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 만에 수동변속기 모델을 단종했던 페라리가 신형 12칠린드리 마누알레로 스틱 시프트를 부활시켰다. 정확히는 부활시킨 '척'한다. 영리한 엔지니어링을 통해 실제로는 표준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를 새로운 방식으로 조작하게 만들었을 뿐인데, 수동변속기를 타는 느낌을 완벽히 재현했다. 페라리가 최초로 이를 상용화했지만, 쉐보레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고 지금이라도 콜벳에 적용할 수 있다.
C8에는 없는 수동변속기
미드십 C8 콜벳의 가장 큰 논란거리는 수동변속기의 부재다. 트레멕과 공동 개발한 8단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유일한 선택지다. 쉐보레는 C7 마지막 생산 연도의 수동 판매 비중이 15%까지 떨어졌다며 신규 수동변속기 개발이 비용 대비 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비용은 스팅레이부터 그랜드 스포트, Z06, ZR1까지 동일한 변속기를 쓰는 전 모델에 분산시킬 수 있고, 차기 C9 콜벳에도 이어갈 수 있다.
'수동'으로 만드는 법
현대 기술 덕분에 페라리가 이미 증명했듯, C8도 스틱 시프트를 가질 수 있다. 2018년 GM이 출원한 전자식 클러치 페달 특허와 C7 콜벳의 수동 시프터 기술을 결합하면, 새 수동 기어박스와 링키지를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미래형 전자제어 수동 시프터를 만들 수 있다.
페라리가 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클러치 페달과 게이트형 수동 시프터가 있지만, 실제로는 클러치나 기어가 아니라 서보와 컴퓨터에 연결돼 있다. 변속기는 여전히 8단 듀얼클러치 자동이며, 패들 시프터 대신 새로운 부품의 신호를 받도록 재프로그래밍됐을 뿐이다. 클러치 페달을 밟으면 컴퓨터가 변속기 내 클러치 팩을 열라는 신호를 받고, 떼면 닫으라는 신호를 받는다. 시프트 스틱을 움직이면 컴퓨터가 어떤 기어를 선택할지 결정한다. 기능적으로는 패들 시프터와 다를 바 없다. 페라리 엔지니어들은 물리적 클러치 페달과 시프터가 실제 기계 장치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가장 큰 과제였다고 밝혔다.
쉐보레도 할 수 있는 이유
콜벳 공식 보도자료에는 "이 전자식 시프터는 시프트 레버와 변속기 사이에 기계적 인터페이스가 없다"고 명시돼 있다. 2013년 C7 콜벳 출시 당시, 쉐보레 엔지니어들은 수동 시프터에 홀 효과 센서를 추가해 어떤 기어로 변속하려는지 감지하는 기술을 자랑한 바 있다. 이는 쉐보레가 이미 변속기와의 기계적 연결 없이도 컴퓨터에 원하는 기어를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수동 시프터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클러치 페달 문제는 특허 전문가 보지 타타레비치가 수년 전 찾아낸 해법이 있다. 2018년 9월 6일 공개된 GM 특허 출원서는 "수동 변속 차량용 전기식 슬레이브 실린더"를 설명하고 있다. 이 전기식 슬레이브 실린더는 클러치 페달의 센서로부터 클러치 개폐 지시를 받는다. 쉐보레는 클러치가 낡고 마모되더라도 클러치 페달의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 인공적인 피드백을 통합할 것이라고 설명서에서 밝히고 있다.
페라리 사례처럼, 시프터에도 비슷한 힘 피드백 기술이 추가돼야 제대로 된 느낌을 낼 수 있다. 페라리 시스템은 전통적인 게이트형 시프터의 감각을 재현할 뿐 아니라 잘못된 기어 선택이나 엔진 과회전을 방지하는 보호 기능까지 갖췄다(다만 시동 꺼짐은 허용한다). GM이 처음부터 새로 개발해야 할 부분은 시프터뿐이며, 이마저도 심레이싱 업계가 수백만 달러를 들여 완성한 전자식 페달·시프터 기술을 가져다 쓸 수 있다.
변속기 자체는 이미 설계·엔지니어링·충돌 테스트·EPA 인증까지 마친 동일한 8단 듀얼클러치를 그대로 쓰면 된다. 전자식 클러치 페달과 전자 모니터링 시프터만 개발되면, 남은 건 운전자가 클러치를 밟고 레버를 움직일 때 변속기가 어떻게 반응할지 알려주는 소프트웨어뿐이다. 콜벳 엔지니어들은 이미 듀얼클러치 변속기를 원하는 느낌으로 프로그래밍하는 데 수많은 시간을 투자한 경험이 있어, 이 과정에 이미 익숙하다.
페라리가 한 대로만 따라 하면 된다
기존 기술과 부품만으로, 쉐보레는 새로운 변속기를 처음부터 개발·테스트·인증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한 비용으로 C8 콜벳에 올드스쿨 수동 시프트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듀얼클러치 자동변속기가 랩타임 면에서 보편적으로 우월하다는 평가를 받더라도, 수동변속기는 여전히 자동차 마니아들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콜벳의 타깃 고객층 사이에서 수동에 대한 수요는 여전히 존재하며, 이 기술 조합은 예산을 크게 늘리지 않고도 순수주의자들을 만족시킬 방법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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