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그 동안 일도 바쁘고 별일도 없고 해서 한달에 한두 번 눈팅이나 하다가 생존신고나 할 겸 돌아왔습니다.
제 88년식 벤츠 560SL은 잘 살아있습니다. 물론 올드카 기준으로 잘 살아있다는 건 시동이 잘 걸린다는 말일 뿐, 그 외 부분들은 이따금씩 고칠 게 생깁니다. 오늘은 그 동안 자가정비한 것들만 간단하게 소개드리겠습니다 :)
첫 번째는 깜빡이입니다. 방향지시등을 켜도, 비상등을 켜도 깜빡이지를 않고 계속 쭉- 켜져만 있길래 계기판 뒤에 위치한 깜빡이 릴레이가 의심되었습니다...만, 이녀석 중고로 구할래도 2-30만원은 줘야 하더군요. 전 가난한 대학원생이라 그럴 돈이 없으므로 직접 만들어 줍니다. 어차피 깜빡이 릴레이 같은 부품들은 로직이 단순해서 그냥 범용 릴레이에서 커넥터핀만 잘 따오면 되거든요. 그래서 부품을 만들고...
새로 만든 릴레이를 나름 깔끔하게(?) 연결해 줍니다. 깔끔하게 테이프로 감싸주려 해도 야매스러운 비주얼은 어쩔 수 없지만, 어차피 계기판에 가려 안 보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상관없습니다.
저거 깜빡이 고치면서 뭔가 잘못 건드렸는지 요기 PCB에 접지선 (좌측상단) 구간이 끊어져 있길래 납땜으로 간단하게 수리를 마무리해 줍니다. 이걸 못 보고 6시간을 낑낑댔는데 포기하기 직전에 구글에 잠깐 검색해 보니 10년 전 포럼에 저와 똑같은 문제를 겪었던 사람이 있더군요. 역시 올드카는 포럼에서 쌓인 백과사전같은 지식으로 유지관리하는 게 답인 듯합니다.
두 번째는 계기판 주행거리계입니다. 옛날 차이니만큼 주행거리계가 톱니바퀴로 구동되는데, 이 톱니바퀴가 삭아서 바스라지는 게 고질병이랍니다. 별게 다 고질병이냐 싶겠지만 다행히도 계기판을 뜯은 김에 나름 쉽게 작업해줄 수 있습니다.
세 번째는 운전석 창문입니다. 문을 여닫을 때마다 창문이 작동했다 안했다 하길래 아무래도 도어힌지 쪽 전선이 금속피로로 인해 끊어진 것 같더군요. 멀티미터로 의심부위가 원인임을 확인해 준 다음...
해당 전선 구간을 잘라내고 새 전선을 깔맞춤까지 해서 열수축튜브로 깔끔하게 포장해 줍니다. 사진은 따로 안 찍었습니다만 재조립하기 전에 부직포 테이프로 다시 한 번 감싸서 순정 비주얼을 나름 복원해 주었습니다.
네 번째는 DIY는 아닙니다만, 워터펌프에서 냉각수가 새길래 트레일러를 빌려 2시간 떨어진 올드벤츠 전문샵으로 견인해 다녀왔습니다. 트레일러 끌려고 히치도 기존에 달려있던 2.5톤급을 떼어 버리고 4.5톤급을 구매해서 자가로 업그레이드해 주었는데 다행히도 설치를 제대로 했는지 왕복하는 동안 별 탈은 없었습니다. 이것저것 쫌쫌따리로 DIY하겠다고 공구를 한두 개씩 사다 보니 제 데일리카인 02년식 서버번은 구난차마냥 별의별 공구를 다 싣고 다니는 중입니다.
아무튼 워터펌프 교환하는 김에 써모스탯도 교환하고, 벨트도 5개 (워터펌프/파워스티어링펌프 2개, 발전기 1개, 에어컨 콤프레서 1개, 그리고 냉간시동용 에어펌프 1개) 모두 교환해 주었습니다. 올드카 부품 교환할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이게 차를 고치는 건지 테세우스의 배를 만드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습니다.
마지막짤은 그나마 좀 예쁘게 찍어본 제 올드카입니다. 애정을 갖고 타는 차지만 막상 멋지게 사진찍을 만한 곳이 없어 주차장에서라도 깔짝대며 찍고 있네요.
나중에 또 인사드리겠습니다. :)
사족이지만 보배드림 글쓰기 UI 무지막지하게 불편하네요. 모바일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PC는 옛날 IE쓰던 시절 코드인 건지 글씨크기도 제멋대로 초기화되고 사진 크기도 제멋대로 초기화되고 총체적 난국이군요. 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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