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공디
이 몸 태어날 때 불을 따라 태어나니
한평생의 연분임을 보배가 모를 일이던가.
나 하나 젊어 있고 차 하나 날 사랑하시니
이 마음 이 사랑 견줄 데가 전혀 없다.
평생에 원하되 함께 지내자 하였더니
늙어서야 무슨 일로 딴 차를 두고 그리워하는고?
엊그제 님을 모시고 현암정에 올랐더니
그 동안에 어찌하여 디딸세상에 내려왔느냐
올 때에 빗은 머리 헝클어진지 삼딸이라
연지분이 있지마는 누구를 위하여 곱게 할꼬
마음에 맺힌 시름이 첩첩이 쌓여 있어
짓는 것이 한숨이고 떨어지는 것이 눈물이라
인생은 끝이 있는데 디딸에는 끝이 없다
무심한 세월은 물 흐르는 듯 하는구나
더위와 추위가 때를 알고 가자마자 다시 오니
듣고 보고 느낄 일도 많기도 많구나
동풍이 문득 불어 쌓은 먼지 헤쳐 내니
창밖에 심은 요소수 두세 가지 피었구나
가뜩이나 쌀쌀하고 적막한데 그윽한 향기는 무슨 일인고
황혼의 달이 좇아와 버킷시트에 비치니
흐느끼는 듯 반기는 듯 님이신가
저 매화 꺾어 내어 님 계신데 보내고 싶구나
남이 차를 보고 어떻다 여기실까
꽃 지고 새 잎 나니 녹음이 깔렸는데
비단 장장이 적막하고 수놓은 장막이 비어 있다
연꽃을 수놓은 비단 휘장을 걷어 놓고 공작을 수놓은 빤쓰를 둘러두니
가뜩이나 시름이 많은데 도로는 어찌 길던가
원앙 비단을 베어 놓고 오색실 풀어내어
금으로 만든 자로 재어서 차의 랩핑 지어내니
솜씨는 물론이거니와 격식도 갖추었구나
보석으로 만든 지게 위에 백옥으로 만든 함에 담아두고
님에게 보내고자 님 계신데 바라보니
포르쉐인가 포르테인가 멀기도 멀구나
천리만리 길을 누가 찾아갈까
가거든 열어 두고 나를 본 듯이 반기실까
하룻밤 서리 기운에 기러기 울며 갈 때에
높은 누각에 혼자 올라 수정발을 걷으니
동쪽 산의 달이 떠오르고 북극의 별이 보이니
임이신가하여 반가워하니 눈물이 절로 난다
달과 별의 맑은 빛을 일으켜 내어 궁궐에 부치고 싶다
누각 위에 걸어두고 온세상 다 비추어
깊은산골짜기에도 대낮같이 만드소서
천지가 겨울의 추위에 얼어붙어 생기가 막히고
흰 눈이 한가지 색으로 덮혀 있을 때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날짐승도 없다
소상강 남쪽도 추위가 이와 같거늘
임 계신 곳이야 더욱 말해 무엇하랴
따뜻한 봄기운을 일으켜 내어 임 계신데 쏘이고 싶다
초가집 처마에 비친 해를 대궐에 올리고 싶다
붉은 치마를 여며 입고 푸른 소매를 반만 걷어
해 저물 무렵 긴 대나무에 헤아림도 많기도 많구나
짧은 해가 쉬이 넘어가 긴 밤을 꼿꼿이 앉아
푸른등 걸어놓은 곁에 전공후 놓아 두고
꿈에나 님을 보려 턱 받치고 기대어 있으니
원앙이불이 차기도 차구나 이 밤은 언제 샐까
하루도 열두 때 한 달도 서른 날
잠깐 동안 생각을 말고 이 시름을 잊자 하니
마음에 맺혀 있어 뼛속까지 사무쳐 있으니
명의가 열명이 와도 이 병을 어찌하리
아아 내 병은 이 임의 탓이로다
차라리 사라져서 호랑나비가 되리라
꽃나무 가지마다 가는 데 족족 앉았다가
향기 묻은 날개로 임의 옷에
임이야 나인 줄 모르셔도 나는 임을 쫒아가려 하노라
중간가지 바꾸다가 귀차나서 그대로 옮깁니다
0/2000자