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장례가 끝났다.
무겁다. 어깨도 하루의 끝자락도 그저 모든 게 무겁다.
화장을 다 끝내고 뼈를 갈가리 분쇄해 함에 넣기 직전,
우리 엄마의 매마른 뼈를 보았다.
혹여 손길 한번 닿으면 픽 하고 바스라질 듯이
허물이 한데 뒤엉켜 위태롭게 담겨 있다.
죽고 매마른 나비의 날개 같다.
힘없이 나풀이다 스러져서는
그 옥빛의 왕방울만한 눈은 명을 다했다는 듯이 컴컴해진 채로,
날개는 수분기가 모두 날아가 가을 끝자락의 낙엽처럼 바스라질 듯한 채로
그렇게 허공을 그리며 죽어가는 나비 같다. 저 뼈는.
우리 엄마도 연기를 들이쉬는 자신을 그렇게 보았을까?
그러곤 끝났다.
장례와 화장, 시립추모공원에 안치된 유골함으로 마침표를 갈무리하였다.
친척들은 밥을 먹으러 가자 했고
나는 허무한 종지부에 욕짓거릴 내뱉으며 과육과 고기를 씹어 삼켰다.
이제 집을 치워야 한다.
우리 엄마의 기억에는 영원히 '우리 집'으로 여겨질
곧 빼야 할 401호를 청소해야 한다.
죽은 이의 집을 청소하는 청소부의 에세이를 본 적이 있다.
꽤나 어릴 적 읽었지만 퍽 뇌리에 강하게 남았다.
불쾌했다. 타인만이 애도하는 슬픔은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모멸감이 있다.
누구의 잘못이다 왈가왈부할 수 없지만 그 상황을 경멸케 된다.
이 불운이 내게도 올 줄 몰랐기에 더욱이 시선은 베베꼬인 나선이 되어, 어떤 것이든 짓밟을 듯한 짙은 검정이 되었다.
업체는 우리의 집을 치우고 갔다.
시체에게서 우러 나오던 그 묵지근하게 가라앉은 냄새가,
자본을 거치곤 옅은 소독제 향밖에 나지 않게 되었다.
나비가 벗고 간 무겁기 그지없던 허물이 사라졌다.
솔직히 이젠 잘 모르겠다
친척들도 우리 할머니도 무슨 얘길 하는거지
어른이 되면 자기네들이 왜 웃고 떠드는지 이해할 거라지만
그저 술을 권하던 사회가 얼굴에 뱉은 담배연기를 맡곤
그 앞에 어영부영 무릎을 놓였을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건 그 치졸함을 치장하는 말이다
내 눈의 어른은 분명히 죽도록 치열했는데 날이 갈 때마다 치졸해진다.
어쩌면 이해하지 못한 건 아이가 아닌 것 같다
아이는 기억하던 걸, 나이를 먹고 어른이 된다고 하며 잊어버렸을 뿐이다
잊어버린 걸 깨달은 걸로 착각한 어른들은 나비의 장례를 치뤘다
잠깐 울고 잠깐에 묵념하고 그 잠시를 오래토록 담아둔다
내일을 살아가는 게 아니라 오늘의 끝자락을 늘어뜨려 그것을 내일이라 칭한다
속이 답답하고 울렁거린다
머리가 어지럽다
하루가 저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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