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기차 충전기 하나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아파트 관리사무소를 다음과 같은 이유로 찾는다.
관리비가 이상하게 나왔을 때.
그리고 주차등록을 할때
나는 다음의 이유였다.
전기차 충전기
얼마 전 서초의 한 동짜리 주상복합으로 이사했다.
건물은 깔끔했다.
입지도 좋았다.
그런데...
이곳엔 전기차 충전기가 없었다.
"요즘도 이런 건물이 있다고…?"
처음엔 내가 못 찾은 줄 알았다.
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
안경을 쓴 경리 직원 한 명이 웃으며 맞아주었다.
"무슨일로 오셨어요?"
"혹시 주차장에 전기차 충전기는 없나요?"
순간이었다.
방금 전까지 친절하던 표정이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얼굴이 딱 굳더니 기숙사 사감선생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는 없어요!"
"..."
"설치유예 신청을 했기 때문에 내년까지도 괜찮거든요?"
유예?
무슨 유예?
나는 관련 법을 잘 몰랐다.
'그런 게 있나 보다'
그렇게 그냥 돌아왔다.
집에 와서 인터넷을 검색했다.
"어?"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유예는 1월에 이미 끝났다*
*100세대 이상 공동주택은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잠깐...
그럼...
나한테 개구라를 친건가?'
순간 소름이 돋았다.
다음 날
구청에 전화를 걸었다.
전기차충전기 담당자는 한 명뿐이라
전화 걸때마다 출장중이어서 연결까지 3일이 걸렸다.
"안녕하세요. 저희 건물이 설치 유예를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인가요?"
"아니요. 유예받은 건물은 하나도 없습니다. 유예는 이미 종료됐습니다."
"...네?"
"현재는 시정명령 단계입니다.
다음 달에 공문 발송 예정입니다."
관리소 이것들은 다 알면서 뻔한 거짓말을 했구나.
관리실은 왜 거짓말을 했을까.
단순히 착각한 걸까.
아니면...
숨기고 있는 게 있는 걸까.
---
다시 관리실을 찾아갔다.
"구청에서는 유예가 끝났다고 하던데요."
경리 직원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
"내년까지 유예받았다니깐요?"
"구청에서는 아니라는데요."
"여기 사는 사람들 아무도 그런 거 안 물어봐요.
물어보시는거 혼자세요"
...
아.
이제 알겠다.
이 사람은 설명하려는 사람이 아니다.
내 주둥이를 틀어막으려는 사람이다.
나는 더 이상 따지지 않았다.
그냥 물러났다.
대신 구청 담당자에게 다시 전화했다.
"혹시 공문은 보내셨나요?"
"아직 안 보냈습니다. 요즘 유가지원금 사업으로 바빠서요..
다음 달에 보내겠습니다."
---
한 달 뒤.
드디어 공문이 도착했다.
*설치하지 않으면 이행강제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나는 관리사무소 게시판을 봤다.
공지 없음.
입주민들에게 알린 흔적도 없었다.
다시 관리실로 갔다.
이번에는 방에 앉아있던 관리소장이 나왔다.
"지난번에 제가 왔을때 충전기설치 유예받았다는 거짓말을 왜 하셨을까요?"
관리소장은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치해야 하는 거 알고있습니다!!"
"미설치시 이행강제금 부과된다는 구청공문 공지 받으셨죠?"
"얼마인지 안나와있어요"
"구청 공문이 왔으니 입주민들에게 공지해야죠"
"뭔소리야? 돈 당장 내라는 소리는 아니잖아요 왜합니까?"
"왜안해요? 입주민들도 알아야지요"
"뭔소리야? 얼마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합니까?"
"지금 왜 자꾸 뭔소리야 거리세요?"
"뭔소리야?"
"방금도요"
"뭔소ㄹ..."
"어.....?"
틱장애인가? 나는 웃음이 나올 뻔했다.
"지금 왜자꾸 뭔소리냐 거리시냐구요. 왜 그런식으로 말씀하세요?"
그러자 옆에 있던 안경쓴 경리직원이 거들었다.
"아니~ 얼마내라는 금액이 나오지도 않았는데
주민들한테 불안감 조성할 순 없잖아요?
얼마인지 구청에서 안알려줬는데 저희가 공지를 뭐하러 해요"
"그럼 얼만지 알아오면 된다는거죠? 알겠어요"
일단 그렇게 자리를 떴다.
둘이서 아주 쌍으로 짝짝쿵이구만.
환상의 콤비여
-----
다시 구청 전기차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행강제금이 얼마인지 몰라서 주민들에게 공지를 할 수 없다고 하는데요"
"아 그게.. 아직 얼마인지 계산이 안되긴 하는데.."
"대략이라도 알 수 있을까요?"
"그게 토지대장상 주차면수가 118대 이니까..
여기에 2% 적용을 하면 충전기 의무설치대수가 2대이구요.
대당 150만원씩 적용하면
300만원 입니다."
".....네......?"
나는 너무 놀랐다.
금액이 너무나 작아서.
그정도 금액이면 아무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을 것이다.
하...
"...그것..밖에 안된다구요?"
"네.. 하지만 이게 매년 내야 하는 금액입니다."
매년 300만원도 쓰지않아도 될 불필요한 곳에
지출하는 것이라면 주민들의 호응이 있을 수도 있다.
다시 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
"구청에서 이행강제금 얼마인지 들으셨죠?"
관리소장이 나왔다.
"동대표들이 설치를 반대합니다.
이행 강제금 내고서라도 설치 안하겠다 합니다."
"..."
"인천 청라 사건 모르세요?
불나면 그쪽이 책임질 겁니까?"
뭔가 태도가 상당히 시건방져 있었다.
나는 최대한 차분하게 말했다.
"그 사건은 차량 화재였지
충전기에서 불이난게 아니었습니다.
그논리라면 전기차 출입을 막아야지 충전기 설치를 막는 건 논리가 안 맞는데요."
관리소장은 손을 휘저었다.
"아무튼 사람들이 불안해합니다."
나는 말을 막고 말했다.
"이 근처 건물 중에 충전기 없는 곳이 여기 뿐인 건 아세요?"
이말을 듣고 관리소장이 씩씩 거리며
경리직원에게 말했다.
"그거 가져와!"
경리직원이 종이 한장을 가져왔다.
"이게 충전기 설치 안한 건물 리스트인데
이근처 서초자이도 충전기 없습니다."
나는 바로 휴대폰을 꺼냈다.
네이버 지도를 켰다.
전기차충전기로 검색
10초.
검색 완료.
"있는데요?"
"..."
"여기 설치돼 있는데요?"
관리소장은 종이만 바라봤다.
"아 없다고!!! 이게 구청에서 준 공문이고~~! 여기에는 없다고 써 있어."
"네이버 지도에서 검색해 보세요."
"이게 구청 공문이라니깐요?? 이게 구청에서 온건데"
존나 답답한 새끼네
"그 종이 언제 출력한 거죠?"
"...자..작년."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확신했다.
이 사람은 거부를 위한 핑계거리를 찾고있을 뿐이었다.
그 뒤부터는 말도안되는 억지주장이 이어졌다.
"이행강제금도 구청장까지 올라가면 딴소리 한다니깐?
거까지 올라가면 또 다~~ 안내도 된다는 소리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화재시설 지원금같은걸 받아야 하는거지 아무지원도 없는데 왜 설치해요?
잘 알아보고 이사를 왔어야지 우리단지는 원래 충전기가 없는데 왜 여기와서 충전기를 찾아?
부동산가서 따질일이지.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선.. 아무튼 여기 우리건물은 충전기 없어요. 그리아세요!"
이런 미친놈이..
관리소장은 삿대질을 하면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고 있다.
굉장히 무례하고
불쾌하고
불손한 태도
"미설치시 이행강제금을 전기차주들도 내야하는건 아니죠?”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
주변 공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조용히 휴대폰을 켰다.
녹음 버튼을 눌렀다.
“지금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면서 그런말을 합니까?
지금 계속 소리지르시는거에 대해서 사과안하세요?”
“내가 왜 사과를 합니까? 내가 욕을 했습니까 폭행을 했습니까?
아니 젊은 사람이 말이야 어디서!!
더 시끄럽게 하지말고 나가세요.
다시는 관리사무소 오지마세요. 뭘 조사하라마라 난리야?”
정말 말이 전혀 통하지 않는 혼돈의 카오스..
관리실에서 이렇게 쫓겨나는게 맞나?
씨발 이제 전기차충전기고 뭐고가 문제가 아니라 관리소장과의 싸움이다.
처음에는 충전기 하나 설치하면 끝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건 충전기의 문제가 아니었다.
거짓말.
책임 회피.
그리고 권위.
이 세 가지가 뒤섞인 아주 흥미로운 사건이었다.
나는 원래 목소리가 큰 사람이 아니다.
싸움을 잘하는 사람도 아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소리를 지르지 않아도 싸우는 방법이 있다.
증거를 모으고,
법을 확인하고,
기록을 남기는 것.
그날 집으로 돌아오며 나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좋아."
"이제부터 시작이다."
그때는 몰랐다.
전기차 충전기 하나를 찾으러 갔다가,
몇달동안의 기나긴 싸움이 시작될 줄은.
#2 :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freeb&No=3429861






































흥미진진!
전기차 타는 주민들이 별로 없나 보네요?
강제이행금도 안내도 되는데
왜 설치를 안하는지
주차면이 부족해서 안하는거 같은데요
큰소리 치고 으름장 놓으면 조용해지는 세상인줄 아나본데요
서울 사시는 분들이 부럽다~
서초동 + 자이 + 주상복합 = 얼마일까?
나도 자이 사는데 우리집 보다 몇배일까?
글 내용은 안들어오고 이것만 생각나네요 ㅋㅋ
승리를 위해 화이팅 입니다
관리소장 뭐 많이 빼먹고있나보네
"우리 유예 받았어요!"
????
대뜸 유예 받았다니???
전기차 관련 민원에 시달렸나?
생각 하고 쭉 읽으니
그냥 무례였네요
화 날만하죠
글을 정리해서 잘 작성하시네요
2화 기대됩니다 화이팅
이단게 추 천
삼단계 스크랩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