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찌게 앞에서 울던 남자>
무뚝뚝하고 고집이 센 남편이 있었다. 반면에 아내는 예쁘고 착하고 애교가 많았다. 남편의 고압적이고 권위적인 고집불통과 무뚝뚝함을
아내의 상냥스러운 말과 행동 덕분에 그럭저럭 가정생활이 이어졌다.
어느 날, 아내가 남편에게 좀처럼 하지 않던 전화를 했다. 오늘은 몸살기운이 있어서 몸이 좋지 않으니 퇴근하는 길에 가게에 들러 두부 좀 사다 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남편이 "남자가 궁상맞게 그런 봉지를 들고 다니냐?" 라고 한마디 내뱉고는 벌컥 화를 내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바로 그날 저녁, 아내가 길 건너 가게에 두부를 사 가지고 오다가 음주 운전 차량에 치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병원으로 달려갔지만 아내는 이미 싸늘한 주검이 되어 있었다.
경찰이 현장에서 수거해온 아내의 유품을 바라보다 검은 봉지에 담겨진 으깨진 두부를 발견했다. 그는 썩은 써까래 무너지듯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아내의 죽음이 자기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너무나 가슴이 아팠다. 견딜수 없는 슬픔과 후회와 죄책감이 밀려 들었다.
의사가 사망사실을 확인해 주려고 덮혀 있는 흰 천을 벗기자 아내의 예쁘고 하얀 얼굴이 드러났다. 아내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가슴을 치며 한없이 울었다.
"여보!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당신 먼저 가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그 날 이후 남편은 어느 식당을 가든지 두부 음식은 먹을 수가 없었다. 눈이 내리던 어느 겨울 날, 퇴근길에 허름한 식당에 들어가 된장찌게를 시켰다. 된장찌게 한 숟가락 뜨는데 두부 조각 하나가 숟가락에 얹혀 올라왔다. 뜨거운 된장찌게 그릇을 잡고 그는 또 꺼이꺼이 한없이 울었다. 손님 몇몇이 쳐다보았지만 너무 슬픈 울음소리에 모두 물끄러미 쳐다만 보았다. 창밖에는 속절도 없이 진눈깨비만 연신 퍼부어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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