 가까이 가기가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우리 나라도 그렇지만 요즘에 세상이 험해서 괜히 남의 몸에 손을 대었다거나 괜히 골치아픈 일이 생길까 봐 망성이는거겠죠.
그래도 제가 나서서 살펴보니 걱정했던 사람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고 같이 걱정해 주고 경찰에 신고도 해주더군요.
사람들이 모여서 경찰을 기다리는데 갑자기 저 쪽에서 우리 동네에서 한국 슈퍼를 운영 하시는 한국인 사장님이 막 이쪽으로 오시면서 말하시네요..(물론 중국말로)
"이 사람 이 동네에 사는 한국 사람인데 지금 술에 취해서 인사불성 입니다."
헉~머리는 짧게 깍은 중국 스타일인데 입은 옷이며 브랜드가 한국 브랜드라 긴가민가 했는데..한국 사람이었네요!
한국인 사장님이 원망섞인 목소리로 얘길 하십니다.
경비실에서 연락이 와서 한국인 취객이 누워 있는데 당신이 한국 사람이니까 알아서 데리고 가라고 했다네요.
경비원 입장에서야 아는 한국 사람이 슈퍼 사장님 밖에 없으니 그랬겠지만 카운터 보시던 사장님은 뭔 죄인가요?
여차여차해서 부축하고 오다가 힘들어서 잠시 쉬었는데 키가 180이 넘고 90킬로도 넘어 보이는 취객분이 도저히 못 가겠다고
버티니 빼빼마른 슈퍼 사장님도 도저히 어쩔 수가 없었겠죠.
그러다가 그냥 그대로 땅바닥에 철퍽덕 하셨답니다.
사장님은 매장에 가서 물 가지고 오고 토사물 닦느라 왔다갔다 하고 또 그러면서 매장 손님 받고..그 사이에 제가 보게 되었네요.
우리끼리 한국말로 하고 있으니 주위의 중국 사람들이 그럼 동포들끼지 잘 처리하라고 하면서 하나 둘씩 흩어지기 시작합니다.
사장님 얘길 들어보니 이 분은 우리 옆 동에 사는데 부인은 고향에 가있고 아마 자녀들만 있을 거랍니다.
아무래도 한국 식품 배달까지 하시다 보니 동네에 사는 한국 사람들 집은 거의 다 아시나 봅니다.
사장님이 일단 집으로 가서 가족들 데리러 오기로 하고 저는 자리를 지키기로 했고 아직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았던 젊은 총각이
그래도 걱정이 되었는지 같이 자리를 해줍니다.
조금 있다가 경찰이 다가오길래 제가 사정 설명을 했더니 경찰은 보디캠만 켜고 일단 아무도 손대지 말라고 합니다.
"그래도 이 사람 다행이다..겨울 같았으면 얼어 죽었을건데 여름이라 다행이네요.
어제도 한국 사람 취객 신고가 2건이 있어서 출동 했는데..왜 한국 사람들은 술을 그렇게 좋아하냐?"
"요즘 나도 코로나 때문에 힘들어서 술 먹고 뻗고 싶다."
"지금 세상은 워낙에 무서워서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그런다..앞으로도 이런 일 있으면
경찰에 신고하고 절대로 관여하지 마라"
등등 경찰이랑 둘이서 한참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다행히 취객 아저씨 집에 고등학교 다니는 건장한 아들이 있어서 슈퍼 사장님과 같이 옵니다.
아들이 불러도 대답도 없고 미동도 않기에 경찰의 입회 하에 세 명이서 같이 드는데 꼼짝도 안 합니다.
아들한테 물어 봅니다.
"아버지, 자주 이러시니?"
아들은 부끄러운지 말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슈퍼 사장님이 택배 아저씨들이 끄는 짐차를 가져 오길래 경찰도 같이 힘을 보태어 짐짝처럼 싣고 저와 아들은 다리 하나씩 잡고 억지로 밀고 갑니다.
경찰은 얄밉게 보디캠만 켠채로 졸졸졸 따라 옵니다.
보도블록이 평평하지 않아 잘 밀리지도 않는데 짐차에 기대 앉았던 취객 분이 움직임을 느꼈는지 조금 있다가 눈을 뜹니다.
주위를 둘러 보시다가 아들이 보이니 막 일어 나려고 하길래 억지로 잡아서 일으켰습니다.
그리고 아들의 원망섞인 잔소리를 듣고 아들과 어깨 동무하고 비틀거리면서 가시고 경찰은 이제 끝~을 외칩니다.
"요즘에 코로나 때문에 여기저기 사업하는 한국 사람 많이 힘들어요.."
슈퍼 아저씨가 하는 얘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저부터도 그런 걸요..ㅜㅜ
집에 와서 아내에게 얘길 하니 오지랖 넓다고 하지만 그래도 별 잔소리는 안 합니다.
그냥 경찰 얘기대로 괜히 복잡한 일에 말릴까봐 앞으로는 그냥 깊게 관여하지 말라네요.
그래도 아무리 세상이 험해도 우리 보배분들은 다들 이렇게 하실거죠??^^
지나친 음주의 위험성은 다들 알지만 그래도 오죽 힘들었으면 저랬을까 하는 같은 가장의 심정이 이해는 갑니다.
앞으로는 동네 산보를 하면서 치킨 사들고 집으로 가시는 그때 그 취객 분을 보고 싶습니다.
이 놈의 코로나 빨리 물러나서 모든 자영업자들, 사업하시는 분들 다들 대박나면 좋겠습니다..(저도 마찬가지고요..)
제가 40억 넘는 돈 부도맞고 60평 아파트에서 6평 옥탑방으로 쫒겨날때
제일 먼저 끊은게 술과 담배입니다.
대학다니던 큰녀석 고3이던 딸아이 초2던 막내 녀석 먹여살리고 공부시키려 집사람과
허튼곳에 돈 안쓰고 빚 갚느라 10년쨰 근검 절약합니다.
대단 하십니다.
이제 좋은 일만 생기실 겁니다.
건강도 잘 챙기세요~^^
한편으로는 얼마나 힘이 들기에 저럴까 이해가 되기도 하네요..
세상 살면서 어찌 힘든일 없이 한 평생 살 수 있겠습니까?
술은 좋은 일 있을때만 드시고 힘든 일 있을때는 그저 눈한번 질끈 감고
편한 마음으로 이겨내 보세요.
타국생활 저 역시도 경험해 봐 잘 알고 있습니다.
좋은 일만 가득 하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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