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선거는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나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동대표한테 이야기해 보세요."
웃음이 나왔다.
동대표가 누군데?
주민들에게 여기 동대표가 누군지 아시나요?
물어도 안다는 사람 하나 없었다.
연락처도 없고,
인터넷 게시판도 없고,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넣어도 답이 없었다.
엘리베이터에 붙인 안내문은 몇 시간 만에 사라졌다.
이쯤 되면 모를 리가 없었다.
모른 척하는 것이었다.
마침 동대표 선거 공고가 올라왔다.
'그래. 내가 동대표에 출마해주겠다’
관리사무소를 찾아갔다.
"후보 등록 서류 좀 주세요."
앉아있던 직원이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소유주가 아니시잖아요?"
'내가 전세라는 걸 어떻게 알지?'
등골이 살짝 서늘해졌다.
“그걸 어떻게 아세요?”
“..아무튼 소유주들만 등록 가능합니다~”
싸가지 없는 것들
묻는 말엔 답도 안하고 개인정보보호 따위는 개나 줘버렸군.
집에와서 그게 정말인지 검색을 해봤다.
동대표 후보 등록 1·2차 공고때는 소유자만 가능.
3차 공고부터는 임차인도 출마 가능.
이 건물은 전월세 세대가 많은 곳이다.
1·2차에서 후보가 부족하면
3차 공고가 나올 가능성이 높았다.
나는 그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1차공고 1주일후 후보자가 아무도 없자 2차공고가 붙었다
3차공고도 무난히 나겠지..
그런데 이번에는 일주일만에 다 마감되었다.
선거구별 후보 한명씩 모집 완료!
나온 후보는 모두 당선!
나는 출마조차 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며칠 후.
동대표 회장을 뽑는 회의가 열린다는 공고가 붙었다.
이 건물에서 처음있는 회의다
방청 가능하다는 말은 없었다.
그래서 구청에 전화했다.
"입주민도 건물 회의를 방청할 수 있나요?"
담당자는 그것도 모르냐는 듯 말했다.
"입주민들 당연히 회의 참석가능합니다."
"관리사무소에 그렇게 안내하겠습니다."
관리실에 다시 전화했다.
그러자 돌아온 답은 이랬다.
"관리실 운영시간에 직접 방문해서 신청서를 작성하셔야 합니다."
관리실 운영시간은 아침8시반부터 오후 5시반까지
회사 다니는 사람들은 어쩌란 말인가?
굳이 자기들 운영시간에 방문하라고 했다.
'방청을 막으려고 아주 발악중이네.'
회의 당일 저녁 7시반
회의실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동대표 네 명.
선거관리위원 한 명.
관리소장.
경리 직원.
그리고 나.
이게 전부였다.
회의가 시작되려는 순간.
관리소장이 나를 쳐다보더니 말했다.
"잠깐 xxx호는 밖에 나가 계세요."
"왜요?"
"사전에 동대표들이랑 할말이 있습니다."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관리소장이 선거에 개입하는게 더 이상한 것 아닌가요?"
“선거는 선거관리위원회가 진행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관리소장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잘못 알고 있습니다! 나는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입니다!!!"
"..."
처음 듣는 직책이었다.
"잠깐 나갔다 들어오세요!!"
결국 나는 밖으로 나갔다.
그때는 몰랐다.
내가 밖에 있는 동안,
관리소장이 참석한 동대표들에게 한참 동안 내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을.
다시 들어갔다.
동대표들중 회장을 뽑기위해 모인 자리.
관리소장이 아주 가식적인 웃음을 지으며
동대표들을 하나하나 소개했다.
"A 님은 간호사시고,
B 님은 미국에서 대학교 졸업하신 아주 우수한 재원이시고~
C 님은 음악하시는 분이시고~ 아주 다들 훌륭하십니다. 허허허
D 님은 건축사무소를 하시고..
D 님이 전에 동대표를 두번 하셨기 때문에
회장은 D 님이 되시는게 맞지 않을까요?"
그러자 경리 직원도 한마디 거들었다.
"맞아요~ 이런건 자영업 하시는분이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하시는게 맞아요. 회사원들은 바쁘시잖아요? 호호호"
그러자 다른 동대표들이 힘없이 네.. 라고 대답했다.
선거관리위원회 하시는분은 가만히 있다가 이제서야 한마디 했다
"그럼 다들 동의하신거죠?"
"그럼 동대표회장은 D 님이 된것으로 하겠습니다.하하하"
내가 지켜보다가 여기서 손을 들고 말을 했다
"관리실에서 특정 후보가 선출되어야 된다고 지금 압박을 하신것 같은데요.
개입을 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자 경리 직원이 타다닥 노트북에 뭔가를 검색을 했다.
"그럼 다시, 다시 해요. 제가 했던 발언 취소하고 다시 해요. 이의 있으신분?"
아무도 대답이 없었다.
"됐죠?"
샹놈것들
저사람으로 동대표 밀려고 하는거 보니
이제까지 3번 중임을 하는 동대표랑 뭔가가 있구나
회의가 끝나고 나는 후보들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동대표는 어떻게 나오게 되셨나요?"
돌아온 대답은 의외였다.
"관리사무소에서 전화가 왔어요."
"관리실에 갔는데 나와 달라고 해서..."
"귀찮은 일은 관리실에서 다 처리해 준다고 의결만 해주면 된다고 했어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동대표를 모집한 사람이
관리사무소라고?
게다가 귀찮은 일도 안 해도 된다?
그럼...
대표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걸까.
입주민을 위해?
아니면 관리사무소를 위해?
끝나고 잠시 동대표회장으로 선출된 D 와 이야기를 나눴다
"제가 그동안 동대표님들께 연락하려고 글도 붙이고,
관리실에 연락처도 남겼었는데요.. 연락 못받으셨나요?"
"아 그게.. 알고는 있는데.. 그때 연락 받은건 아니고
최근 경찰고소하셨다고 관리소장이 동대표들에게 알리면서 알게되었습니다."
"네....? 그전에는 연락을 못받으셨다구요?"
"네"
관리실이 중간에서 연락을 틀어막고 있구나.
"그럼 동대표로 나오신건 입주민들을 대표하기 위해서인가요..
아니면 관리실을 대표하기 위해서인가요..?"
"사실.. 저는 반반입니다."
"....!??"
의외의 답변.
"저는 이 건물에서 많은 공사를 해서 변화를 이뤘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렇게하면 입주민들 편의도 높아지고 좋은것 아닌가요?"
"공사만..관심 있으시다구요..?"
"이제까지 우리 아파트가 하드웨어를 바꾸는데 치중했다면 이제는 소프트웨어에도 신경써야 하지않을까^^.."
"....? 저는 관리소장이 입주민에게 그렇게 소리치며 고래고래 언성 높였던게 맞는 태도인가 싶습니다."
"사실.. 그게 본질이 아니잖아요?"
"무슨 말씀이시죠?"
동대표는 말을 머뭇거렸다.
관리소장에게 이야기를 다 들어서 알고 있는듯 했으나
들었다는 티를 안내기 위해서 애를 쓰고 있었다.
"관리실에 왜 찾아가셨던 건가요?"
"관리소장이 다 말해서 어짜피 알고있는거 아닌가요?"
"아니요 모릅니다."
"알고 계시잖아요. 들으신대로 말해보세요."
"아.. 사실 전기차 충전기로 가셨다고 들었는데.
그게 없어서가 문제인거잖아요?"
황당하다
"네..? 본질은 관리소장이 저따위로 입주민을 대하는 태도가 문제인겁니다."
"아... 사실은 작년에도
몇몇 입주민들이 관리소장에 대해 민원이 있긴 헀어요"
"네..? 그럼 입주민들 민원이 있었는데도 그걸 무시하고 계셨던 건가요?"
"제가 그분들을 아는 것도 아니고해서.."
"입주민들 민원은 중요치않나요..?"
"늦었으니 들어가시죠!"
동대표는 얼른 대화를 마무리짓고 들어가고 싶어했다.
뭔가 찝찝한 대화를 마친후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관련 법과 관리규약을 다시 뒤졌다.
선거는 원칙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주관해야 한다.
그런데 선거회의는 관리소장이 진행했다.
선거관리위원은 세 명인데,
회의에는 한 명만 참석했다.
사실 이부분은 위반은 아니나 수상하긴 하다.
회의 도중에는 특정 후보가 회장이 되어야 한다며 관리소장이 주장했다.
두명은 연임하는 사람이 당선되었다.
전부다 관리실과 한통속이었다
---
다음 날.
나는 밤새 정리한 의견서를 출력했다.
*동대표 회장 선출 과정의 절차적 문제 및 선거 공정성 관련 의견*
회의 진행 방식.
선거관리위원회의 운영.
후보 모집 과정.
그리고 모든 입주민의 참여 기회 박탈
모든 내용을 법령과 관리규약을 근거로 차분히 정리했다.
적고나서 챗GPT를 돌려 감정적인 표현은 최대한 뺐다.
관리사무소에 게시를 요청하며 문서를 건넸다.
‘니들이 전에 게시요청하면 승인해준댔지? 그 개소리 나는 안믿는다’
하지만 일단 제출은 했다.
이걸 게시 거절하면 나는 오히려 이들을 고소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길것이다.
관리실 문을 나서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처음에는 전기차 충전기 하나 때문에 시작된 일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충전기보다 선거가 더 궁금해졌다.
동대표회장은..
왜 세번이나 동대표에 나오게 되었을까?
그 의문은,
이 싸움을 전혀 다른 방향으로 끌고 가기 시작했다.
한참뒤 관리실로부터 내용증명이 도착했다.
본 게시물은 게시가 불가함을 알려드립니다.
전에는 관리실에서 부착해야하니 자기들한테 달라고 하더니
내용증명을 보내고 아주 지랄을 하는구나.
예상못했던 바는 아니지만
짜증이 솟구쳤다.
#5 : https://www.bobaedream.co.kr/view?code=freeb&No=3429864








































객관적인 눈으로만 봐도 비정상이네요.
관리사무소 그양반이 뒤에서 좌지우지 다하는 무소불위 기득권인듯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