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복수' 시작됐나…文-明 내전 조짐
입력2024.02.02. 오후 2:02
수정2024.02.02. 오후 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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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대표 "시스템에 따라 공천"…본질 회피
치열했던 전투가 끝나자 안개가 걷히고 또 다른 전선(戰線)이 모습을 드러냈다. 더불어민주당의 내부 상황 얘기다. 이낙연 전 대표와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 등 이재명 대표와 공개적으로 각을 세우던 일부 비명(非이재명)계가 탈당했지만 당내 안정은 쉽사리 찾아오지 않았다. 비명계와 다투던 친명계의 총구가 이제 친문(親문재인)계 쪽으로 방향을 돌린 것이다. 아직은 일방적인 모양새지만, 상대마저 반격에 나선다면 정면충돌은 불가피하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에서 신구(新舊) 권력의 내전이 벌어진다면 그 여파는 가늠하기 어렵다. '문-명(문재인-이재명) 내전'은 결국 발발할까.
2017년 대선 경선부터 시작된 악연
한동안 잠잠했으나 야권 내에선 친명과 친문의 충돌을 언젠가는 터질 수밖에 없는 화약고로 보는 관측이 많았다. 한때는 치열했던, 오랜 전선이 잠시 감춰져있을 뿐이라는 것. 갈등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5월로 앞당겨진 제19대 대통령선거의 민주당 경선에서 문재인·이재명 두 사람이 경쟁자로 만났다. 당시 비주류 중 비주류였던 이재명 후보는 대세 중 대세였던 문재인 후보를 신랄하게 공격했다. 문 후보를 '재벌 편향적 후보'라고 규정했고 "기득권자들과 재벌의 사외이사 등이 문 후보 주변에 대규모로 몰린다. 기득권 대연정"이라고 몰아세웠다.
문 전 대통령이 경선에 이어 대선에서 승리하며 정권을 잡은 이후로도 양측의 갈등은 한동안 계속됐다. 문재인 정부 경찰과 검찰이 이 대표(당시 경기지사)의 배우자 김혜경씨 의혹 등에 대해 수사를 벌이자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 아들의 취업 특혜 의혹을 직접 거론하는 등 문 전 대통령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는 듯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안 그래도 경선 때의 기억으로 이 대표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았던 문 전 대통령의 강성 지지자들은 그를 연일 비난하고 출당 조치까지 요구했다. 어찌 보면 지금과는 정반대 상황이었다. 당시는 친문의 총구가 일제히 이 대표를 향하고 있었다.
오늘날 이재명 대표가 대선후보에 이어 당권을 잡으며 주류로 자리매김하자 상황은 뒤집혔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 강성 지지자를 비롯한 친명의 숙적으로 여겨졌다. 실제 친명 정치인들은 문재인 정부 때를 탄압받던 시절로 기억하기도 한다. 민주당의 한 중진 정치인은 최근 친문을 향한 친명의 공격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문재인과 이재명은 물과 기름이다. 섞일 수 없다. 이 대표는 문 전 대통령을 때리며 거물 정치인으로 성장했고,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친문에 대한 이 대표와 친명의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된 셈이다."
게다가 최근 친명의 심기를 건드린 건 탈당파와 함께 행동하던 윤영찬 의원의 잔류가 결정적이라는 관측이다. 김종민·이원욱·조응천 의원과 함께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으로 활동하던 윤 의원은 다른 의원들이 탈당을 결정할 때 막판에 마음을 돌렸다. 윤 의원 잔류에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고민정·윤건영 의원 등 친문 인사들의 만류가 크게 작용한 사실이 알려지자 친명 측은 크게 반발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민소통수석을 지냈다. 친명 조직인 민주당혁신행동은 "청와대 권력 핵심에서 친하게 지낸 사이라고 어떤 잘못도 눈감아주고 비호하는 것이 공정하고 상식적인 일인지 묻고 싶다"며 친문계를 저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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